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불청객, 유한한 삶을 깨닫다
2. 거듭난 인생, 보험에 대한 사랑 3. 다시 찾아온 저승사자 4. 간절한 기도와 통회, 마음의 평안 5. 다시 항암치료, 드디어 기적이! 6. 이제야 나는 삶을 애기할 수 있겠네 7. 고향 생각,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8. 40대에 인생을 정리하는 행복 8.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
|
재야의 종소리를 기다리고 있소. 묵은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오고 있는 것이지. 작년 이 시간에는 광화문 네거리에 있었지. 새천년을 맞이한다는 벅찬 감정으로 생전 처음 광화문 네거리로 뛰쳐 나간 기억이 나는군. 그 많은 인파 속에서 맞았던 새해가 또 그렇게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거야.
당신, 올해도 참 고마웠소. 괴롭고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내 준 당신이 너무 고맙소. 당신과 함께 한 세월이 벌써 18년인가. 참 빠르구려. 당신의 곱던 그 얼굴에, 그 사랑스런 눈가에 잔주림이 늘어가니……. 그래도 단란하게 살아왔잖소. 아이들도 이제 제법 커서, 제 앞가림은 충분히 할 터이고. 이제 당신과의 시간을 더 충분히 갖고 싶었는데……. 여보, 우리 참으로 어렵게 시작했지? 재산이라곤 사랑뿐이었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던 나를 믿고 단칸방에 보금자리를 튼 당신,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한테는 미안한 심정뿐이오. 그래도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당신을 한결같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줬으면 하오. 우리 그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알뜰살뜰 살림을 꾸렸지. 어느덧 살림살이가 하나씩 늘었고, 딸과 아들을 연년생으로 낳아 정말 잘 키웠잖아. 이 모든 것이 다 당신의 사랑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하오. ---p.212 |
|
세 번이나 찾아온 암, 그 처절한 투병생활에서 건져 올린 삶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성찰!
나이 마흔에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면 정말로 살고 싶다는 욕구가 커져, 그만큼 고통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그 고통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사람은 숨을 쉬고 있으나 살아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니 자기 자신을 잃은 것과 같다.
『이제야 나는 삶을 얘기할 수 있겠네』의 저자 이연규 씨는 38세에 방광암 진단을 받은 이래 지금까지 8년간 두 번의 수술과 3차에 걸친 항암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모든 치료를 거부한 채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그는 참으로 인생을 열심히 산 사람이다. 그는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중동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삼성생명에 입사해 장기 근속한 ‘영원한 보험인’으로, 자신은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하늘이 내리신 일 즉 소명이 곧 보험일이라 생각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한 것이다. 사내에서 뿐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도 그는 ‘팔방미인’으로 통했다. 무대에서 연주를 도맡아 할 정도로 뛰어난 기타연주 실력을 지녔고, 그림, 노래, 테니스, 하모니카, 탁구 등등 그야말로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또 회사에서는 유능한 선배와 재치 있는 후배로, 가정에서는 다소 권위적이긴 했지만 본받을 것이 너무나 많은 아빠와 형님으로 기억되고 있다. 재주가 많아서 일까, 아니면 일등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너무 급하게 앞만 보며 달려서 일까, 죽음이 너무나 빨리 그에게 다가와 버렸다. 단순히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찌뿌둥하다고 생각했던 그는 종합검진 결과를 보기 위해 병원을 찾은 날,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의 나이 38세였다. 사회에서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 후반에 암선고를 받은 그는 그러나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서 포기란 말은 없기 때문이었다. 방광을 부분 절제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2년 6개월간을 전보다 더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암은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똑같은 종류의 암이 이번에는 폐에서 발견된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역시 희망은 남아 있었다. 수술이 꺼져 가는 그의 생명을 또 한번 살린 것이다. 두번째 수술을 받은 이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신의 승리만을 위해 살아왔던 그가 더 넓은 가슴과 따듯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만큼 그들도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아이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럴수록 살고 싶다는 욕구는 더해만 갔으며, 그만큼 건강관리와 생활리듬을 철저히 지켜 나갔다. 그러나 암의 마수는 여전히 그를 감싸고 있었다. 2000년 봄 또 다시 폐와 임파절에서 암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담당의사로부터 가망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고통을 잠시 잊기 위한 항암치료만을 받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모든 치료를 거부한 채 식이요법만으로 암을 이겨내고 있다. 세번째 암은 그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했다. 1등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그가 이제는 두 아이와 후배들에게 사랑이 제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 후배들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바뀐 그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는 그는 늘 주변 사람들 걱정에 잠 못 이룬다. 자신이 떠나게 되면 홀로 남아 이 세상을 헤쳐나가야 할 아내, 이제 고등학교 2·3학년이 되는 연년생 남매, 회사 일이 힘들다며 투정을 부리는 후배, 삼촌처럼 되고 싶다는 의젓한 조카……. 그가 두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게 가슴 깊이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이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세번째 암을 선고 받은 이후에 그는 여행을 참으로 많이 다녔다. 일 때문이라는 핑계로 서울을 잠시도 떠나지 않았던 그가 자신을 버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체력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여행을 더 다녀볼 생각이란다. 여행은 돈과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위대한 일이라며, 자신을 버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그. 요즘에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을 권하고 있다. 세상을 다르게 보라고, 그렇게 긴 인생이 아니니 너무 서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왜 그라고 살고 싶은 욕심이 없겠는가? 왜 그라고 40대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겠는가? 그러나 죽음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가올 때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더 조급해 하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나는 삶을 얘기할 수 있겠네』의 저자는 조급할수록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안되면 돌아가고, 1등보다는 2등이 편안하며, 사랑이 있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그것도 순전히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눈부신 청춘을 보낸 한 인간이 죽음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영정사진과 함께 이 책을 준비했다. 이 책이 자신처럼 성급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충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신의 빈소를 찾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남기기 위해, 그리고 너무나 작은 인간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서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