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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공관 가까운 경종 소리에 공연히 놀라고, 제부에게 거안제미로 후한 대접을 하다
亂撞鍾比舍受虛驚 齊案聯襟承厚待 12 원수를 뒤로하고 중재자를 번거롭게 하고, 도깨비장난을 하는 척하며 답요낭을 재촉하며 돌리다 背家拜煩和事老 裝鬼催轉踏謠娘 13 성문을 열고 육수보 머리를 얹고, 서로 짜고 한 마작에서 주소화가 이기다 城門陸秀寶開寶 擡轎子周少和和 14 혼자 계집질하다 보기 좋게 망신을 당하고, 합세하여 도박하려고 몰래 한패가 되다 單單單明受侮 合上合合賭暗通謀 15 도명주는 공화리로 출타하고, 이실부는 화우루에서 아편을 피우다 屠明珠出局公和里 李實夫開燈花雨樓 16 대부호는 싸게 먹으려다 독과를 심고, 아가씨는 소일하려고 꽃패를 두다 種果毒大戶拓便宜 打花和小娘陪消遣 17 일부러 딴청을 부리며 늙은 어미를 속이고, 무슨 낯으로 조카를 엄중하게 꾸짖을 것인가 別有心腸私譏老母 將何面目重責賢甥 18 조끼를 걸쳐주는 호의는 정을 돈독하게 하고, 쌍대를 마련하여 재산을 늘려주는 것은 화를 누그러뜨리게 하다 添夾厚誼深情 補雙阜財能解 19 깊은 속을 잘못 이해한 두 사람의 정은 깊어지고, 약한 몸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병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다 錯會深心兩情浹洽 扶弱體一病纏綿 20 시름에 겨워 거울 앞에서 헛소리를 쏟아내고, 정이라는 마귀가 움직여 동침하다 악몽에 놀라 깨어나다 提心事對鏡出言 動情魔同衾驚夢 21 잃어버린 물건을 묻는 손님을 속이려 점괘를 묻고, 귀가 시간을 정한 아내가 무서워 몰래 술자리를 벌이다 問失物瞞客詐求籤 限歸期妻擺酒 |
韓邦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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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후스에서 장아이링까지
중국의 문호가 극찬한 작가 한방경이 다시 쓰는 중국 소설사 “평담하면서 사실적인 작품”(루쉰), “소주(蘇州) 방언문학의 걸작”(후스), “갑자기 끝을 맺는 결말의 백미”(장아이링) 등 당대는 물론 이후 『해상화열전』을 접한 중국의 문호들은 이 소설의 등장에 주목하고 문학성에 대해 평하며 작품이 주는 감흥의 연원을 다양한 시각에서 평해왔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창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극찬 받는 이 소설이 현대 일반 독자에게 널리 알려지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현지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작품의 출간 및 유통이 제한되는 부침을 겪기도 하다가 1981년 장아이링의 표준어 번역본 출간을 계기로 일반 독자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대만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면서 작품의 현대성이 증명되기 시작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중국 고전문학자 오오타 타츠오에 의해 1969년 헤이본샤 중국대표 고전 목록에 포함되었고 서양권에서는 장아이링의 영역본을 저본으로 삼아 2005년 컬럼비아대학 출판사에서 『The Sing-Song Girls of Shanghai』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작품의 명성이 검증되었다. 올해 한국어 번역본 출간을 계기로 이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해상화열전』을 만날 준비가 되었다. 문학작품, 특히 고전을 읽는 계기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새롭고 낯선 이 소설을 처음 만나게 될 국내 독자들에게는 작가 한방경의 삶과 글쓰기 자세에 주목해보는 것이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 일찍이 글쓰기에 재능을 보여 수재(秀才)로 이름났던 한방경은 여러 필명으로 글을 쓰며 뚜렷한 작가적 자의식을 내비쳤다. 『신보(申報)』 편집 주간을 지내며 시사(詩詞)를 비롯한 산문, 논설, 희곡, 평론 등 다양한 글을 썼으며 한때 막료 생활을 하기도 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새로움을 추구했던 그의 글쓰기는 향시에서 요하는 공식 문체와는 상당 부분 괴리가 있었고 정식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채 평생 글쓰기를 통해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의식을 모색하게 된다. 경계인으로서의 그의 삶은 1892년경 절정을 이루어 상하이에서 직접 중국 최초 문예잡지『해상기서』를 간행하고 작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화야련농’이라는 인물을 서술자로 내세워 작품화하기에 이른다. 『해상화열전』은 바로 그가 글쓰기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새로움과 자유가 집약된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감정의 발견으로 재탄생한 19세기 말 상하이 화류계, 소설의 미시사로 펼쳐지는 중국의 격동기 어떤 객이 화야련농이 살고 있는 방으로 와서 64회 이후의 원고를 찾았다. 화야련농은 웃으며 자신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원고는 여기에 있소.” 객은 그 대략적인 내용을 청했다. 화야련농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의 책에서 얻은 게 있습니까 없습니까? 저의 책은 64회로 모두 갖춰져 있고 끝이 있는데, 또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한방경의「후기」중에서 『해상화열전』은 총 64회로 이루어진 장회소설로 상하이 조계지 화류계를 배경으로 다양한 계층을 형성했던 기녀들의 일상을 미시적으로 펼쳐낸다. 소설은 유일한 주인공의 전기를 총체적으로 구현하는 전통적 서사를 거부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30여 명의 기녀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일상을 사건으로 만드는 파편적 이야기의 다발로 구성된다. 작가 한방경은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서술자 대신 마치 카메라의 시선이 된 듯 기녀들이 다양한 신분의 표객, 기생어미, 하인과 관계를 맺고 일상을 꾸려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펼쳐낸다. 뿐만 아니라 마치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당시 상하이의 생활사를 구축하기라도 하려는 듯 도시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상하이 조계지의 장소 ― 기루, 찻집, 아편관, 공원, 매음굴 ― 와 거리를 스냅사진처럼 묘사한다. 한편 『해상화열전』을 여러 번 탐독하며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이 소설을 널리 알리는 데 공들였던 현대 중국문학의 대표 기수 장아이링이 강조했던 것처럼 ‘갑자기 끝을 맺는 결말’에 주목하는 것은 『해상화열전』이 보여주는 도시 상하이의 생활사만큼이나 이 소설을 읽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대단원의 결말 없이 저마다의 독특한 사연을 간직한 기녀들의 굴곡진 삶을 펼쳐내는 소설의 결말이 다다르는 곳은 여전히 기루에서 흘러나오는 그녀들의 노래이고 표객들이 드는 화권과 술잔이며 아편관을 가득 채우는 흰 연기이다. 문체와 형식상의 변화와 실험을 통해 중국 소설사의 한 획을 그은 『해상화열전』을 읽는 것은 마차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며 기루를 드나드는 인물의 행동과 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행간에 머무는 감정의 흐름을 통해 19세기 말 중국 격동기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