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은 그저 지켜야 할 규범일 뿐일까?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한 장르 기반 문법 교수법
우리는 흔히 문법을 텍스트의 종류나 맥락과는 무관한 독립적인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글쓰기를 위해 익혀야 할 규칙의 집합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문법교육은 주로 정확한 단어를 문장 안에 적절하게 배열하는 데 관심을 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법이 적용되는 대상, 즉 텍스트는 언제나 고유한 맥락 안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든 텍스트는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작성된다. 이때, 텍스트의 유형에 따라 읽고 쓰는 맥락이 다르다는 사실은 각각의 텍스트에 필요한 문법적 지식도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해설하는 설명문에 쓰이는 언어와 감정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사문에 사용되는 언어는 그 문법적 특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목적을 위한 글에는 다른 유형의 글과는 구분되는 특징적인 문법이 있으며, 그러한 문법을 알고 적절하게 활용할 때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를 배울 필요가 있다.
이렇듯 텍스트의 목적 및 기능과 긴밀히 연관된 문법교육을 실행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장르를 텍스트의 목적에 따라 분류한다. 보고서, 기행문, 편지, 에세이, 소설 등의 개별적인 텍스트 종류가 아니라, ‘묘사하기, 설명하기, 지시하기, 주장하기, 서사하기’라는 다섯 가지 장르를 제시하면서 각 장르에 해당하는 문법의 특징과 구조를 예시와 함께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이러한 장르 기반 문법을 가르치는 구체적인 전략과 실제 쓰기 과제를 평가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학생의 작문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는 과정을 보여 준다.

국어교육학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다
이 책은 문법과 기능을 분리하고 상대적으로 텍스트를 소홀히 다루어 온 그간의 국어교육 연구와 실천에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어교육 이론에서는 작문에서 학생의 인지적인 과정을 강조해 왔고, 학생의 교사가 가르치는 작문 기능과 전략 역시 학생들에 인지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교사가 교실에서 실제로 대면하는 것은 구체적인 개별 텍스트이다. 이러한 텍스트를 적절하게 다루고 지도할 수 있는 명시적인 전략과 내용이 없다면 교사는 당황스럽고 무기력해지기 쉽다. 이 책에서는 문법과 텍스트의 장르를 연결함으로써 문법을 그저 규약이나 지침이 아닌 작문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기술로 가르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장르-텍스트-문법 모델은 문법과 문식성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텍스트 자체를 가르치는 것을 지양해 온 국어교육학에 새로운 문법관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