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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본 처녀에게
독약을 마신 후에 은실 같은 물결 위에 방울방울 떠도는 사랑의 눈물 황혼의 때 첫사랑의 눈물 비 오는 밤에 애자에게 보내는 최후의 편지 월화 씨에게 정자의 영전에 달은 밝은데 외로운 내 마음 황포탄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오늘 밤 떠나기 전에 동경에 있는 애희 씨에게 애인 T양에게 최후의 하소연 일화 씨에게 옛 벗 혜순 씨에게 세상을 뒤로 두고 나도 사람입니다 |
盧子泳, 춘성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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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래는 몹시 아름다웠습니다. 청춘의 마음을 취하게 하고, 청춘의 가슴을 잠재울 듯한, 그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는 마치 어여쁜 금실이 제 마음대로 풀리는 듯하였습니다. 더욱이 복스럽고 하얀 얼굴 위에 붉은 웃음을 띠우고 갸웃갸웃 표정을 지어가며 노래하는 당신의 모양은 그야말로 천사 같았습니다.
--- p.13 사랑하는 화복 씨! 나는 이제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 떨리고 불타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화복 씨! 화복 씨!’ 하고 부를 뿐입니다. 나는 이제 하루가 지나지 못하여 그만 죽을 사람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장차 나에게서 떠나가려 합니다. 당신을 알뜰히 생각하는, 그 아름다운 마음까지 나에게서 떠나가려 합니다. 이 편지가 나의 최후의 목소리요, 나의 최후의 눈물입니다. --- p.20 사랑하는 벽계 씨! 이 저를 띄우고 있는 이 푸른 물은 한없는 곳으로 통하였을 터이지요. 당신이 목욕하시는 그 PM강으로도 통하였을 터이지요. 벽계 씨, 저는 이 물에 머리를 감았습니다. 저의 검은 머리를 감은 말없는 푸른 물은 이 강을 한없이 흘러, 당신이 계신 그 강을 지나갈 터이지요. 그러면 그때 저의 머리를 감은 이 물이 벽계 씨의 허리를 감고 내려갈 터이지요. --- p.28 누가 나의 이 마음을 알아줄까요? 오직 당신 하나만은 나의 이 쓰리고 외로운 마음을 잘 알아주시겠지요. 바람이 불 때나, 비가 올 때나, 공부할 때나, 누워 잘 때나, 아, 그 어느 때를 물론하고 나는 당신을 사모하지 아니한 때가 없었으며, 당신을 그리워 아니한 때가 없었습니다. --- p.32 당신은 나의 가슴에 진주珍珠의 불을 던졌어요. 그리고 사랑의 샘물을 부었어요. 이 진주의 불이 와글와글 내 가슴에 불타오르고, 이 사랑의 샘물이 내 마음에 출렁출렁 넘쳐흐를 때에는, 나는 울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 p.42 석양 그늘에 뽕 따는 처녀나 꺼져 가는 촛불 아래의 베갯머리에서 웃음 파는 무수한 여성은 족히 이 몸의 서리에 시드는 사랑의 싹을 기르지 못할 것입니다. 낙원의 푹신한 잔디밭에서 쫓겨난 이 나의 가련한 영혼을 품어줄 만한 사랑의 보금자리가 또다시 없을 것은 이미 각오하였습니다. 오오! 나는 죽으러 갑니다. 웃는 꽃, 우는 새, 맑은 물, 고운 수풀, 모두 다 버리고, 나는 돌아가려 합니다. 그리하여 이 나의 쓰다 남은 정열의 불꽃을 널리 뿌려, 이 세상 모든 여성의 쉽게 식어가는 가슴을 데우려 합니다. --- p.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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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는 연애의 시대였다. 나라를 잃은 지 십 년이 넘어가고 3·1만세운동마저 좌절되자, 허무주의가 팽배하였다. 이런 시대풍조 속에서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은 연애에 목숨을 걸었다. 연애지상주의는 평양 기생 강명화의 자살, 윤심덕과 김우진의 동반자살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창조』 『백조』 『폐허』 같은 문학지들이 등장하면서 문학적 감상주의가 연애에 덧씌워지고, 지탄 받아 마땅한 정사사건에도 스토리텔링이 입혀졌다. 연애에 탐닉한 청춘들의 문화를 가장 여실히 증명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의 원전인 『사랑의 불꽃』이다. “경부선 차 속에서 한 놀라운 현상을 보게 되었다. … 백여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일제히 버들 바구니에서 연분홍색의 책을 한 권씩 꺼내들고 읽기 시작하였다.” 1926년 8월 12일자 『조선일보』의 한 대목이다. 1923년에 간행된 『사랑의 불꽃』은 이 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여학생들은 책의 내용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라도 되는 듯이 빠져들었다. 『사랑의 불꽃』에는 모두 19편의 연애편지가 실려 있다. 첫사랑의 설렘을 담아 보내는 연서에서부터 이국에 있는 연인에게 띄우는 절절한 사모의 편지, 떠나간 애인에 대한 그리움, 이별 통지 등 연애의 알파와 오메가를 담았다. 당시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암시하는 편지도 3편이나 된다. 이 책을 엮은 시인 노자영에 따르면 나도향, 설의식을 비롯한 저명한 문인들이 한두 편씩 붓을 든 것이라고 한다. 비평가들은 편지의 대부분을 노자영 자신이 쓴 것으로 본다. 이 책은 지나친 감상주의와 문장의 꾸밈이 도를 넘어 청소년들에게 해독을 끼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이 책은 우리 근대 출판 최초의 슈퍼 베스트셀러로 일컬어진다. 책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연애의 모습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출구가 보이지 않던, 꿈을 잃은 시대 우리의 어두운 자화상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