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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낚싯줄에 꿰인 지렁이는 무얼 하지?
“가끔 아빠나 형이 낚시를 하러 갈 때, 징그럽고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자못 소중하게 상자에 챙겨 가는 모습을 보았을 거예요. 보기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을 것 같은 분홍색 지렁이, 축축하고 미끈미끈한 걸로 봐서는 절대 가까이 다가가기 싫죠. 그런데 그 지렁이는 무슨 일을 할까요? 아, 물고기 밥이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이 책에 나오는 지렁이는 물고기 밥이 아니에요.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거든요.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어요. 입담은 또 얼마나 구수한지 배고픈 물고기들의 넋을 쏙 빼놓았지 뭐예요? 낚시찌 아래에서는 정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역할극은 어린 아이들이 즐겨 하는 가장 고전적인 놀이이다. 대상은 다양하다. 로봇일 수도 있고, 인형일 수도 있지만, 본질은 같다. 어른이 보기에는 단순한 사물일 뿐이지만, 아이들은 사물에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늘씬한 마론 인형은 예쁜 공주님으로, 때 묻은 강아지 인형은 공주님의 애완견으로, 구석에 쑤셔 박혀 있던 봉제 인형은 악당이 되는 식이다. 단순한 사물이 캐릭터가 되고, 캐릭터가 모여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아이들은 그 순간부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이 몰두하게 되는 그 순간, 놀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게 된다.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도록 작동시키는 이야기를 만드는 동안 감성과 논리를 지배하는 아이의 양쪽 두뇌는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물론, 이러한 성장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저 아이가 대체 무얼 하며 노는 걸까? 하고 갸우뚱하는 부모도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어디선가 또 다시 탄생할 수많은 지렁이 이야기 낚시를 즐기는 연령층은 어린이들보다는 어른들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어린이도 즐길 수 있는 활동처럼 보이지만, 사실 낚시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정적인 활동이다. 이런 낚시꾼의 모습을 일러 주나라 초기의 공신 강태공에 비견하기도 한다. 문왕에 의해 등용될 때까지 낚시질로 세월을 보낸, 천하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태공망 여상의 모습은 다분히 정적이다. 뛰고 구르고 걷어차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놀이는 아니다. 하지만 흔히 접하기 어려운 낚시, 그중에서도 보기 흉한 지렁이가 사실은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지렁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이 이야기를 읽은 어린이라면, 생소하고 징그러운 지렁이가 이제는 단순한 동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한번 이렇게 자극을 받은 상상력은 확장을 시도하게 된다. 새롭고 수많은 지렁이 이야기가 탄생하게 될 것이고, 주변의 모든 사물이 제한 없는 상상력의 도구가 될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에 날개를 달아 주고 싶은 마음, 어느 부모나 가진 공통적인 소망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어떤 엉뚱함이라도 나무라지 않고 받아 줄 수 있는 관대함이 필수겠지만, 마치 한 편의 단편 영화처럼 한정된 공간 안에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그림책의 세계로 아이와 함께 푹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