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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모델은 완성품을 장식할 때보다 조립할 때가 훨씬 즐겁다. 누구나 감탄할 정도로 멋지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모델을 받기보다, 실패할지언정 내 손으로 색을 칠하고 세메다인 접착제를 바르면서 완성된 모습을 상상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내 인생을 플라스틱 모델처럼 시험하기엔 지불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인생은 다시 구입하지 못하니 말이다. --- p.20
금방 잠이 들고, 오랫동안 푹 잔다는 건 젊다는 증거라고 예전에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오래 자지도 못한다고 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신이 포기할 정도로 젊은 것이다. --- p.45 하지만 나는 안다. 그녀가 진심으로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어째서 뛰어들지 못하는 지는 잘 안다. 우리는 뛰어들고 싶어도 뛰어들 힘조차 없다. 무엇에 뛰어들면 좋을지도 우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 --- p.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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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과 덧없는 기대감이 공존하는 세계
이토 다카미가 그려내는 애절한 청춘의 단상 제135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 이토 다카미의 데뷔작 ‘신인상’ 수상은 좁은 문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적지 않은 신인 작가들이 문단에 들어선다. 그 이후로도 작가로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은 꽤 어려운 일로, 저명한 상을 획득하는 이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토 다카미는 그 소수의 작가들 중 하나이다. 그는 1995년 제32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기념비적인 데뷔작이 바로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이다. 이 작품을 통해 문학계의 기대주로 등극한 이토 다카미는 2006년 일본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너와 나, 우리들만의 사랑스러운 회전을 멈추지 않고, 언제까지나 함께일 수 있다면…….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는 지역 간의 대립을 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마치 일본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두 사람의 사랑에만 집중되지 않는다. 가오루와 미오의 감정들, 그리고 둘 사이에 혼란을 일으키는 지역 문제와 주변 인물들 간의 트러블 등은 주요 사건인 동시에 일종의 배경 역할을 한다. 가오루가 자주 듣는 팝송들은 그 배경의 BGM이다. 이들이 어우러진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 주인공 가오루가 지나온 청춘의 한 장이 완성된다. 동시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과거의 반짝였던 어느 한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토 다카미가 그린 주인공들의 삶은 대부분 사소한 불행과 소박한 행복으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방황하며 주인공들은 인생과 인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나하나 정립해나간다. 그런 과정을 그려낸 그의 소설에서는 깊은 맛이 난다. 데뷔작에는 그 작가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 작품으로서 그 의미를 증명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이 죄어드는 애절함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인간 삶의 깊은 세계를 표현하는 것은 이토 다카미 특유의 장기이다.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들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그의 작품 세계는 초기작인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를 시작으로 하여 지금까지도 꾸준히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