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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첫 바다
봄이라 말하려니 찬물 논산의 봄 윤택수 구두를 산 날 Pause 완도의 토요일, 진도의 일요일 엄마와 금강에 國內 봄밤 겨울, 이소라 사랑을 잃고 나는 찌네 긴자는 세월을 믿지 않는다 Ginza Things 그러나 우리는 매화를 보지 못하고 가든 낮에 있었던 일, 밤에 한 일 夏目 어둑하니 낙서 여름 바람 때문인가 배낭 여름이 오면 너에게 가지 않고 나의 맛집 파초 여기와 거기 권부문은 거기에 있었다 너무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그리고 이름을 썼다 오후의 값싼 확신 3월에 고백했는데 지금은 9월 으름을 알다 으름을 찾다, 과꽃을 대하다 머스크 빠흐동 La Divina Commedia 내 책은 오래되었으나 My October Symphony 아이돌 뭔 소리 하는지 Like a Prayer 서울에서의 마지막 탱자 밤으로의 긴 여로 겨울이었어 농부 홍순영 북쪽 접근 앙트완, 나는 부산에 다녀왔어 로컬 신 2010년 1월 4일 어제 내린 눈 패션과 입술의 부적절한 관계 but beautiful 인터뷰 그까짓 것 속초에서 雪國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마지막 봄 早春 동영배의 봄 듣고 있나요 어디에 있니 새벽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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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나는 네 그늘 밑을 통과하고 있다. 술자리를 파할 때 좋지 않았다. 무엇이든 겹겹이 눌어붙은 탁자 탓할 사람이 자신뿐인 억울함 남은 안주의 생김생김 돼지고기 부위가 적힌 출입문이 즐비한 골목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더러운 동네 벽마다 스민 묵은 냄새 역사를 갖추지 못한 것들의 추함 어쩌자는 건지 그럴수록 더욱 빛나는 전등들 혼자선 술을 잘 안 마셔요. 그럼요? 혼자니까 더러운 짓을 하지요. 걸었다. 골목도 차도도 무엇도 무섭지 않았다. 눈앞에 갑자기 휑하니 빈 주차장이 나타나는 일, 걸음을 멈추는 일, 진작에 알았어야 하는 그런 일, 됐어요. 이제라도 환하게 살면 돼요. 여기 다 환하잖아요. 그러다 익숙한 술집 간판과 마주쳤다. 그 집을 언젠가부터 가지 않았다. 일상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머리에 불을 켜고 택시가 서 있다. 나의 안식처 나의 터미널 “아저씨 이화동 사거리요. 미아 아니고 이화요, 이화. ” 지금이라도 강을 건널까 방문에 열쇠를 꽂으며 생각했다. 환각은 역부족인데 창밖에선 웬 놈이 꽥꽥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 돈 케 애애애애애 아 돈 케 애애애애애 창을 열고 냅다 물을 한 바가지 끼얹었다. 4층에서 떨어진 물은 아주 그냥 짝 소리가 났다 ---「밤으로의 긴 여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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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기쁨이라면 노래로 만들어서라도 부르고 싶었습니다. 가령, 15세기 독일 작가가 쓴 책을 19세기 조선 도공이 빚은 그릇 곁에 두고 1970년대에 녹음한 노래를 들으며 오늘 아침 꽃을 피운 자귀나무를 보는 지금을 말입니다. 모두 여기 있으므로, 추억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기에 아름답다 생각했습니다. 여럿을 순서없이 모았습니다. 한층 어렴풋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입니다. 당신을 향한 말은 여전히, 누구세요? 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은 응당 웃는 인사려니 짐작합니다. 거기에 있는 당신은 지금 첫 바다이고,
여기 제 이름은 장우철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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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에디터 장우철의 첫 책!
『여기와 거기』 하필 그날 마주친 계절과 생각과 이름들에 대하여 1. 여기, 사진가보다 사진 잘 찍고 문인보다 글 잘 쓰기로 소문난 기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남성잡지『GQ』의 한국판 창간호가 만들어진 2001년부터 지금껏 그곳에서 밥벌이를 하는 뚝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지요. 이직과 사직이 길 가다가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일상처럼 일도 아닌 잡지 시장에서 이처럼 십 년 넘게 한 책상과 한 의자를 지켜온 이가 몇이나 될까 그에게 묻고 싶은 마음이 알고 싶은 마음보다 조금 앞섭니다. 흔치는 않은 일이니까요. 그만큼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도 하는 까닭이니까요. 책 한 권을 앞에 두고 자자, 왜 이리 뜸을 들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앞서 이런 변명거리를 대보렵니다. 월간지 기자로 매달 question의 주인이었을 뿐 answer의 주인공인 적은 거의 없었을 터, 9년 전 처음 책을 출간하자는 제의를 받고도 미루고 미뤄왔던 건 그의 부끄러움이 그의 망설임이 어찌 보면 좋은 책, 세상에 단 한 권뿐인 나의 책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았나, 다 만들어진 책 한 권을 놓고 보니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책을 책이게끔 하는 모든 요소의 감각에 관한한 참으로 열린 땀구멍을 가진 그가 아닌가, 이렇게 사는 일도 참 쉽지만은 않겠으나 그 참 행복하겠구나, 그러니 타고난 그 센스 한번 배워봄직도 할 만하겠구나. 『여기와 거기』는 바로 그런 책입니다. 잡지라는 잡다함의 뿌리를 모태로 몸 자체를 지도로 키운 사람, 그 몸을 믿고 밀어 여기든 거기든 제 몸속에 시간과 공간의 한데 있음을 새긴 사람, 괜히 그러려고 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음을 충실히 기록한 사람,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글을 다듬고 사진을 가렸습니다. 딱히 여행이라 생각지 않고도 여기저기 쏘다녔습니다. 그러다 마주친 풍경과 사람과 노래와 나무와 종이와 돌과 자동차와…… 세상의 모든 것들은 따로따로 있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거기에 있는 것과 여기서 생각나는 것이 어떻게든 이어져 있었습니다. (……) 봄에도 눈이 오고 어떤 여름밤엔 카디건이 아쉽듯이 한결같지 않은, 결코 한결 같을 수 없는 충동을, 그 충돌을 좋아한다 말하고 싶었습니다. (……) 가령, 15세기 독일 작가가 쓴 책을 19세기 조선 도공이 빚은 그릇 곁에 두고 1970년대에 녹음한 노래를 들으며 오른 아침 꽃을 피운 자귀나무를 보는 지금을 말입니다. -「서문-첫 바다」중에서 그의 이름은 장우철입니다. 2. 『여기와 거기』는 사계절을 기점으로 총 5부로 나눈 뒤 글과 사진을 고루 섞었습니다. 일반적인 나눔에 첨가된 특이라면 ‘surface’라고 한 부를 빼어 사진만 담아놓은 페이지들이지요. 보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 안에서 파생되는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들의 몫으로 돌려놓는 유연함이 돋보인다 하겠지요. 계절마다에는 또한 명명을 이렇게도 해두었다지요. ‘봄이라 말하려니’, ‘낮에 있었던 일, 밤에 한 일’, ‘그리고 이름을 썼다’, ‘겨울이었어’, ‘마지막 봄’. 부의 제목들만 보더라도 그 계절들을 넘어서는 발화의 지점들. 『여기와 거기』는 사진 속 꽃이 피어서 봄에 있지 아니하고 문장 속 눈발이 날려서 겨울에 있지 아니한, 이른바 헛것처럼 한층 어렴풋한 기억을 따라 묶어본 책입니다. 글을 쓰고 글을 다듬고, 사진을 찍고 사진을 가려내는 솜씨가 도공의 그것처럼 예민하고 빈틈이 없어놔서 그 어떤 누구의 그림자도 흠칫 비치지 아니한 책이지요. 그리하여 ‘장우철스럽다’라는 고유의 라벨이 붙어도 될 만한 책이지요. 그는 늘 길 위에서 바쁜 사람이었으나 딱히 그 행로를 여행이라 명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마주친 풍경과 사람과 노래와 나무와 종이와 돌과 자동차와…… 세상의 모든 것들은 따로따로 있지 않음을 알았”다는 그는 거기에서 존재하던 것들이 여기서 생각나는 것들이 어떻게든 이어져 있음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모두 여기 있으므로, 추억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기에 아름답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기에 여럿을 순서 없이 모을 수 있었다는 그. 『여기와 거기』는 이렇듯 길 위에서 그가 마주친 계절과 생각과 이름들의 합집합입니다. 사계절이니 만물의 피고 짐이 빠질 수가 없었고요, 오만가지 생각이니 잡다한 모든 떠올림이 안 될 이유 없었고요, 부르면 임자인 게 이름이니 만나고 헤어진 무수히 많은 사람들 가운데 유독 울림 깊은 이들을 두고 갈 수 없었던 것도 바로 그러한 까닭에서였습니다. 물론 이는 그가 남들보다 한 달씩은 앞서 사는 기자로서 그의 생리가 반영된 회화이기도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에세이로 보임직한 이 책이 잡지사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충실한 교과서로 귀하겠구나, 했던 건 자기 문체의 고유성을 간직한 에디터가 쉽게 나올 수 없는 풍토 가운데 어떻게 고집을 피워야 하는지 제 글과 제 사진의 흥과 취와 벽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서입니다. 특히나 사람을 마주하고 있을 때 그는 그 마주한 사람으로부터 정말이지 사람스러운 그 어떤 것을 끌어낼 줄 압니다. 다른 기자 앞이라면 말을 참고 말을 계산하고 말을 이기려는 사람들이 장우철이라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자유로워지고 한없이 풀어지려하고 한없이 내켜지려하는 말을 구사할 때, 아마도 그가 사람에게 품은 진심을, 사랑이라는 아름다움을 들키도록 놓아둔 것이 아닌가, 싶을 적 왕왕입니다. 예컨대 이런 대목을 보면 말이지요. 이소라의 가사만큼 혹독하고 매섭고 진하고 슬픈 그런 가사도 없죠. 술집에서 늦게 늦게 굳이 당신의 노래를 신청해 들으며 ‘이소라 이 미친년’ 그러기도 하죠. -p51「겨울, 이소라」중에서 몇 년 전에 인터뷰할 땐, 술 마셔라 타락해라 그런 얘기를 밑도 끝도 없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말이 전혀 필요 없어 보여요. 심지어 술을 끊은 사람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연애를 해봤네 안 해봤네 하는 얘기를 여전히 흥미로워들 하죠. 그 방식은 항상 태양을 곤란하게 하고요. -p323 「동영배의 봄-1988년생, 다른 이름은 태양」중에서 『여기와 거기』는 그 어떤 필요를 앞전에 두고 쓰인 책이 아닙니다. 목적 없음을 목적으로 하는 책은 그러나 고집으로 무지하게 힘이 센 법이라 사소한 쉼표나 마침표 하나, 흘린 침 한 방울이나 떨군 머리카락 한 가닥도 예 있음의 당위를 기능케 하지요. 산다는 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내 몸에 내 피로 매일매일 흐르고 있음을 순간순간 부지불식간에 깨닫는 일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