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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몇 번인가의 최후 화려한 순간 장마 잿빛 기억 구사카 요코의 탄생과 사망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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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와 창백한 대령은 마침내 약혼을 했습니다. 그게 기발한 것이었습니다. 계약서를 교환했습니다. 인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는 사람은 대령, 파는 사람은 저. 파는 물건은 파는 사람과 동일한 물건, 단 새것과 같은 것, 이행은 1954년. ―『몇 번인가의 최후』 중에서
구로베에 가기로 결심한 기분에는, 그에게 진실을 호소하고 싶다는 것 외에도 모든 일상사에게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집안의 일.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가정에서의 제스처를 계속할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지친 것입니다. 그리고 일을 마음에 들도록 하지 못하게 된 것도, 글을 쓰지 못하게 된 것도 원인이었습니다. 계속 살아간다면 다시 내게 지워질 짐들. 그것들. 그것들의 무게. ―『몇 번인가의 최후』 중에서 그는 또, 아내에 대해서 아내를 하나의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도구에는 도구의 성능이 있기 마련, 그러나 아내는 첫 번째 성능인 아이를 만들지 않는다.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 성능, 집 안을 청소하고 음식을 만들어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일도 하지 않는다. 아내로서는 실격. 그러나 겐스케는 남들이 아내의 미모를 부러워하는 것에서만 아내의 성능을 인정해 왔다. 그것도 예전의 일. 지금 아내에게는 아무것도 없으나 호적 상 부부로 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인정하는 부부이기도 하다. 그 자신, 그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화려한 순간』 중에서 일주일이나 그렇게 보냈다. 나는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가족들은 나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책상은 원래대로였으며 유서만이 없어져 있었다. 다시 죽고 싶다는 충동도 바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으며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는 것조차 귀찮게 여겨졌다. ―『잿빛 기억』 중에서 어째서 고심을 해가면서까지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 머리가 손에게 의문을 던진 것이었다. 그것이 5일 동안 계속되었다. 나는 결심했다. 구사카 요코를 매장하자. 나는 조그만 나무상자를 만들어 하얀 천을 깔고, 물론 그 안에 구사카 요코라는 이름이 적힌 모든 종잇조각을 넣을 생각이다. 그리고 불태우자. 향을 바치자. 브람스의 4번을 틀고 두 번 다시 소생하지 못하도록 하자고 결심했다. 구사카 요코는 3년 반 동안의 생명이었다. 구사카 요코의 존재 덕분에 얻은 것은,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시사회 초대권을 받은 것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된 것은, 득이었던 것 같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좋았다고는 할 수 없다. 나는 구사카 요코의 사망을 통보하고 그 다음에 장례식을 치를 생각이다. 조문을 써야지. 너는 정말 멍청한 녀석이야, 라고. ―『구사카 요코의 탄생과 사망』 중에서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