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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EPUB
eBook 가미가제 독고다이
EPUB
김별아
해냄 201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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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올미꽃
진짜 아버지
홈, 스위트 홈
비밀
만남
그 여자

첫 키스
사육제
너의 마차를 별에 걸어라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데뷔 초기 사회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을 발표해 젊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 『미실』은 '화랑세기'에 기록된 신비의 여인, 미실을 천오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현대에 되살린 소설이다. 타고난 미색으로 진흥제, 진지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데뷔 초기 사회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을 발표해 젊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의 대표작 『미실』은 '화랑세기'에 기록된 신비의 여인, 미실을 천오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현대에 되살린 소설이다. 타고난 미색으로 진흥제, 진지제, 진평제와 사다함 등 당대 영웅호걸들을 녹여내고 신라왕실의 권력을 장악해 간 미실의 일대기를 통해 현대와 같은 성모럴이 확립되기 전의 여성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는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요녀로 전락하지 않은 자유로운 혼의 여인과 그런 여인이 가능했던 신라를 그려낸다. 또한 가장 자연스러운 여성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이 작품은 적극적인 탐구 정신, 작가적 상상력, 호방한 서사 구조를 바탕으로 그간 우리 문학에서 만나지 못했던 전혀 새롭고 개성적인 여성상을 그려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스럽고도 우아한 문체 속에 거침없는 성애 묘사가 소설과 역사를 읽는 묘미를 풍성하게 해준다.

『가족 판타지』에서 작가는 아이와 그녀의 사랑이, 그가 중심이 되어 이루고 있는 가족 관계가, 그리고 전통적 가족의 범위를 벗어난 확장된 관계로서의 가족이 인류애와 박애주의로 연대하는 것을 꿈꾸고 내일에 저당 잡히지 않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 혼자서도 행복하고, 헤어져서도 행복하고, 다시 만나서도 행복하고, 상처와 장애와 실패와 절망 속에서마저 행복할 수 있는 것이 그가 희망하는 가족 판타지를 넘어선 가족의 참모습을 제시하였다.

‘일본 천황가 폭탄 투척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조선 청년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치명적 사랑을 그린 『열애』에서 작가는 『미실』에 이어 다시 한 번 가열 차게 벼린 내공 풍부한 역사소설을 선보인다. 일본제국주의와 식민지 간의 관계, 일본 내의 식민지였던 가네다 후미코, 일본 사상사에서 후미코의 의미, 아나키스트이자 허무주의자이며, 테러리스트이자 시인인 박열의 투쟁 그리고 이들의 사랑을 버무려 그저 ‘조선인 독립운동가와 일본인 아내'라는 한 문장으로 일축되었던 이들을 생생하게 복원하였다. 국경, 이념, 죽음까지도 초월한 ‘인간의 인간에 대한 사랑’, 즉 인류의 숭고한 가치인 휴머니즘이 발로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에세이집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에서는 상처와 시련이 바닥을 치는 고통 속에서도, 죽도록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귀하고 감사한 일인지. 저자는 자신이 책과 시를 읽으며 삶과 사랑을 사유하고 길을 찾아간 경험을 토대로 눈물 흘리고 힘을 얻고 닫힌 마음을 열었던 그의 지난한 기억들을 글로 담아냈다.

소설집으로 『꿈의 부족』, 장편소설 『미실』, 『열애』,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 『축구전쟁』, 『영영이별 영이별』, 『논개1, 2』, 『백범』, 『열애』, 『가미가제 독고다이』, 『채홍』, 『불의 꽃』,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탄실』, 『구월의 살인』, 산문집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식구-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가족 판타지』,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삶은 홀수다』,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스무 살 아들에게』,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어린이책 『김순남』, 『장화홍련전』, 『치마폭에 꿈을 그린 신사임당』, 『거짓말쟁이』, 그림책 『네가 아니었다면』, 청소년 평전 『찰리채플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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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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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DRM) | 6.48MB ?
ISBN13
9788973372577

책 속으로

“비극이다. 우리 근현대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비극에 맞대면하여 슬픔을 감내하는 일이다. 하지만 비장하고 엄숙한 방식만으론 그 비극 속에서도 징그럽도록 끈질기게 존재했던 인생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다. 기실 소수의 큰사람을 제외한 평범한 인간들의 삶이란 너덜너덜한 일상을 가까스로 짜깁기한 남루한 누더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리하여 결국 나는 그 비극 속에서 가장 희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희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더욱 비극적이고, 인간적인.” --- 〈작가의 말〉 중에서

‘돈! 돈을 벌어 출세해야 한다!’
아버지는 고작 열일곱 살의 소년이었지만 무섭도록 빠르게 세상에 적응해 갔다. 청계천 거지굴에 기거하며 동냥밥을 얻어먹고 다니던 아버지는 때마침 건설 중인 한강 인도교 공사 현장에 잡일꾼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그야말로 거지가 꿀 얻어먹듯 천우신조의 기회를 잡은 것이었으나 그 모두는 아버지는 자기부정에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아버지는 거지꼴을 하고도 자신이 거지라고 생각지 않았고, 막일꾼으로 등짐을 지고 줄다리를 숱하게 오르내릴 때에도 자신이 막일꾼으로 머물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1917년 가을에 마침내 다리가 완성되었을 때에는 자신이 인도교 준공의 총지휘자라도 되는 양 자부심을 느꼈다. 훗날 자가용을 뽑아 시승할 때에도 아버지는 기사에게 제일 먼저 한강 인도교를 건널 것을 주문했다.
“보라구! 이게 바로 내가 만든 다리야!” --- 〈진짜 아버지〉 중에서

“이 머저리야, 빨리 웃어!”
나는 뭔가를 잘못 들은 듯싶어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여전히 입가에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오른팔을 뻗어 반바지 아래 타이즈를 신은 내 허벅지 안쪽을 모질게 꼬집었다. 아아, 얼마나 따갑고 아팠던지 순간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자, 다시 한 번 찍습니다. 어머님은 아이들과 몸을 좀 더 붙이시고, 꼬마 신사분들은 솜사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처럼 입을 벌려 웃으세요. 다 같이 여기 보시고요. 찍습니다!”
미처 눈물이 고일 틈도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나는 어쨌거나 입을 벌씬 벌리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사진에 찍혔다. 웃음이나 울음이나 어차피 받침 하나 차이였다. 잡지에 실린 가족사진에서는 내 아픔이나 놀라움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나는 순진무구 천진난만한 도련님의 모습으로 좀 멍하고 맹해 보일 뿐이었다. --- 〈홈, 스위트 홈〉 중에서

“가와모토 유지를 면회 왔습니다.”
“수감인과는 어떤 관계인가”
“동생입니다.”
“가족 면회는 이 인까지 가능하다. 신청자는 일 인뿐인가”
그렇다고 대답을 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옆구리를 꾸욱 찔러왔다. 화들짝 놀라 쳐다보니 난생처음 보는, 그러나 어쩐지 낯설지만은 않은 여자가 내 옆에 서 있었다.
“아니오. 이 인입니다.”
“수감인과는 어떤 관계인가”
“……약혼녀입니다.”
사무적으로 서류를 작성하던 구치소 직원이 돌연히 끼어든 그녀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말단 직원이라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무언가를 정탐하는 듯한 눈빛이 매서웠다. 그때 옆구리를 찌른 뾰족한 물체(나는 왜 그걸 언뜻 ‘칼’이라고 생각했을까)에 힘이 가해졌다. 어제 마신 술이 다 소화되지 않아 꿀렁거리는 배가 다시금 요동을 쳤다. 나는 얼결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왈카닥 게우듯 말했다.
“네, 맞습니다.” --- 〈만남〉 중에서

형이, 최형철이, 하경식이, 카와모토 유지가 전향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적’들은 의외의 지점에서 형을 무너뜨릴 비책을 찾았다. 아버지의 속물성과 천박함을 경멸하며 어머니 대신 손찌검을 받길 자청하던, 정작 어머니는 고까워하는 외가의 독립운동 내력에 그토록 큰 자부심을 갖고 있던, 어머니의 성씨와 항렬을 따라 가명을 만들 정도로 애착과 동질감을 느끼던 형에게 내가 바우 할아버지에게서 얼떨결에 들었던 ‘출생의 비밀’을 까발린 것이었다. (중략)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양반출신으로서는 자신만만하게 ‘해방’을 외치다가 백정 출신임이 밝혀지자 이마빡에 번갯불이라도 맞은 듯 안면을 바꾼 이유가 뭔가 백정이라기엔 너무 똑똑해서 곤란한가 백정이라기엔 너무 잘생겨서 곤란한가 내 돌대가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짱구가 지끈지끈 아플 지경인데, 질펀한 술자리는 본체만체하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거실을 가로지르는 어머니를 향한 형의 눈길에서 뜻밖의 빛을 발견했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형의 눈빛이 아버지의 그것과 꼭 같았다. 혹시 형은 자신의 핏줄에 흐르는 것이 천한 백정의 피라서…… 창피하고 부끄러웠단 말인가 열등감과 보상 심리를 느꼈단 말인가 에이, 설마……. --- 〈형〉 중에서

현옥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순간, 갑자기 삶과 죽음에 대한 분별심이 솟구쳤다. 죽기 싫어졌다. 맹렬하게 살고 싶어졌다. 나 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삶의 의지가 퐁퐁 샘솟았다. 물론 현옥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꼭 깨물며 한 다짐은 아니지만(난 생겨먹기를 그렇게 진지하고 엄숙한 종자가 아니다)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느니 내가 대신하는 편이 분명히 나았다. 하지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물거품을 뿜으며 달려드는 파도 앞에서 나는 거듭거듭 스스로를 향해 질문했다. 어느새 나도 형을 닮아 속말이자 참말을 함부로 발설하는 걸 주저하게 된 건지, 진짜로 부르짖고픈 말을 통역하자면 아마도 이쯤일까
“빌어먹을, 난 죽고 싶지 않아!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고 싶다고!” --- 〈첫 키스〉 중에서

세키가 이끈 부대의 공식 명칭은 ‘신푸(神風) 도쿠베츠-고게키타이’, 줄임말로 ‘독고다이’라고 부르는 특별공격대였다. 하지만 요미가나(한자를 일본어로 읽는 방법)에 익숙지 않은 미군 내의 니세이(일본인 2세)들이 ‘신푸’를 ‘가미가제’라고 부르면서 나중에는 공식명보다 별칭이 더 유명해지게 되었다.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는 미친놈들만 빼고 다 알았다.(아니, 어쩌면 미친놈들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최초에 자살 공격을 명령한 해군중장 오니시와 그의 참모들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250킬로그램의 폭탄의 위력은 만만찮았지만 항공모함을 침몰시킬 만큼 대단한 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이 화재를 일으켜 한동안 갑판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판을 망치는 정도의 ‘엄청난’ 전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종사들의 ‘하찮은’ 목숨이 무수히 필요했다. 타고난 흥정바치인 아버지를 붙잡고라도 물어보고 싶었다. 이게 도대체 이문이 좀이라도 남는 장사인가요

--- 〈사육제〉 중에서

줄거리

전쟁이 말기로 치달으며 식민지의 비극도 끝을 향해가던 1940년 전후, 백정의 피를 씻어보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재산 축적을 최대가치로 둔 아버지는 족보를 구입하고 진짜 양반가 여자를 배필로 맞아 겉보기에는 완벽한 모던 가정을 꾸린다.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라는 이력을 가진 어머니는 쇼핑과 자녀교육에 몰두하며 겉보기에는 충분히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무엇에도 흥미를 둘 수 없어 그저 인생을 소비하는 나 하윤식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는 달리 결벽하고 귀족적이고 우아한 형을 숭배했는데, 어쩐 일인지 형을 대하는 어머니의 태도는 냉정하다 못해 증오의 눈빛마저 느껴져 의아해 한다. 어느 날 바우라는 노인이 집으로 찾아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고 이로 인해 아버지와 어머니는 심하게 다투고 그들의 사이는 냉랭해진다.
한편 철저하게 일본인들의 ‘개’로 부려지는 아버지는 나날이 번창하는 사업으로 기뻐 죽을 지경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어떤 일에도 심드렁해 하는 나는 허랑방탕한 생활로 시간을 죽이는 데 급급하다. 그러던 중 동경에 유학을 갔다던 형이 어느 날 ‘주의자’가 되어 잡혀오고, 나는 수감소로 면회를 갔다가 형을 숨겨줬다는 수수한 여자 현옥을 만나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

나라를 팔아먹는 졸부의 아들로 태어나
냉소와 번민으로 몸부림치는 ‘모던뽀이’의 삶에
어느 날 벼락같이 찾아온 뜨거운 사랑!
베스트셀러 『미실』의 작가 김별아 신작 장편소설

삼천만이 볼모가 되어버린 비극 속에서
희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더욱 비극적이고 인간적인 모던 청년 이야기


한일 강제병합 100년, 나라를 빼앗긴 후 권력을 좇을 것이냐 권력에 저항할 것이냐를 놓고 지식인이 고민하던 시절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실상 어떠했을까? 식민지 백성이 추구해야 할 목표란 나라를 되찾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에 집중해, 다분히 좋거나 재미있는 것을 욕망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애써 외면해 오고 있었던 게 아닐까.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은 작가 김별아가 문학 인생 17년의 전기를 삼겠다는 포부로 세상에 내놓는 가미가제 독고다이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는 내력’을 가진 한 ‘모던뽀이’의 심상찮은 사랑 이야기로, 시대의 큰 흐름 속에서 표류하는 한 인간의 삶을 유머와 위트가 버무려진 문장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올해 2월부터 인터넷 교보문고에 연재를 시작해 3개월 동안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이 소설은, 작가가 백범 논개 열애에서 실존인물을 소재로 삼고 ‘역사’에 집중했던 것과 차별화하여 역사 속에 분명 존재했던 ‘조선인 가미가제’를 소재로 상상력을 극대화해 ‘시대’를 쓰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다. “경박하고 천한 시대에, 돈과 협잡이 판치는 시대에, 망각과 배반이 횡행하는 시대에” 누가 역사를 읽는다고 과거를 이야기하는가 하는 자문에, 작가는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패배와 절망의 기록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며 지나온 날들을 되새길 것을 제안한다.
이 작품은 1940년대를 전후한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암울한 현실을 그리기보다는 그 안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백정의 자식임을 숨기고 신분을 세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 남편의 내력을 뻔히 알면서도 금전적 자유를 위해 결혼을 선택한 ‘신여성’ 어머니, 희멀건 얼굴에 훤칠한 키로 누구보다 센티해 보이는 형, 그리고 열일곱에 이미 유년을 마감한 채 “모든 것이 다 귀찮고 허무하고 재미없는” 청춘이 되어 허랑방탕한 생활을 일삼는 주인공…… 이들이 꾸리는 ‘울트라 모던’한 가정의 위선과 ‘촌스러운 희극’ 무대와도 같은 모순이 냉소와 아이러니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작가는 ‘콩가루 집안’으로 표현되는 한 집안과 인생의 가장 격정적인 스무 살을 지나온 청춘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민족이나 이데올로기가 목숨이었다면 누군가에
게는 돈이 목숨이었고 누군가에는 사랑이 목숨이기도 했다는 사실, 단순히 이분법의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별적인 삶, 때론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위선과 무개념으로 인해 비난을 초래하는 삶일지라도 그것 역시 우리 삶의 한 모습임을 일깨운다. 추구하는 방향이 제각각이었기에 대의명분에 충실하던 ‘주의자’가 출생의 비밀이라는 아킬레스건이 꺾여 사상을 등지고, 마냥 방황할 것만 같던 주인공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법한 고무신 한 짝에 인생을 송두리째 걸어도 개연성이 확보된다. 각자가 추구하는 목적이 요동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등져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바닥으로 곤두박칠 치는 주인공처럼 무모한 현실 속에 인생을 고스란히 꼬라박으며 희생을 감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희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더욱 비극적이고, 인간적”이다.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킬 뿐 아니라 생생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아가 아련한 청춘의 기억을 되살리는 이 작품은 ‘헛헛한 삶에서 우리를 살리는 고귀한 가치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또다른 대답이 될 것이다.

등장인물

하윤식(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위선으로 콩가루가 된 집안에 무관심한 듯 냉소와 방탕한 생활로 일관하는 스무 살 청년. 형을 향한 동경 이면에 질투심도 가지고 있으나, 사랑 앞에서 순식간에 약해지고 만다.

하경식(형)
외모나 성적 모든 면에서 뛰어나 ‘나’의 우상이 된 인물로, 나라를 팔아먹는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며 ‘주의자’의 길에 들어서는 바람에 아버지의 애간장을 끓게 한다.

하계운(아버지)
백정의 자식이라는 신분을 속이며 과감히 신분세탁에 몰두하지만, 옛사랑에게는 어수룩한 그 모습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마는 소심한 인간. 오직 돈만이 인간을 구원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서라면 모욕이나 친일 행각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선(어머니)
독립운동가의 딸로 태어나 신여성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스키와 커피에 열광하는 30년대 ‘된장녀.’ 가난과 열등감을 벗어나려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하고 인생을 즐기는 일에 몰두한다.

현옥
경식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을 쌍방의 것으로 착각하는 사회주의자 여공. 낡아빠진 고무신 뒤축 하나로 한 인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매력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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