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April Genevieve Tucholke
|
사람들은 우리를 ‘머시’ 혹은 ‘본리스머시’라고 불렀다. 우리는 그림자나 유령 같은 존재이며, 사람들이 우리 몸에 손을 대면 우리는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고 믿었다. 무기를 지닌 여자들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우리를 꺼렸다. 그래도 머시는 필요했다. 남자들은 이 음울하고 슬픈 일을 하려 들지 않았다. 언젠가 나의 멘토 시기에게 우리 같은 사람들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하늘에 빛이 오래 머물던 하짓날 밤이었다. 나는 죽음 거래가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물었다. 시기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시인의 노래에도, 전설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했다. 머시의 기원은 그렇게 시간 속에 묻혔다고 했다. --- p.15~16
오비에는 죽음 거래 일을 꺼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먼 나라를 여행하며 세상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나는 알았다. 루나는 기약 없는 떠돌이 생활은 받아들였지만 죽음을 다루는 건 끔찍이 싫어했다. 주니퍼는 고요한 삶을 원했다. 쿠엘 바다 옆 작은 만에서 바다 마녀들 손에 자란 그녀는 고향과 가족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우리 중 누구도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않았다. --- p.30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야, 루나. 시기는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이 일을 했는지 모르겠어. 어떻게 견뎠는지.” 루나가 몸을 내밀어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너, 여관에서 블루비 야수를 잡으러 가자던 말, 진심이었어?” 나는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나는 과연 진심이었던가? 내 팔꿈치에 작은 손가락이 닿는 게 느껴졌다. 주니퍼였다. 그녀가 가냘픈 팔로 우리 둘을 감쌌다.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어. 우린 그들을 도와주는 거야. 그럼 충분한 거 아니야?” ---「1권」중에서 나는 위대한 일에 도전할 것이고, 그 길을 끝까지 가 볼 것이다. 명예. 그것을 느껴 보고 싶었다. 맛보고 싶었다. 하도 간절한 나머지 심장이 부풀어 올라, 부푼 심장이 몸을 뜯고 나와 바람을 타고 날아, 기도문을 부리에 문 바다 마녀의 까마귀처럼 울어 대는 것만 같았다. 나는 블루비로 가서 야수와 싸울 것이다. 나도 다른 이들처럼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빛을 향한 한 걸음이 되리라. 나는 마녀 전쟁 이래 숱한 세월 동안 말없이 사라져 시간 속에 묻혀 버린 과거의 머시들처럼 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기억되는 삶을 살 것이다. ---「1권」중에서 나는 갈림길 나무에 목매달린 소녀와 시스 가시밭에 죽어 있던 소녀를 생각했다. 그리고 군힐드를 생각했다. 나는 그들의 어린 시절, 그들의 가족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들도 사랑을 알았을까. 기쁨을 알았을까. 그들도 한밤중 태양 아래 초록 언덕에서 야생 딸기를 땄을까. 그들도 위대한 모험을 꿈꾸었을까. 산 너머 바다 건너 저편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 떠나기를 꿈꾸었을까. 우리는 모두 꿈이 있다. 우리 모두. 군힐드, 죽은 소녀들, 나, 다른 머시들…… 우리 모두. ---「1권」중에서 나는 뭔가 놓치고 있음이 분명했다. 중요한 뭔가를. 단순히 커트-퀸을 죽이고, 늪의 위험을 제거하고, 검증된 전사로서 블루비에 들어간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바다의 마법. 늪의 마법. 먹구름을 뚫고 햇살이 쏟아지듯,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그것은 마녀들의 전쟁이었다. 대마녀 허시는 이 임무에 어둠과 빛이 얽혀 있다고 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마녀 전쟁의 시작이기도 했다. 나는 마녀 전쟁 한복판으로 발을 들이민 셈이었다. ---「1권」중에서 “이제 우리 모두 손에 피를 묻힌 채 로스 족장의 홀에 도착하게 될 거야. 우리는 진정한 전사들이야.” 내가 말했다. “그게 뭐가 중요해” 트리그브가 말을 멈췄다. “난 너와 루나가 퀵스의 제안을 받고 서쪽으로 가려는 계획을 바꿨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어.” “우리가 이야기를 나눈 건 맞아. 하지만 결정을 내리진 않았어. 한편으론 나도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바이탈과 레이프를 따라가고 싶기도 해. 그런 생각만으로도…… 내 마음이 환해져. 마치 갓 내린 눈 위에서 춤추는 북쪽 얼음 빛줄기처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는 블루비에 가서 옳은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어. 더 위대한 일을 말이야.” ---「2권」중에서 “로가펠. 그녀가 일찍이 두 번이나 침입을 시도했지만, 문이 버텨 주었지요. 그러자 그녀는 계곡의 여러 마을을 공격했고요.” 루나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홱 돌려 보초를 보았다. “야수가 여자라는 건가요?” “맞아요.” 그가 장갑 낀 손으로 땋은 수염을 훑어 내리면서, 불편한 듯 이쪽 발에서 저쪽 발로 자세를 바꾸었다. “긴 백발에 몸집이 거대한 여자랍니다.” “난테, 난테.” ---「2권」중에서 소속감. 여기 이 족장의 홀, 거대 주목나무와 높은 천장과 복잡한 조각 기둥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집이었다. 공동체였다. 외로운 머시로, 떠돌이로, 항상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무게……. 지금껏 나는 그 삶이 치러야 하는 대가를 깨닫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우리를 진정한 의미의 전사로 맞아들였다. 로스의 식솔들은 두려움과 슬픔을 접어 둔 채, 그날 밤을 위해 창고를 탈탈 털어서 전설에 나오듯이 음식과 노래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흉년에도 불구하고, 슬픔에도 불구하고. ---「2권」중에서 떠도는 동안 숱한 이들을 만났지만, 로스 같은 이는 매우 드물었다. 그는 살면서 몇 번 만날까 말까 한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불가의 로스 옆에 다시 앉아 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기부터 갈림길에서 만난 죽은 소녀 이야기까지. 군힐드의 최후부터 바다 마녀들 이야기까지. 커트-퀸부터 퀵스 이야기까지. ---「2권」중에서 야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날 밤도. 다음 날 밤도. 여섯째 날 아침, 훈련 중 고개를 든 나는 주변에 서 있는 로스를 발견했다. 그는 오른쪽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이따금 자세를 바꿔 주면서 그곳에 한 시간을 넘게 머물렀다. 서슬춤. 오비에가 스텝을 외치면 모든 여인들이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쉭쉭 칼날이 허공을 가르고, 쿵쿵 부츠가 땅을 울렸다. 나는 희열을 느꼈다. 날카롭게 심장을 찌르는 순수한 희열. 마치 길게 들이켠 바이트처럼 목구멍을 적시는 뜨거운 희열. 나는 더 이상 보잘것없는 떠돌이가 아니었다. 이 세상에 동료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그런 떠돌이가 아니었다. 나는 이 사람들과, 이 여인들과, 로스와, 이 홀에 유대감을 느꼈다. ---「2권」중에서 우리는 함께 휘청거리며 안개를 뚫고 각자 자리로 돌아와 등을 맞대고 섰다. 정적. 기다림. “야수는 우리를 보고 있을 것이다.” 로스가 속삭였다. “준비하라, 모두.” 바람이 다시 거세졌다. 오비에가 칼을 들어 가리켰다. “저기.” 로가펠. 그녀가 눈 덮인 키 큰 소나무 옆에서 구부린 무릎을 팔꿈치로 감싼 채 웅크리고 있었다. 단단하게 근육 잡힌, 반쯤 벌거벗은 몸뚱이 위로 하얀 금발이 고디 수녀의 베일처럼 나부꼈다. ---「2권」중에서 |
|
★★★★★
남녀를 뒤집다! 클래식 『베어울프』를 모던하게 해석한 새롭고 독특한 이야기! ★★★★★ 이 치열하고 명예로운 10대 여성 전사들은 스스로를 지키고 모든 규칙을 어긴다, 와우! ★★★★★ 강렬하고, 우아하다! 소년들이 『반지의 제왕』을 들고 있다면, 소녀들은 『본리스 머시』를 손에 쥘 것이다. ★★★★★ 영어덜트(YA) 판타지 컬렉션에 필수 선택이 될 작품! 은밀하고 위험한 죽음의 거래를 통해 삶을 향한 열망과 용감한 탐구 그리고 감동적인 연대가 시작된다! “신인 작가의 놀랍고 대담한 상상력과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에이프릴 제너비브 투콜크의 『본리스머시』 시리즈가 국내에 출간되었다. 존재 자체가 거부당하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여자이기 때문에 꿈도,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는 세상. 심지어 도망을 가는 것조차 쉽게 마음먹을 수 없는 세상. 이러한 세상이 비단 상상의 세계에만 머물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본리스머시’의 작가 에이프릴 제너비브 투콜크는 바로 여기에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왜 우리는 현실도 상상도 끝내 자유롭게 허락되지 않는 세상을 수긍해야 하는지. 수많은 미래가 펼쳐지는 세상이란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것인지. 소녀들의 모험은 모험 그 자체로 이야기가 펼쳐 나갈 수 없는지. 어쩌면 한 번쯤 골똘하게 품어 봤을 법한 이 질문들에 작가는 아주 멋지고 용감한 대안을 제시한다. 간단한 내용만 들으면 전형적인 판타지 모험 소설로 보이지만 『본리스머시』 시리즈는 그동안 보아온 이야기와 확연히 다르다. ‘본리스머시’는 10대 소녀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그들과 대척점에서 맞서게 되거나 혹은 그들과 진한 연대와 유대를 형성하거나 때로 그들이 구원하는 이들 모두가 여성이다. 김보영 작가는 “그동안의 판타지 소설에서 지워져 있던 세계의 이면, 10대 소녀들이 보아야 할 진짜 소녀들의 판타지”라고 작품을 높이 평했다. 어두운 삶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소녀들이 벌이는 극적인 모험과 마법 같은 이야기가 단지 상상의 세계에만 존재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이 ‘본리스머시’ 네 명의 소녀들은 겹겹이 쌓인 고난과 시련을 마주한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도 현실 앞에 무릎을 꿇는 법이 없다. 마치 이 모든 위기를 각오했다는 듯이, 생과 죽음은 결국 연결되어 있다는 듯이, 네 명의 소녀들이 위험한 장벽에 당당히 맞서며 서로를 믿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며 연대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짜릿한 감동을 전한다. 자, 그럼 작품을 좀 더 들여다보자. 구도 해낸 적 없는 일이기에, 우리가 도전하는 거야. 우린 할 수 있어! 『본리스머시』 시리즈의 1권 『죽음을 거래하는 소녀들』은 주인공 프레이를 중심으로 오비에, 주니퍼, 루나, 이 네 명의 소녀가 전사로 살아가며 역경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먹고살기 위해 누군가를 끝없이 죽여야만 하는 소녀 전사들, ‘본리스머시’는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죽음을 거래한다. 까마귀 망토와 긴 머리카락으로 모습을 감춘 채 은밀하고 고요하게 어둠의 거리를 활보하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마치 그들과 옷깃만 스쳐도 불안과 공포와 두려움이 생을 집어삼킬 거라고 믿는 듯, 사람들은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 이들로 본리스머시 소녀들을 대한다. 그런 그녀들이 마주하는 것이라고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불행과 불안 속에 스스로 인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 안타까운 사연들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 프레이의 바람은 갈수록 절실해져 간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이 아닌 존중받는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때, 프레이에게 솔깃한 소식이 들려온다. 남자 여자 아이들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괴물이 나타났다는 것. 온갖 방법이 동원됐지만 그 괴물을 막을 방법이 없어 무고한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에, 프레이는 괴물을 물리치는 일이야말로 자신은 물론 본리스머시로 세상의 그늘 속에 살아가는 소녀들 모두에게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두침침한 지하세계에서 벗어나 밝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 이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만 한다고 다짐한 프레이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잡으러 나서게 되는데……!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소녀들, 어두운 삶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소녀의 이야기가 신비한 분위기 속에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나는 여자이고, 방랑자이고, 전사이다.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본리스머시』 시리즈의 2권 『복수를 맹세하는 소녀들』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에 한 발 더 다가간 네 명의 소녀가 드디어 괴물을 마주하여 피 튀기는 치열한 혈전을 벌이기까지의 과정이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죽음 거래 일을 내려놓고 괴물을 무찌르기 위해 블루비 마을로 진입하는 프레이, 오비에, 주니퍼, 루나. 네 사람은 블루비 족장 로스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대접을 받게 된다. 난생처음 마주하는 안정감 속에서 프레이는 ‘돌아갈 곳이 있는 삶’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본다. 이제껏 단 한 번도 프레이에게는 그러한 것이 없었다. ‘본리스머시’라는 소속만이 프레이 삶을 지탱했을 뿐, 다시 돌아갈 곳, 즉 다시 말해 ‘집’과 같은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죽음을 택하기로 결심한 이들을 찾아다니며 하루하루 일상을 연명해 갔던 것이었다. 블루비 마을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소녀들이 긴장감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는 법. 언제 어디서 괴물이 습격해 올지 모르는 까닭이다. 그 사이 프레이는 괴물에게 ‘로가펠’이라는 이름이 있고 다름 아닌 여성이라는 뜻밖의 사실까지 알게 된다. 긴 백발에 몸집이 거대한 여자, 괴물 로가펠. 그는 어떠한 이유로 그토록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고 목숨을 앗아 가는 것일까. 그에게 자비란 없는가. 대체 어떻게 하면 괴물을 멈출 수 있는가. 프레이와 소녀들은 괴물과의 전쟁을 대비해 고도의 훈련을 해 나간다. 우정인 듯 사랑인 듯 프레이와 족장 로스의 관계가 점차 무르익던 어느 날, 소녀들은 드디어 괴물과 만날 시기가 되었음을 알아차린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애초부터 없었으므로 의연하고도 굳건하게 소녀들은 괴물에 맞서 싸우러 성 밖으로 길을 나선다. 이제껏 그 어떤 남자도 해내지 못했던 일. 자신만만하고 의기양양하게 목소리를 높이던 그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일. 소녀들은 바로 그 일을 하러 한 걸음 한 걸음 괴물에게 다가간다. 이 세상 모든 소녀의 삶을 구하기 위해……. 과연 프레이는 계획대로 괴물을 무찌르고 삶의 평화와 새로운 미래를 얻어낼 수 있을까? 꽉 막힌 현실 세계를 벗어나고만 싶은 지금 여기의 소녀들을 찾아온, 아주 새로운 판타지 페미니즘 소설! 어느 날 운명처럼 ‘본리스머시’의 길을 걷게 된 네 명의 소녀 프레이, 오비에, 주니퍼, 루나. 이들은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생김새도 제각기 다르며 궁극적으로 꿈꾸는 삶의 모습 또한 같지 않다. 늘 어딘가 삐딱한 루나는 하루라도 빨리 죽음 거래 일을 접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어 한다. 주니퍼는 멤버 중 가장 어리고 몸집도 제일 작지만 절대 위축되지 않는 진중하고 속 깊은 면모를 지니고 있다. 아마도 바다 마녀이기 때문일 거라고, 프레이는 주니퍼를 보며 생각하곤 한다. 또한 오비에는 과거에 한쪽 눈을 잃은 비밀스러운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웬만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이들을 아우르며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프레이의 가장 큰 임무. 그러나 사실 프레이 자신도 하루에도 십수 번 마음이 여러 갈래를 오간다. 안정된 삶을 살아간다면 어떨까. 본리스머시가 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나는 불행을 타고난 것이었을까. 그럼에도 타고난 인생 대신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프레이의 마음은 비단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닐 테다. 오비에, 주니퍼, 루나 역시 프레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개성 강하고 자의식 분명한 네 소녀의 의견이 자주 충돌하고 엇갈리게 되는 게 당연할 텐데 그러한 과정이 무척 자연스러워 읽는 이의 공감을 이끈다. 광활한 배경과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 아주 현실적이고도 섬세한 소녀들의 심리 묘사와 갈등 전개야말로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본리스머시』 시리즈가 그동안 보아온 전형적인 판타지 소설들과 차별성을 갖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본리스머시’는 10대 소녀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그들과 맞서게 되거나 혹은 그들과 진한 연대와 유대를 형성하거나 때로 그들이 구원하는 이들 모두가 여성이다. 김보영 작가는 “그동안의 판타지 소설에서 지워져 있던 세계의 이면, 10대 소녀들이 보아야 할 진짜 소녀들의 판타지”라고 작품을 높이 평했다. 어두운 삶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소녀들이 벌이는 극적인 모험과 마법 같은 이야기가 단지 상상의 세계에만 존재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현실 구석구석을 깊숙이 파고들어 오래된 관습을 도려내는 강인하고 멋진 소녀들. 검은 망토와 긴 머리에 숨겨 둔 ‘본리스머시’ 소녀들의 진짜 모습을 마주한다면 어떠할까. 아마도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여느 또래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민경 작가가 “이제 여성에게 억제나 타협, 회피 같은 단어 대신 모험, 우여곡절, 격돌과 같은 단어가 더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방향키”라고 작품을 추천하였듯 소녀들은 이미 곁에 와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했을 뿐……. 모험은 이미 시작되었고 소녀들은 미래로 향하고 있다. 바로 지금, 나와 너의 곁에서 함께. |
|
이 소설은 얼핏 전사와 마녀와 마법과 괴물이 등장하는, 북유럽 전설을 연상시키는 판타지 모험담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다르다. 이 용감하고 탁월한 전사들은 10대 소녀들이며 그녀들이 구원하는 이들도 여성이다. 때로는 싸워야 하는 마녀도 여성이다. 전사들의 여정에 흩뿌려져 있는 것은 야만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 내는 여성들의 삶이다. 소녀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원하는 이들에게 자비롭게 죽음을 선사한다. 치하받는 일도 영웅으로 치켜세워지는 일조차 없이……. 소설 속의 여성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든 모두 고결하고 강인하며, 삶과 죽음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며 전진한다. 그동안의 판타지 소설에서 지워져 있던 세계의 이면, 10대 소녀들이 보아야 할 진짜 소녀들의 판타지. - 김보영 (『천국보다 성스러운』 『저 이승의 선지자』 작가)
|
|
더 먼 곳으로 가서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간직한 소녀들이 택하는 선택지란 대체로 몇 가지로 수렴된다. 다치지 않기 위해 현실에 맞추어 제 취향을 바꾸거나, 자신을 데려가 줄 타인에게 투영하여 열과 성을 다하거나, 부글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방향 잃은 원망을 안고 살아간다. 바깥으로 분출하지 못한 열망이 결국 속으로 꺾여 들면 깊은 웅덩이 같은 우울이 고이고 삶을 향한 의지 때문에 삶에 대한 의지를 잃는다. 그러나 모험하는 여성의 세상은 이미 왔고 모험기란 대대로 모험을 앞둔 인간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 왔다. 이 작품은 이제 여성에게 억제나 타협, 회피 같은 단어 대신 모험, 우여곡절, 격돌과 같은 단어가 더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방향키다. - 이민경 (『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