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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프롤로그 멕시코 ㆍ 과테말라 정신없는 여행의 시작! 멕시코시티 역사와 전통, 예술의 향기가 숨쉬는 곳 죽음의 산악자전거! 커피향 가득한 안티구아 불타는 용암 위를 산책하다 나의 사랑, 아티틀란 호수 유쾌한 히피들의 파티 밀림 속의 티칼 천국의 해변, 툴룸 코즈멜의 즐거운 나날들 고래상어와 수영을! 쿠바 혼돈 속의 아바나 쿠바에서 살사를! 허리케인 속에서 쿠바를 탈출하다 베네수엘라 살벌한 남미의 시작 냉동고 버스의 추억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불친절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앙헬폭포로! 아름답고 괴로운 팜파스 콜롬비아 콜롬비아로 가는 험난한 길 뜨거운 산타 마르타의 밤 바다낚시는 힘들어 이상하고 신기한 미술관을 만나다 5,125미터 고지를 향해 돌격! 진한 콜롬비아 커피향 속으로 에콰도르 흥겨움이 넘치는 오타발로 주말시장 라틴 아메리카의 슬픔과 아픔 재영이가 절벽에서 떨어진 날 지붕 열차라고 들어보셨어요? 페루 하늘을 담은 69호수 무모한 도전의 끝 조금씩 지친다 무너진 잉카제국의 파편, 쿠스코 내겐 너무 비싼 맞추피추 볼리비아 티티카카의 별미 라파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우유니, 눈부신 소금사막으로 사막 위의 플라밍고 호수 칠레 ㆍ 아르헨티나 맥주병을 위한 축복의 땅 짧은 동행, 긴 아쉬움 양심에 털 난 하루였다 안데스의 푸른 보석, 바릴로체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에 발을 딛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빙하 위의 산책 대지를 뚫고 나온 거대한 탑, 토레스 델 파이네 마침내 장엄미의 진수를 눈으로 보다 오지 말았어야 할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칼라파테 취업기 환상적인 탱고 속으로 이과수라는 폭포는 없답니다 브라질 리우보다 일하 그란데 제리코아코아라를 아시나요? 바다의 수영장 속으로! 어디서 본 듯한 풍경 삼바 카니발, 그 폭풍 속으로 아디오스, 그리운 남미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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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를 가볼까?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내가 절대 갈 수 없는 곳, 전혀 알지 못하는 곳,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이 기다리고 있을 곳. 그런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세계지도를 찬찬히 보자 한 군데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곳은 바로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남미. 전혀 알지 못하고 근처에도 가본 적 없지만 그곳에서라면 이 우물 안 개구리 생활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한번 멀리 가보자. 멀리 가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삶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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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스따뚜라 안티구아 Tostatura Antigua에 가봐.”
한적한 골목 모퉁이의 작고 낡은 가게였다. 좁은 가게 안에는 나무로 만든 낡은 책상 몇 개와 의자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고, 몇십 년은 된 듯한 낡은 로스팅기계와 가스레인지 하나가 전부다. 커피 가게가 아니라 시골방앗간 같은데? 메뉴판을 보니 커피 한 잔이 단돈 600원. 일단 싸니까 좋네. 커피를 주문하자 낡은 작업복을 입은 머리 희끗희끗한 주인 아저씨가 다 찌그러진 주전자를 가스레인지에 올리더니 물을 끓인다. 물이 끓자 우리나라 커피전문점처럼 종이필터 위에 커피가루를 올려 주전자로 멋있게 물을 붓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커먼 헝겊 같은 것에 커피를 넣고 대충 만드는 듯 보인다. 뭐야, 커피를 이렇게 건성건성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속은 것 아닌가? 낡고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아 아무런 기대감 없이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 p.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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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고 Amigo(친구), 이거 정말 좋아. 바다에서 툴룸 유적 사진 찍고 스노클링도 할 수 있어.”
“나 돈 없어. 200페소면 너무 비싸.” 그러자 그 녀석은 그만 헛다리를 짚는다. “왜 그래? 너 일본인이잖아. 일본 사람들은 돈 많잖아.” 이 자식아, 내가 어딜 봐서 돈 많은 일본인으로 보이냐? 물 빠진 반바지에 축 늘어진 티셔츠. 택시비 아끼려고 한 시간 넘게 걸어서 온몸은 땀범벅이다. 등에는 배낭 살 때 공짜로 받은, ‘산을 깨끗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씌어진 천쪼가리(?) 같은 간이배낭까지 메고 있는데. 요거 아마 쓰레기 수거용으로 쓰는 걸 거야. 내가 내 모습 봐도 완전 거지꼴인데 일본인은 무슨……. --- p.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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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미칠 것 같다. 버스기사에게 에어컨 좀 제발 약하게 틀어달라고 사정하려고 갔더니 이런, 2층 버스라 그런지 운전석에 문이 있고 잠겨 있는 것이 아닌가!
‘춥지 않아, 춥지 않아.’ 스스로 최면을 걸며 버틴다. 하지만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 한국 배낭여행자, 베네수엘라 버스에서 동사.’라는 뉴스가 내일 아침에 나올 것만 같다. 안 되겠다. 그냥 싸대기 한 대 맞자. 마음을 먹고 새벽 2시쯤 아저씨를 흔들었다. “뭐? 뭐야?” 새벽에 잠이 깬 아저씨는 멍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아저씨, 이 점퍼 좀 빌려주시면 안 돼요? 제가 지금 추워서 얼어 죽을 것 같아요. 제발요.” 아저씨의 그 황당한 표정이란. 그래도 잠이 덜 깨서 정신이 없으신 모양이다. 점퍼를 주시고는 그대로 다시 곯아떨어진다. 아주 얇은 점퍼였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를 덮으니 살 것 같다. --- p.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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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놈들을 만나고야 말았다. 여행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등쳐먹고 삥뜯기로 유명한 악질 베네수엘라 경찰! 베네수엘라에서 경찰 눈에 안 띄려고 일부러 걸레같은 옷을 입고 다니며 신경썼는데, 국경에서 딱 걸린 것이다. 구멍 숭숭 뚫린 의자, 다 망가져 덜컹거리는 문, 버스 안까지 풍기는 진한 매연 냄새.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 Maracaibo에서 과테말라 치킨 버스보다 더 고물인 로컬 버스를 타고 콜롬비아 마이카오 Maicao로 가는 길이었다. 국경이 가까워지자 경찰 검문이 계속되었는데 세 번째 검문에서 경찰 한 명이 여권과 내 얼굴을 번갈아 쓱 보더니 버스에서 내리라고 한다. 그러더니 초소에 있는 나이 지긋한 경찰에게 데려간다. 오호라~. 네놈들이 소문 자자한 여행자 삥뜯는 경찰이구나? 사람 잘못 골랐어. 배에 힘 딱, 주고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 p.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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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의식이 돌아온다. 깊은 잠에서 깨어날 시간.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비몽사몽 간이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와라스인가? 아니 아직 에콰도르에 있나? 이곳은 어디지? 그동안 지나온 온갖 도시와 숙소들이 뇌리를 스치면서 혼란스럽다. 겨우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인다. 아, 맞다. 여긴 리마에 있는 한국인 민박집이지. 어제 도착해놓고 기억을 못하다니!
그동안 수십 개의 도시, 수십 개의 숙소들을 거치다보니 가끔씩 꿈결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마음 놓고 몸 누일 곳도 없다는 사실에 우울해진다. 여행 초반의 흥분과 설렘이 사라지고, 하루하루가 여행이 아닌 생활이 되어가면서 가끔씩, 혼자라는 사실이 못 견디게 외로워진다. --- p.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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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남미의 눈부신 아름다움. 내 두 다리로 걷고 내 두 눈으로 본 이 땅은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바꿀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햇살 속에 파랗던 카리브해, 매일 가슴을 뛰게 하던 파타고니아의 대자연, 눈부시게 빛나던 우유니, 나를 압도하던 안데스산맥의 장엄함…….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 못하고 좁은 땅덩어리에 갇혀 살다가 죽었다면 한 번 사는 이 삶이 얼마나 억울했을까.
--- p.3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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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팔고 전셋집을 빼고 이삿짐을 컨테이너박스에 실었다
내게 남은 건 배낭 두 개뿐 “이 부장님, 저 회사 관둘 생각입니다.” “관두고 뭐하려고?” “여행 가려구요. 한 일년 정도.” “흠! 네가 미쳤구나. 헛소리 말고 회사 다녀.” “부장님, 비행기표 벌써 샀습니다. 죄송합니다.” _본문 중에서 결의에 찬 박재영의 말에 상사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그곳에 가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을 안고 박재영은 무작정 남미로 떠났다. 단 한 컷의 사진으로 자신을 매료시키던 아티틀란 호수를, 영화 「해피투게더」에 나왔던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를 두 눈으로 직접 보자고. 기왕이면 멋진 서양 여자와 로맨스도 싹틔우고, 목적 없이 배회하며 발길 닿는 대로 살아보자고. 도미토리의 푹 꺼진 매트리스에 몸을 누인 첫날. 혼자 1년이라는 시간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괜한 객기를 부린 건 아닌지, 갖가지 걱정이 밀려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먼 타국에서 여행 온 동양인이 신기해 먼저 말 걸어오는 사람들과 짧은 스페인어로 웃음 반 대화 반 섞어 이야기하는 사이 스르르 경계심이 풀리기 시작했다. 띄엄띄엄 한두 문장으로 이어지던 현지인들과의 대화는 어느덧 시장 사람들의 너스레를 농담으로 받아칠 만큼 능숙해졌고, 1달러 길거리 음식을 배터지게 먹고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여행을 즐길 만큼 여유가 생겼다. 힘들고 지쳤던 어느 저녁, 낯선 여행객을 집으로 초대해 밥 한 끼를 먹이고야 마는 베네수엘라 가족의 따스한 인정 앞에서 행복의 묘약은 우리 일상 도처에 보석처럼 박혀 있음을 거듭 확인한다. 경험의 최대치를 시험해보기 박재영은 남미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최대치를 누리자고 마음먹는다. 발 한번 잘못 디디면 신발 밑창이 녹아내리는 파카야 화산 위를 걷고,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푸른 아티틀란 호수 위를 패러글라이딩하고, 악어와 모기떼, 셰퍼드만한 쥐가 득실거리는 곳 팜파스(밀림)를 탐험하고……. 새하얀 소금 위로 태양이 가득하게 내리쬐는 우유니 소금사막을 지프차로 가로지르던 풍경은 시간과 사유마저 정지시키는 ‘절대미’였다. 머릿속을 송곳으로 후벼 파는 두통과 가슴을 조여오는 고산병을 감수하면서 올랐던 안데스 69호수의 경이로운 물빛은 또 어떤가. 여행의 종반부에 만난 파타고니아. 폭풍처럼 몰아치는 피츠로이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여행 내내 떨쳐내지 못했던 마음속 불안과 갑갑증이 한순간에 씻겨나갔다. 미친 듯 터져나오는 웃음 속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이번 남미 여행은 정해진 인생궤도를 이탈하는 과감한 도전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남미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게 하루 경비 5만 원 남짓으로 견뎌야 하는 가난뱅이 배낭여행자의 나날은 땀 냄새 진동하는 고단함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저자 박재영은 깜찍한 적응능력과 특유의 서글서글한 매력으로 주어진 상황을 제 것으로 만들어낸다. 어설픈 몸으로 현지 여자들과 즉흥 살사를 추고, 이~쁜 투어 가이드를 보자마자 10여분 옥신각신하던 투어비용 에누리 협상을 중단하고, 토레스 델 파이네 길목을 가로막은 채 음식을 구걸하는 모습 등 책 곳곳에 박힌 에피소드들은 두고두고 웃음이 날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또한 여타 여행서가 천편일률적으로 찬사를 늘어놓는 쿠바에서 자본에 물든 속물근성만을 확인하고, “밖에 나가면 개보다 못한 신세가 되고 마는 동양 남자”의 설움을 구구절절 늘어놓으면서도 그 덕에 길거리 스페인어는 제대로 배웠다고 유쾌하게 말하는 솔직한 모습 앞에서 독자들은 모종의 통쾌함까지 맛볼 것이다. 사소하게 그러나 근원적으로, 그의 삶은 달라졌다 남미 여행을 마친 후 박재영은 샐러리맨으로 복귀했다. ‘박 대리’가 ‘박 매니저’로 바뀌고, 주말까지 이어지던 과도한 업무가 다소 줄었을 뿐 일상은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내면은 많이 달라졌다. 이삿짐을 맡겨두었던 컨테이너박스를 여는 순간, 박재영은 ‘내가 이리도 많은 짐을 이고 살았구나.’ 새삼 놀랐다. 그날 이삿짐의 절반 정도를 덜어냈다. 이제 더는 의미 없는 자동차와 고급 시계, 명품 옷들을 곁에 두지 않게 됐고, 단돈 천 원을 허투루 쓰지 않는 지혜도 터득했다. 숨가쁜 일상 사이사이, 박재영은 몸과 영혼이 바람 속을 자유롭게 떠돌던 파타고니아를 떠올린다. 그것만으로도 박재영은 생기를 회복한다. 유쾌한 에세이와 꼼꼼한 가이드북, 감성적인 사진집 사이를 오가는 『남미, 나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로 갔다』를 읽다보면, 나도 한번 마음이 따르는 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강력한 욕망에 휩싸인다. 행여 그 속삭임에 끌려 대책 없는 사고를 치지는 마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