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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추천의 글 |
Yim Ui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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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시간에 느닷없이 “저그요!” 하고 누가 손을 높이 들어서 보았더니 진동댁 할매였다.
“왜요?” “조퇴할라는디 나 잔 시켜주쇼.” “무슨 일이신데요.” “밖에 잔 보시란 말이요. 소낙비가 안 내리능가요. 마당에 빨래도 널어놨고 고추도 뽀슬라고(빻으려고) 팽상에 널어놨당게요.” 설교의 절정부였는데 이하 내용은 죄다 까먹을밖에. 할머니는 말씀과 동시에 조퇴해 밖으로 나가셨다. 학교에서 조퇴는 봤어도 교회에서 조퇴는 처음 보았다. 내가 이 시〈마중물〉을 처음 낭송했던 날 예배 풍경이 그랬다. 햇살 쨍쨍한 날, 빨래가 보송보송 잘 마를 법한 날에도 할매는 또다시 조퇴를 감행했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이런 귀여운 분들이 주눅 들지 않고 큰 소리 높이며 떵떵거리는 재미난 시골 교회를 꿈꿨다. ---p.256 남녘교회에도 하루에 한 차례씩 우체부 아저씨가 오신다. 남프랑스 프로방스 못지않게 이곳도 햇살이 부시고 날이 따뜻하며 꽃과 청보리가 출렁거리는 남녘 땅이다. 나는 우체부에게〈폴 고갱의 안락의자〉에 나오는 듯한 의자 하나를 앉으시라 권한다. 고흐가 고갱을 추억하며 그린 그 그림 속 의자엔 책 한 권과 촛대가 나란히 있었지. 우체부가 보통 내게 가져다주는 건 소포로 배달되어오는 책과 편지들이다. 가끔 촛불 아래에서 나는 책을 찬찬히 읽기도 한다. ---p.10 밖으로 나다니느라 꽃들과 교인들에게 충실하지 못한 잘못을 반성할 겸 교회 아래 마당을 비질하고 변소 청소도 했다. 아직 재래식 변소. 수세식을 놓자는 청도 있지만 불편한 삶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말렸다. 다음번 목사님은 아마도 수세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내가 머무는 동안은 이대로 살자고 했더니 협박으로들 아셨나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젊은 목사가 행여 도회지로 떠나버릴까 늘 노심초사하시는 어르신들……. ---p.17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다가오자 걱정이 하나 생겼다. 학교에 자전거를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은가. 그냥 집에 놔두면 형이 종일 타고 놀 테고. 나는 형에게 자전거를 타지 말라며 수차례 으름장을 놓고서야 학교로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첫날 수업이 끝나자마자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왔다. 하나 둘 셋, 대문을 확 열고 들어서는데 형이 글쎄 마당에서 세발자전거를 가지고 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런데 형은 자전거를 올라타지 않고, 하루 종일 밀면서 놀았던 것이다. 순간 내 가슴 저 깊은 데서 평생 들어보지 못한 신비한 음성이 들려왔다. “형에게 자전거를 양보해라!” ---p.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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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별 임의진 참수필집, 10년만에 새롭게 출간
추억을 넘어 위안으로 다가오다! 2004년 「사랑」을 끝으로 한동안 글 쓰는 일을 접고, 음반 작업과 그림에만 몰두하던 「마중물」 시인이자 목사인 임의진이 오랜만에 「앵두 익는 마을」을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이 책은 저자가 1995년 땅끝 강진의 한 마을에 남녘교회를 세우고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 지낸 이야기들을 담아 2001년 「종소리」로 출간된 것을 이번에 새롭게 이야기를 더하고 다듬은 44편의 글과 저자가 직접 그린 25점의 그림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화려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 매몰되어 자신의 뿌리를 잊어갈 찰나 찾아온 그의 글은 여전히 검박하고 낮은 삶에 시선을 두고 있다. “지난 10년간 나는 자성하고 침묵하며 단련하였다”고 말하는 저자는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고향 이야기를 특유의 감성으로 새롭게 전달하고 있다.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그려낸 남녘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바쁘게만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 순간 미풍이 되어 머릿속까지 시원하고 깨끗하게 만든다. 허리 굽고 주름 자글자글 하지만, 주름이 더 깊어지도록 활짝 웃는 할머니들, 투박하지만 한번 마음을 주면 좀체 정을 거둘 줄 모르는 성실한 농부,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더더욱 궁핍해져가는 도시생활을 청산한 부모를 따라 고향으로 온 어린아이까지 우리 모두를 넉넉히 품어주는 남녘은 말 그대로 ‘인정’과 ‘햇살’이 넘쳐흐르는 곳이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가득한 저자의 글을 읽으면 시골의 아침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일상의 모든 일들이 다만 좋은 일일 뿐”임을 말하는 그의 글에는 인생을 곡진하게 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일상을 통한 이러한 공부 외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또 있을까. 도시의 분주함이 인생이고 그래야 잘 사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짜 인생살이와 행복은 어우렁더우렁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임을 이 책은 깨닫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