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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향연

책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머리말
서론-군중의 시대

1부 군중의 혼
군중의 일반적인 특징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
군중의 사상, 추론 그리고 상상력
종교적인 형태를 띠는 군중의 모든 확신

2부 군중의 믿음과 의견
군중의 믿음과 의견에 영향을 준 간접적인 요인
군중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요인
군중의 지도자들과 그들의 설득수단
군중의 믿음과 의견이 변할 수 있는 한계

3부 군중의 다양한 범주의 분류와 기술
군중의 분류
이른바 범죄군중이라고 불리는 군중
중죄재판소의 배심원들
선거군중
의회

부록
Ⅰ. 베르나르 당티에,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해설]
Ⅱ. 야프 판 히네컨, [시겔레, 타르드, 르 봉 그리고 우선권 논쟁]
Ⅲ. 조셉 W. 벤더스키, [“패닉”: 미국의 군사사상에 미친 르 봉의 군중 심리학의 영향]
Ⅳ. 조르주 소렐, [서평]

옮긴이 해설: 귀스타브 르 봉과 《군중심리》

저자 소개

저자 : 귀스타브 르 봉 Gustave Le Bon
1841년 프랑스의 작은 군청소재지 노장 르 로트루에서 태어나 지역을 옮겨 다니며 초중등학교를 마쳤다. 간접세사무소 하급 임시직으로 일하다가 위생보건에 관심이 있어 1864년 파리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박사과정을 못 마쳤지만 의학논문을 책으로 펴내 4년도 안돼 11쇄를 찍어 유명해졌다. 모스크바,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네팔 등지를 여행하며 생물학, 인류학, 지리학, 고고학으로 관심을 확장했다. 『군중심리』(1895), 『민족 진화의 심리학적 법칙』(1894), 『교육심리』(1902), 『물질의 진화』(1905), 『물질의 탄생과 소멸』(1907), 『여론과 믿음』(1911), 『프랑스 혁명과 혁명의 심리』(1912) 등의 저서가 있다. 1931년 12월 14일 눈을 감았을 때 당시의 유력신문 『주르날 데 데바』는 1면에 사망기사를 냈다: “귀스타브 르 봉의 다채롭고 충실한 활동을 멈추게 한 죽음은 비범한 인물을 빼앗아가 버렸다. 그는 보기 드문 정신을 지닌 자였으며비범한 지성의 소유자였다. 과학과 철학은 결정적 손실을 입었다.”
역자 : 이상률
고려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회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프랑스 니스대학교에서 수학하였다. 주요 번역서로 가브리엘 타르드의 《여론과 군중》 《모방의 법칙》, 막스 베버의 《유교와 도교》 《직업으로서의 학문》, 칼 뢰비트의 《베버와 마르크스》,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에드가 모랭의 《스타》, 로제 카이와의 《놀이와 인간》, 피터 버거의 《사회학에의 초대》,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등이 있으며, 《칼 마르크스와 베버》를 편역하였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153*224*30mm
ISBN13
9788996852216

책 속으로

무조건적인 단언은 어떤 사상을 군중의 정신 속에 스며들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이다. 모든 시대의 종교책이나 법전은 언제나 단순한 단언으로 처리하였다. --- p.122

교육군중에게 교육이란 암송하고 복종하는 것이다. 수업을 받고 문법이나 개설서를 외우며, 잘 반복하고, 잘 모방하는 것, 이것은 우스꽝스런 교육이다. 모든 노력이 선생님의 무오류성 앞에서의 신앙행위이며 우리를 쇠약하게 하고 무능하게 만들 뿐이다.--- p.93

학교가 사람들을 인생을 위한 준비를 시키기는커녕, 스스로 방향을 잡지 않아도 또 창의적인 총기를 발휘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공직을 위해서만 준비시킨다. --- p.94

정치의회는 지구상에서 천재성의 광채가 가장 적게 느껴지는 곳이다. --- p.186

우리는 군중이 피비린내 나는 잔인함에서 관대함이나 결연한 영웅심으로 순식간에 넘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군중은 쉽게 사형집행인이 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쉽사리 순교자도 된다. --- p. 40

뛰어난 학자일지라도 그들의 전문분야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군중의 모든 성격을 지닌다. --- p.46

군중은 추론하지 않거나 잘못 추론하며 또 추론에는 쉽게 영향 받지 않는다. --- p.67

지도자는 두 부류로 아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한쪽은 강력하지만 일시적인 의지를 지닌 정력적인 사람이다. 다른 한쪽은 전자보다 훨씬 드문데, 강력하면서도 동시에 지속적인 의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 p.119

출판사 리뷰

‘즐거운 혁명’으로서의 대중운동의 우울한 기원

‘억압된 것들의 귀환’으로서의 대중사회의 도래! 붉은악마현상, 촛불집회, 싸이현상, 아큐파이 운동 등 근래 우리가 국내외적으로 목도하고 있는 일련의 ‘즐거운 혁명’이나 ‘감성혁명’들로 상징되는 ‘대중의 시대’는 우울하고 착잡한 기원을 지니고 있다. 대중시대의 전사로서의 ‘군중의 시대’나 ‘군중학’ 혹은 ‘군중심리학’은 다수 군중의 정치영역 내부로의 침범이 주는 보수 엘리트층의 공포나 불안감, 혹은 불쾌함 속에서 탄생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르 봉의 반대자들조차 《군중심리》를 읽지 않을 수 없다

옛날의 군중은 무관심의 대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계몽주의 철학의 인간본성에 대한 ‘목가적 견해’에 문제의식을 지닌 일군의 보수 지식인들은 프랑스 혁명의 이면에서 ‘범죄군중’에 위협과 혐오를 느꼈다. 르 봉, 타르드, 시겔레 등이 그들이다. 군중은 개인보다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추론이나 합의가 아니라 전염, 모방, 암시로 작동하는 믿음과 의견의 통일체가 군중이라는 것이다. 지식인도 국회(‘의회군중’)에 들어가면 ‘바보’가 되듯이, 탁월한 지성도 군중 속에서는 원초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이진경의 최근작 《대중과 흐름》도 르 봉이나 타르드의 군중심리학에 빚지고 있다. 그는 외부자들이 내부로 ‘침입’해 오는 것만이 아니라, 내부에서 외부로의 ‘탈각’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부자들의 내부로의 침입’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군중의 침입’에 대한 보수 엘리트층의 불쾌감과 무관치 않으며, 군중의 ‘부정성’은 ‘외부로의 탈각’이 지닌 정치적 함의와도 무관치 않다(타르드-들뢰즈를 경유하여 ‘덩어리’로서의 대중을 ‘흐름’으로 파악하고, 나아가 또다른 ‘고정된 덩어리’로 구조화된 ‘주어진 자리’를 탈각하는 한 ‘개인’도 ‘흐름’으로서의 ‘대중’이 될 수 있다는 이진경의 글은 군중심리학이나 대중개념의 역사를 두루 꿴 끝에 나온 심원한 논술이다. 다만, 군중, 공중, 대중의 개념적 변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대중 개념의 역사를 따로 다루지 않는다고 이진경은 말하지만, 대중현상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군중현상의 부정성을 분석한 르 봉이나, ‘흐름’을 강조하며 군중에서 공중으로의 긍정적 이행을 분석한 타르드를 함께 읽어야 한다.

르 봉, 타르드, 시겔레의 표절공방 및 우선권 논쟁 등 역자가 엄선한 별책 분량의 부록 4편

【부록1】 베르나르 당티에,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해설]:

(1) 르 봉과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토크빌은 미국사회의 “민주주의의 확대에서 현대 사회세계의 돌이킬 수 없는 과정을 보”면서 ‘민주적인 전제주의’의 위험성도 동시에 읽어낸다: “수많은 군중…이 보편적인 획일성의 광경이 나를 소름끼치게 한다.” 토크빌이 ‘군중’ 에 대해선 따로 연구하지 않았지만, 르 봉은 토크빌의 ‘경멸적인’ 군중 묘사를 자기 것으로 하면서 군중이 ‘집단적인 혼’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강조한다.

(2) 르 봉과 타르드: 르 봉은 타르드의 《모방의 법칙》에서 영감 받아 군중심리라는 ‘집단적인 혼’이 모방, 암시, 전염에 의해 작동한다고 주장한다(【부록2】 참조).

(3) 르 봉과 뒤르켐: 집합의식을 의식의 가장 높은 단계로 보는 뒤르켐은 집단심리인 군중심리를 개인의식의 퇴행으로 보는 타르드와 르봉(그러나 타르드는 《여론과 군중》에서 르 봉이 군중과 공중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공박한다)을 비판한다. 그러나 르 봉의 ‘군중’이 개인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을 뒤르켐의 ‘사회적 사실’이 개인에게 행사하는 영향력과 비교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물론 집단 속 개인의 지적 퇴행이라는 르 봉의 명제는 집단이 개인의 지성에 향상을 가져다 준다는 뒤르켐의 명제와 대립된다. 르 봉은 살아 있는 집합체인 군중에서는 지성이 해체되어 감수성의 원리로 축소된다고 보는 반면, 뒤르켐은 집합체와 무관한 개인은 합리성과 추상이 없는 주관적인 지각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개념적이며 논리적인 사고가 집합체의 작품이라고 본다. 무의식이 작동하는 군중심리와 반대로 집합의식은 의식 중의 의식이라는 것이다. 개인들이 있고, 그 개인들이 만나 타락하는 집단들이 있다는 르 봉의 입장과 반대로, 뒤르켐은 집단이 먼저 있고, 그 집단이 (사회화와 교육을 통해) 개인을 형성한다고 본다. 그러나 뒤르켐이 전체적이며 영속적인 ‘군중’을 고려하고, 르 봉은 부분적이며 일시적인 군중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둘은 양립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군중을 문명의 해체와 관련짓는 르 봉처럼, 뒤르켐도 가치 혼란의 위험을 아노미라 부르며 불안해한다. 다만, 《사회분업론》의 저자가 사회의 직업적 분화를 ‘유기적 연대’ 속에 재조직해 사회진보를 꾀하려는 반면, 르 봉은 그 해체와 분화를 체념, 비관하며 낡은 세계의 붕괴를 약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4) 르 봉과 프로이트: “군중은 언제나 무의식에 의해 지배된다”는 르 봉의 명제는 프로이트의 [군중심리와 자아분석]과 통한다. 프로이트는 개인과 집단 간의 정서심리 관계에 대한 최초의 성찰을 르 봉에게 바친다. “개인들에게서 그토록 다양하게 발전된 심리적 상부구조가 힘을 잃고 사라졌으며, 모두에게서 동일한 무의식적 기초가 노출되었다. 르 봉 스스로가 [군중의 혼이] 원시인이나 어린이의 심리적 삶과 비슷하다고 지적함으로써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분석을 정당화하기 위해 르 봉의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군중이 문명의 기초에 있는 원초적 유목집단의 경험을 개인에게 되살아나게 한다고 보았다. 원초적 유목집단이란 “어떤 강력한 남자의 무제한적인 지배에 복종하는 무리”인데, 그 남자는 사랑과 증오의 대상인 아버지, 그 “원초적인 아버지는 자아이상을 대신해 자아를 지배하는 군중의 이상이다.” 프로이트의 아버지는 ‘군중의 지도자’이다.

(5) 르 봉과 베버: ‘위세’를 지닌 군중의 지도자는 베버의 ‘카리스마’를 지닌 우두머리와 접맥된다. 지도받고 싶어하는 군중! 지도자의 커다란 최면암시력에 의거한 믿음과 의견의 통일체로서의 군중! 문제는 이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군중의 믿음과 의견이 안정된 믿음인 종교적, 정치적 및 사회적 믿음을 파괴함으로써 야기하는 문명의 해체와 혼란 및 쇠퇴이다. 그 점에서 르 봉의 사상은 한 사회의 믿음이나 의견은 경제적 하부구조에 의해 조건지어진 상부구조에 불과하다는 맑스의 설명을 뒤집어 “커다란 문명변화는 민중의 사고에서의 변화의 결과”라고 말하는 베버와 통한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종교관념에서 자본주의 문명의 생성을 보는 베버의 기획은 의견과 믿음이 역사를 만들고 바꾼다는 ‘유심론자’ 르 봉의 사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부록2】 야프 판 히네컨, [시겔레, 타르드, 르 봉 그리고 우선권 논쟁]:
“브뤼셀 대회에서 발표할 주제는 당신에게서 빌려왔기 때문에 당신을 표절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수 없군요” (타르드가 시겔레에게)
“증거를 원하십니까? 여기 있습니다. 부정할 테면 해보시오. 당신의 첫 번째 책 중 제1장은 사고의 윤곽에 관해선 완전히 베낀 것이며, 그 형태에 관해선 문자 그대로 베낀 것입니다. 12쪽과 15쪽에서는 내 책의 서론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시겔레가 르 봉에게)
그렇다고 해서 르 봉이 명성을 얻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군중심리》는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르 봉은 군중심리학의 출중한 창시자로 널리 여겨졌다.

【부록3】 조셉 W. 벤더스키, [“패닉”: 미국의 군사사상에 미친 르 봉의 군중심리학의 영향]: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적인 선조였던 르 봉의 사상은 2차대전 승전국인 미국의 군사사상에도 깊숙한 영향을 미쳤다. 르 봉의 사상은 ‘지도자’로서의 군 장교의 리더십과 ‘군중심리’에 바탕한 ’병사관리의 교본 역할을 했다.

【부록4】 조르주 소렐, [서평]

군중의 인간은 피로한 인간과 유사하다. 피로가 매우 강할 때, 우리는 문명인과 야만인을 구분짓는 너그러운 성질을 더 이상 갖지 못한다. 르 봉 씨가 독같은 퇴행을 지적했다. 이 책에서 우리는 흥미로운 정보와 기발한 언급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적 원조, 혹은 마키아벨리적 아이러니! 르 봉의 《군중심리》는 어떤 책인가?

* 《군중심리》의 기묘한 이중성
르 봉이 군중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중적이다. 군중의 감정이나 충동, 그들의 일시적 믿음이나 의견을 문명의 파괴와 쇠퇴의 한 징후로 비판하지만, 문명 발전에 대한 이성적 진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허구’라도 보다 ‘근본적인 허구’ 곧 ‘일반적 믿음’이다(그 점에서 ‘일반적 믿음’은 ‘상상의 공동체’에 방불하나, 르 봉은 이 일반적 믿음을 인종적 유전 개념에 바탕한 ‘민족혼’의 산물로 본다는 점에서 ‘상상의 공동체’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민족’을 어떤 ‘믿음의 공동체’로 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문제는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믿음이다. “군중의 믿음과 의견은 아주 뚜렷한 두 부류를 이룬다. 하나는 수세기 동안 지속되며 문명 전체가 기초를 두고 있는 변치 않는 큰 믿음”인 반면, 다른 하나는 군중의 “일시적이며 변하기 쉬운” 의견과 믿음이다. 후자와 달리, 전자의 “일반적인 믿음은 문명의 필수적인 받침대”이다. 어떤 문명을 일군 민족혼이나 종교적 믿음이 일반적인 믿음의 예다. “일반적 믿음이 종종 나타내는 철학적인 불합리함은 결코 그 믿음의 승리에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심지어는 이러한 승리조차도 그것에 어떤 신비로운 불합리함이 들어 있다는 조건 속에서만 가능하다.”

저자는 군중의 시대를 일반적인 믿음의 붕괴나 그것이 떠받치는 문명 쇠퇴의 징후로 간주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그는 이성적 진리가 아니라 군중의 독사(doxa, 의견)와 믿음이 행세하는 이 ‘헛된’ 세계를 ‘불쾌함’ 속에 인정한다는 점에 다시 한번 유의하자. “모든 국가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징후는 우리에게 군중의 힘의 빠른 증대를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르 봉이 묘사하는 ‘군중의 시대’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심리적 교환을 비롯한 갖가지 교환과 더불어, 전염과 모방, 암시의 기제가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의 시대에 우리는 와 있다. 르 봉이 우울하게 전망하는 군중화, 대중화가 전지구를 넘어,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집단환각의 세계’ 곧 전자적 군중을 ‘허구’로 꾸려내는 디지털 가상세계로까지 한껏 부풀어 있는 형국인 것이다. 《군중심리》가 오늘날의 대중사회에 유용한 참조점이 되는 이유다.

* 군중의 특징-감정의 과장, 충동과 변덕, 경신성, 불관용과 독선, 무책임성
그가 말하는 군중은 우연히 모인 개인들이 아니다. 그것은 ‘조직된 군중’이거나 ‘심리적 군중’, 혹은 ‘심리적으로 조직된 군중’이다. 그러므로 군중이 되자면 ‘심리적 조직’을 위한 자극이 필요하다. 정신적 전염과 모방, 최면암시가 그 기제이다. 군중이 원초적 감정과 충동의 노예가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군중은 혼자 있는 개인보다 언제나 열등하다. 지성적 개인도 군중 속에서는 의식이나 인격이 약화되고 감정과 생각이 일방향을 취하는 ‘집단혼’에 매몰된다. “군중이 되는 순간 우리는 문명의 몇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군중의 일반적 특징은 감정의 과장, 충동과 변덕, 지나친 단순화와 경신성, 불관용과 독선, 익명적 무책임이다. 그렇다고 군중에게 도덕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군중은 온갖 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만, 혼자 있는 개인보다 더 고귀한 헌신, 희생을 할 수도 있다. 군중을 ‘범죄군중’으로만 보는 시각은 편협하다. “군중은 쉽게 사형집행인도 되지만, 쉽사리 순교자도 된다.”

* 군중 지도자의 특성인 ‘위세(prestige)’: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않는다.’
“군중이란 지도자 없이는 결코 지낼 수 없는 노예근성을 지닌 무리이다.” “군중은 외부 자극의 노리개”다. 군중 지도자의 제1요건은 ‘위세’이다. 군중은 “너그러운 지배자에게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으며” “친절은 허약함의 한 형태”이다. 위세는 ‘힘’이며, 그 힘의 핵심 요건은 ‘성공’이다. 그 성공이 진실의 몫이냐 오류의 몫이냐와는 상관이 없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기묘한 말도 있지만, 실패한 영웅에 대해서는 그 사라진 위세만큼 군중은 복수한다. 지도자는 “정기 간행물로 대체될 수도 있다.” 정기 간행물은 “깊이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상투어구를 제공한다.” 군중은 추론능력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위세’를 지닌 지도자는 단순한 문구를 단언, 반복하거나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 지적, 도덕적 능력을 지닌 지도자가 최소한의 청중이나 인정을 얻지 못하는 반면, 그런 능력이 없는 ‘고무하는 자들’은 텔레비전 앞으로 시청군중을 불러 모은다.(【부록1】 참조)

문학이나 예술 작품도 위세를 행사할 수 있다. 문학사와 예술사는 “판단의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반복한다.” “현대의 독자에게 호메로스의 작품이…지루함을 발산하지만, 누가 감히 그렇게 말하겠는가?” 오늘날의 영화비평가와 문학비평가가 더 이상 위세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르 봉 시대에도 이미 신문은 “문학비평을 없애고” “두세 줄의 책 광고”로 대체했다.
* 교육군중-창의성 없는 학위와 공직만 원하는 암기의 귀족
독서군중과 예술군중에 대한 비판을 넘어, 동시대의 프랑스 교육에 대한 르 봉의 비판은 작금의 한국 교육을 향한 따가운 질책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박사학위나 교수 자격을 딸 때까지 창의력이나 판단력을 전혀 기르지 못한 채 책을 암기할 뿐이다.” “수업을 받고 문법이나 개설서를 외우며, 잘 반복하고, 잘 모방하는 것, 이것은 우스꽝스런 교육이다.” 학교가 “스스로 방향을 잡지 않아도 창의적인 총기를 발휘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공직을 위해서만 준비시킨다.”

* ‘르 봉이 모르는 르 봉’―르 봉과 포스트모던, 혹은 집단지성의 전망?
그러나 군중을 인도하는 것이 이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감으로 생각지는 말자. “이성에게 인간을 다스리는 일에 개입하기를 너무 요구하지 말자.” “모든 문명의 커다란 원동력이었던 명예, 자기희생, 종교적 믿음, 명예욕이나 애국심 같은 감정은 이성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문명의 여명기부터 군중은 언제나 환상의 영향을 받아왔다.” “헛된 그림자”임에 분명한 그것은 “민족들로 하여금 예술의 화려함과 문명의 위대함을 이루는 모든 것을 창조하게 했다.” 문제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통일체,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했던” 크고 지속적인 ‘위대한 환상’이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부분환상(집단)’들로 해체되어 문명의 쇠퇴를 가속화한다는 점이다. 당티에가 【부록1】에서 ‘뒤르켐’ 식으로 말하는 것처럼 “엄청난 환상이 풍부하게 있는 꿈만이 모든 군중을 서로 연대해서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사회조직이 되게 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원동력이다.”

르 봉이 이성의 역할을 평가절하하기도 하거니와, 르 봉의 진단을 “포스트모던 사회에 적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당티에의 말도 음미해볼 만하다. 들뢰즈가 타르드에게서 ‘타르드가 모르는 타르드’를 길어내듯이, 당티에는 부르디외를 인용하며 르 봉에게서 ‘르 봉이 모르는 르 봉’을 변주한다: ‘엄청난 환상’이 파괴되어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거기에서 집단 지식인은 둘도 없이 소중한 그의 역할을 행할 수 있다.” “새로운 정치행동, 새로운 동원방식”으로 “새로운 사회이상의 표명”이 가능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애초에 군중에 들러붙어 있던 ‘불편한 진실’들, 곧 감정의 과장, 충동과 변덕, 지나친 단순화와 경신성, 불관용과 독선, 익명적 무책임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촛불집회의 그 대중은 황우석 때, [디 워] 때 그 대중이다. 대중은 굉장히 파시스트적인 군중이 될 수도 있고 상당히 자율주의적인 다중이 될 수도 있다”는 진중권의 발언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추천평

르 봉 스스로가 군중심리가 원시인이나 어린이의 심리적 삶과 비슷하다고 지적함으로써 우리에게 길을 가르쳐준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군중의 인간은 피로한 인간과 유사하다. 피로가 매우 강할 때, 우리는 문명인과 야만인을 구분짓는 너그러운 성질을 우리는 더 이상 갖지 못한다. 르 봉 씨가 똑같은 퇴행을 지적했다. 이 책에서 우리는 흥미로운 정보와 기발한 언급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 조르주 소렐

《군중심리》는 1895년 이래로 분류할 수 없는 저서인 채로 있다: 심리학책, 사회학책, 역사책, 철학책, 정치학책, 문학책. 분류할 수 없는 저서는 그 모든 장점과 단점을 지닌 채 독자를 오늘날에도 계속 매료시키고 있다.
― 베르나르 당티에

《군중심리》는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르 봉은 군중심리학의 출중한 창시자로 여겨졌다.
― 야프 판 히네컨

르 봉은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지적인 선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은 2차세계대전을 넘어 미국의 최고위 장성과 전쟁터 장교의 판단과 리더십에 영향을 미쳤다.

조셉 W. 벤더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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