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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권위적인 직업이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19세기 이전까지 아픈 사람은 약종상이나 산파, 주술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의학 혜택의 전부였다. 그래도 현대 의학에 가까운 진료 행위는 이발소에 가서 두발을 정리하고 얼굴을 씻으면서 종기의 고름을 짜고 간단한 외과 수술을 받는 것이었다. 이발외과의라는 천민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업종에 근무했다.
물론 귀족이던 의사가 있었지만 그들은 이천 년 역사의 체액설을 믿으며 삶의 존재 가치(being)에 관심이 많던 의학 철학자였다. 중세를 벗어나 르네상스를 거쳐 과학이 대두되자 의학은 활개를 치기 시작한다. 이제 사람을 직접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을 해부해 인체구조를 알게 되고 청진기를 통해 속사정을 들어보고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세균이라는 벌레가 있어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새롭게 형성된 의사들의 권위는 하늘을 찔렀으며 신분은 급상승했다. -- 의학과 의사, 왜 권위적인가, 49쪽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경험은 오류가 많으며, 판단은 어렵다. (히포크라테스)” 의사는 의학을 배우고 익히기 이전에 자신의 인간적 한계와 의학의 현실적 불확실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히포크라테스가 첫 번째 아포리즘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의술의 가장 핵심적인 요지이다. - 의학은 불확실성을 다루는 학문이며, 그래서 어렵다, 57쪽 1980~1990년대 미국의 대형병원들은 환자 사망률을 공개하기로 처음으로 합의했다. 각 병원은 평가가 시작되자 변화를 시도하느라 난리가 났다.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각 병원의 환자 사망률은 그 병원의 실력을 나타내는 객관적이고 중요한 지표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개적인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각 병원의 내부 역량을 높이고 그 결과 환자들은 더 높은 수준의 진료를 보장받으리라던 평가 취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크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병원들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상태가 위중한 중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려 했다. 양질의 진료를 기대했던 중환자들은 오히려 문전박대를 당했고 갈 곳을 잃어버렸다. 병원들은 새로운 임상실험이나 난치병 진료를 중단하려고 했다. 위험한 질병을 다루는 것은 환자 사망률이나 높이는 위험한 진료로 받아들였다. 진료의 질을 높이려던 기대에 찬 개혁 의지는 역설적으로 대형병원들을 고만고만하고 안정적인 환자나 진료하는 차별성이 없는 병원들로 평준화시켜 버렸다. 평가 시스템을 이용해 변화를 꾀하는 방식의 치명적인 부작용의 실례이다. 평가는 진료 프로토콜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유도하여 의료과실을 줄일 수 있는 여건 조성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각 병원의 차별성을 없애고 진취적인 진료를 봉쇄해버리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 피부를 벗기는 고통으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은, 89쪽 지식이나 기술은 빙산의 표면에 위치하고 있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쉽게 계발이 가능하지만, 자아개념이나 특질, 동기는 빙산의 심층부에 위치하고 있는 태도나 가치관이라 금방 눈에 띄지 않으며 단기간에 계발하거나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의사 A와 B가 성장곡선의 급격한 개인차를 보인 것은 수면 아래에 위치한 역량과 관계가 깊다. 수면 위의 역량인 지식과 기술은 반드시 사회성취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증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물밑의 역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눈에 잘 띄지 않고 계측이 어렵기는 한데 성장곡선의 뚜렷한 개인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의사 A와 B는 비슷한 용량의 지식과 기술 역량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본격 사회생활로 접어들면서 일에 대한 태도나 가치관, 동기 등에서 개인적인 차이가 잠복되어 있었고, 이 빙산 아래의 요인들이 본격 사회생활과 만나 ‘반응’하면서 성장곡선의 각기 다른 변곡점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 지식과 경험을 담을 심층 역량을 계발하라, 116쪽 의학의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인 지능 자기성찰지능 :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지능은 자기이해지능이다. 자신의 기질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자기 조절 능력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레이스를 통하여 최고의 숙련도를 갖추어야 하는 모든 직업에 필요한 지능이다. 의학은 오랜 숙련 기간이 필요하므로 이는 필수적인 지능에 속한다. 또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인성지능이므로 필수적인 의학지능이다. 대인친화지능 : 의학은 인간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에 인간친화지능은 필수적이다. 사람을 만나서 수행하는 임상 의학 분야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지능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타인친화지능이 부족하다면 결과는 암울할 것이다. 의학의 특정 분야로서 사람을 직접 대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고 사람의 혈액과 조직의 일부를 다루는 업무에서도 인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필요하다. 특히 의학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호 협조하여 최종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학문이므로 대인 친화는 꼭 필요한 지능이다. 논리수학지능의 논리지능 : 의학은 과학 결과물을 매개로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논리적인 사고를 요한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은 왜곡된 편견을 불러일으켜 인간 개인이나 집단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의학 분야에 필수적인 지능이다. 언어지능 : 의학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학문이므로 언어지능이 중요하다. 설명하고, 발표하고, 글을 써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은 임상 의학에서 필수적인 지능이다. 의학에서는 직접 환자를 만나거나 대면하지 않고도 업무를 수행하는 분야가 있지만 소통과 설득이 기본인 의학 일반의 입장에서 보자면 언어지능은 의학 연구자에게도 필수적이다. 의과대학부터 시작하여 임상의학을 거쳐 평생 함께 가야 할 기능 중 하나는 환자와 동료와 소통하는 기술이다. 수많은 논문작성이나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언론 매체를 통한 환자나 일반인과의 소통은 너무나도 흔한 의사의 일상 업무이다. - 의학지능을 찾아라, 132쪽 의사의 업무는 발견 유형, 즉 창의적인 업무이다. 일부의 연산 업무가 없지는 않지만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 질환은 천차만별이며, 같은 질병이라도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기 때문에 유사한 병력이나 비슷한 검사 결과를 놓고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브레인의 뛰어난 순발력이 필요한 업무이며 학문이다. 의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외적 보상의 당근에 익숙해지지 말아야 한다. 내재동기에 늘 귀 기울여야 하며 이것이 창의성을 바탕으로 의학적 사회성취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좌뇌의 계산보다 우뇌의 감성에 귀 기울이는 시대가 되었다. 인문학을 강화해 좌뇌와 우뇌의 조화로운 발달을 통해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배양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관점의 전환이다. 내재동기는 강력한 심층 역량이다. - 의학지능을 찾아라, 133쪽 폴 요크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의과대학에서 길 건너 맞은 편에 위치한 공과대학을 바라보다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답니다. 양 대학의 학생과 교수진이 서로 협력하면 새롭고 유용한 의료기술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죠. 의과대학의 의사와 연구진들은 환자의 치료 개선에 필요한 새로운 제품을 설계하기 위해 공학자들이 필요했고, 반대로 공학자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해결할 문제들이 무엇인지 탐색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두 집단이 만나자 창의의 불꽃이 튀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서로 애를 먹었답니다. 사고방식도 다르고 지식이나 경험도 다를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사용하는 용어가 서로 맞지 않았으니까요. 상대방의 언어를 모르는 두 나라 사람이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딱 이 상황에 맞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고 지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꿈을 믿었습니다. 혈관에 사용하는 특수 장치 등 다양한 정밀 기구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개발되었으며, 즉시 실리콘 밸리로 달려가 작은 기업을 창업하는 학도들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 창의성은 융합에서 이루어진다, 256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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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30명의 의사가 있다, 어떤 의사가 소송에 휘말릴까?
당신이 알고 있던 의학과 좋은 의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 당신은 보험회사 직원이다. 의료사고가 났을 때 의사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보험을 팔고 있다. 여기 30명의 의사가 있다. 그들 중 고소당할 가능성이 높은 의사를 가려내 가입을 막아야 한다. 평가를 위해 당신에게 다음 2가지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1. 출신 대학과 학교 성적, 수련 과정의 평점과 전문의 자격증, 지난 몇 년간의 의료 과실 건수에 대한 자료. 2. 해당 의사가 환자와 나누는 짧은 대화. 의사가 의료소송을 당할 확률은 평소 얼마나 많은 과실을 범하느냐와 거의 관계가 없다. 실력은 있지만 소송에 시달리는 의사가 있는 반면, 실수는 많이 해도 전혀 소송에 휘말리지 않는 의사도 있다. 의사의 부주의로 상해를 입은 환자 중 대다수는 법적 소송까지 가지 않는다. 환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뭔가 다른 일이 벌어졌을 때다. 빠듯한 진료 시간, 그 속에서 존경받는 의사의 진실 하급 의사는 머리로 고치고 상급 의사는 가슴으로 고친다! 『의학 가슴으로 말하라』를 쓴 황진복 교수는 실제 의사가 저지르는 의료사고의 건수와 의료소송의 건수는 무관함을 밝히면서 가슴으로 의학을 대하라고 말한다. 얼핏 빤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등한 실력을 지닌 의사 A와 의사 B가 몇 년 뒤 급격한 개인차를 보인 이유를 조사한 결과 바로 의학을 대하는 태도, 가치관, 의사가 된 동기가 그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자질들은 실제 업무를 하면서 엄청난 차의 변곡점을 만든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병동의 24시간을 떠올리면 얼핏 비현실적인 이야기로도 들린다. 실제 의사들도 메디컬 드라마 속의 너무 인간적인 의사 캐릭터에 괴리감과 부담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가슴으로 말하는 의사라고 해서 지나치게 희생적이라거나 따뜻한 이미지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날카롭고 예민한 의사, 톱니바퀴처럼 철저한 의사, 냉혹한 킬러 같은 의사 등도 인문학적 감수성을 더해 의학을 가슴으로 대하면 충분히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 의료계 역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일에는 가슴이 필요하다. 의학도에게는 인문학적 감수성을 더한 휴머니즘이 필수다. 메디컬 드라마 속 의사들은 화려하다. 대부분 부유한 집안의 엘리트 출신에 화려한 의술 신공으로 응급 환자를 살려내는 건 기본이다. 최근 각종 메디컬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의사 캐릭터도 덩달아 인기몰이다. 시청자들은 의술에 열광하는 걸까. 『의학 가슴으로 말하라』의 저자 황진복 교수는 ‘좋은 의사’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의학을 가슴으로 대하라고 제시한다. 일찍이 히포크라테스도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고 말한 바 있다. 완벽한 의술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감기에 걸리더라도 사람마다 다양한 증상을 띠며, 병력이나 검사 결과를 놓고 병명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같은 증상이라도 감기가 아닌 폐렴이나 천식 등 수많은 다른 질병일 수 있다. 때문에 의사는 의술이 뛰어난 사람이기보다는 창의적이어야 한다. 한 사람의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직업인만큼 순발력도 요구된다. 그래서 의사는 카피라이터보다 더 창의적인 직업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21세기형 의학의 방향이다. 1부 ‘인문의 창으로 의학을 보다’에서는 의학도가 실패와 난관을 헤치고 꿈꿀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의학의 멘탈을 다뤘고, 2부 ‘의학 역량을 일깨우다’에서는 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를 가루는 기준을 탐색하면서 의학과 의학도의 방향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