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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아메리카의 일상을 관찰하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쓴 아메리카 대륙 횡단기
휴머니스트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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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돈 왓슨Don Watson
1947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나 라트로브대학교와 모내시대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강연 및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며 오스트레일리아 역사에 관한 세 권의 책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을 썼다. ‘이방인이 미국에 관해 쓴 최고의 책’이라 평가받은 《기차를 타고 아메리카의 일상을 관찰하다(원제 American Journeys)》로 ‘디 에이지 논픽션’과 2008년 ‘올해의 도서’, 논픽션 부문 ‘워클리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그 밖에 주요 저서로 《동정심 많은 자의 회고록: 폴 키팅 PM의 초상화Recollections of a Bleeding Heart: Paul Keating PM》, 《토끼 신드롬: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메리카Rabbit Syndrome: Australia and America 》, 《사형 선고Death Sentences》, 《왓슨의 중의적 표현 사전Watson's Dictionary of Weasel Words》 등이 있다.
역자 : 정회성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성균관대학교와 명지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번역과 함께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피그맨》으로 ‘2012년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Honour list) 번역 부문’ 수상자에 선정되었다. 옮긴 책으로 《에메랄드 아틀라스》, 《이브의 정원》,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뚱보가 세상을 지배한다》, 《아마존 최후의 부족》, 《휴먼 코미디》, 《1984》, 《에덴의 동쪽》,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 다수가 있고, 지은 책으로 《친구》, 《작은 영웅 이크발 마시》, 《책 읽어주는 로봇》, 《영문법 나만 따라와》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3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680g | 152*223*30mm
ISBN13
9788958625919

출판사 리뷰

1. 미국의 평범한 일상 깊숙한 곳까지 탐험한
아주 특별한 아메리카 인문 여행기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지 한 세기 반이 지나 이번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저술가 돈 왓슨이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이자 글로벌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을 탐험하고 토크빌의 책에 비견할 만한 여행기를 집필했다.
기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며 만난 다양한 미국인의 평범한 일상에서 ‘자유의 성채’라 일컬어지는 공화국의 표상과는 전혀 다른 모순된 모습을 발견하고, 이를 직설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인문 답사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책은 미국인도 몰랐던 미국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평단에서 ‘이방인이 미국에 대해 쓴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저자는 미국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거대한 대륙의 전체 이미지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실제 모습을 세밀하게 스케치해나간다. 그가 미국 전역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탐험한 것은 일반 여행자들의 주요 관심사인 먹거리 볼거리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미국인 그 자체다.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뉴올리언스, 흑인운동에 불을 지핀 로자 파크스의 버밍햄, 그리고 잭슨, 시카고, 워싱턴 D.C., 캔자스시티, 솔트레이크시티, 콜로라도 스피링스, 덴버, 앨버커키, 로스웰, 엘코, 애슈빌 등 수많은 작은 소도시에서, 도시를 잇는 기차간에서, 음식점과 술집에서, 박물관과 국립공원과 같이 다양한 공간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의 미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예리하게 날이 선 비평의 칼을 정치, 경제, 종교, 언론 등의 이면에 숨겨진 미국의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낸 이 책은 특히 민주, 자유, 종교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상식과 편견을 깨뜨린다. 스테레오타입처럼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상상해온 미국과 미국인의 모습에 살아 있는 인간의 다채로운 색깔을 복원함으로써 이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2. 미국의 속살을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방법, 암트랙 기차 여행

미국 여행을 떠올리면 대부분 사람들은 비행기와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을 먼저 생각한다. 따라서 ‘미국의 기차’라는 이미지는 이른바 서부 개척민과 한탕주의 총잡이를 끼고 있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대륙에도 기찻길은 곳곳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미국을 기차로 여행하는 것의 장점을 저자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왓슨은 암트랙(Amtrak, 전미 여객 철도공사)이라는 미국의 철도 시스템이 조만간 박물관에 들어갈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것이라 여기면서도 이를 이용한 기차 여행을 예찬한다. 심지어 암트랙의 자동응답 시스템인 ‘줄리’를 친구처럼 여기는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위트 있게 느껴진다. 왓슨은 1차적으로는 기찻길이 연결된 곳을 암트랙을 이용하고 기차가 갈 수 없는 곳은 자동차를 이동하면서, 마치 작은 홈을 내면서 나무껍데기를 파먹는 좀벌레처럼 미국이라는 대륙의 속살을 파고들어간다.

특별히 기차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기차가 마을과 도시를 드나들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방식, (중략) 기차가 우리를 사물의 본질 속으로 들여놓는 방식을 좋아한다. (중략) 기차가 시골 풍경과 교감하는 것도 좋아한다. 기차가 달리는 선로, 적어도 선로를 얹은 길이 100여 년 전에 측량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잘 정비된 현대적인 도로에 비해 본래의 지형을 멋지게 살려서 놓여 있다는 사실도 마음에 든다. 기차가 지형에 따라서 속도를 높이거나 줄이면서 조절하는 방식도 좋아하고, 반복적으로 덜커덕거리는 바퀴 소리와 그 울림을 몸으로 느끼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기차가 주는 친숙함을 좋아한다. 다른 승객과의 친밀한 교류는 물론이고, 창밖의 사람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뒤뜰, 현관, 빨랫줄, 채마밭, 바비큐 시설,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 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누리는 것도 좋아한다. 손수 운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마음에 든다. (중략) 나는 특히 어둠이 깔린 들녘,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달리는 야간열차를 좋아한다. 기적을 울리며 구부러진 선로를 따라 달리는 열차의 어둠을 뚫는 빛, 그것은 당신을 향해 내뿜는 빛이기도 하다.
(중략) 나는 딱딱한 나무껍데기 속에 작은 홈을 파는 한 마리 좀벌레처럼, 기차 여행이 공화국이라는 미국을 헤집어보는 한 가지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국의 풍경, 미국의 시골 마을, 미국의 역사가 창밖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객실에서는 서너 명의 미국인이 저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나간다.
기차 안에서, 아니 미국의 어느 곳에서든 한번에 두세 가지의 대화 내용을 엿들을 수 있었다. (중략) 내가 대화 내용을 낱낱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인들의 목소리가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목소리에 비해 유별나게 크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그들이 목소리를 타인과의 교류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본질적인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리라. ― [서문 : 미국 여행을 시작하며](21~23쪽) 중에서

(중략) 나는 될 수 있는 한 모든 암트랙(전미 여객 철도공사) 노선을 이용해서 여행할 작정이었다. 나는 미국인들에게 노새 등에 탄 만큼만 지면과 떨어져서 당신네 나라를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는 미국인들의 의식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암트랙은 이미 철도의 그림자가 되어버렸다. 이를테면 다른 교통편을 선택할 여유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만이, 그리고 멸종하기 전의 공룡이나 되는 듯 사라지기 전에 한번 타보려는 한량들만이 이용하는 폐기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암트랙 열차는 아직까지 해안선을 따라 거의 전 선로를 운행하고, 미국이란 광활한 대지를 동서남북으로 횡단하고 있다. 그리고 아주 외진 곳에 위치한 몇몇 마을을 빼고 웬만한 도시는 다 연결되어 있다. 암트랙 선로의 총연장은 3만 5,400킬로미터에 달한다. ― [서문 : 미국 여행을 시작하며](27쪽) 중에서

3. 미국을 읽는 세 가지 키워드 - 종교, 민주, 자유

미합중국에서 종교는 거의 모든 부분의 최전방에 있다.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전체 가구의 90퍼센트가, 그리고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한 권 이상의 성경책을 지니고 있으며, 해마다 2,500만 권의 성경책이 판매되는 ‘복음주의의 나라’다. 대법관을 지명하기 위해 맨 처음 의견을 구하는 대상이 바로 종교 지도자들이고, 지명자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에 관한 것이다. 허리케인에도 팬케이크 반죽기에도 하나님이 임하시는 나라가 미국인 것이다.

미국의 일상에서는 다양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와 멕시코 만 연안의 여러 도시를 집어삼켰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카트리나로 인한 악재를 극복하는 힘을 ‘하나님’에게서 찾았다. 구호물품 또한 ‘하나님’이 보내주신 것이라 믿는 종교에 기반한 자원봉사자들이 구름떼처럼 뉴올리언스에 몰려들었다. 그러나 당시 리처드 베이커 공화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마침내 뉴올리언스의 공영주택을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은 우리가 할 수 없었던 일을 하나님이 실행했다”라는 말을 통해, 이들과는 또 다른 의도를 지닌 하나님 이야기를 하고 있다.

1955년 로자 파크스가 버스 안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음으로써 흑백분리법을 폐지하는 데 일조한 사건이 일어났던 ‘미국에서 가장 철저하게 흑백을 분리하던 도시’ 버밍햄을 지나며, 저자는 미국의 흑인운동 또한 종교, 즉 하나님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흑인운동의 지도자들 역시 ‘하나님’의 말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해준다. 이어 잭슨시에서 만난 아프리카계 미국인 모슬렘 여인의 입을 빌려, 흑인들이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지만, 백인의 모습을 한 하나님이라는 노예 신분제도보다 더 견고하고 고약한 것을 믿고 있는 아이러니한 종교적 현실을 지적한다.

이처럼 종교가 일상인 미국에서는 근본주의자들의 완고하고 배타적인 믿음을 비롯해 타인을 배려하고자 노력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같은 다양한 모습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곳일수록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라는 말을 통해 풍자적으로 미국의 종교를 표현한다.
또한, “민주주의와 종교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민주주의의 핵심은 종교적인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휘트먼의 말을 인용하며, 미국의 민주주의가 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힘의 근원을 ‘하나님’의 의도이자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찾는 미국인의 모습을 오버랩시킨다. 이런 면에서 “국민을 ‘영원히 유년 시절에 머물게 하고 사고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이 미국의 민주주의”라고 간파한 토크빌의 주장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인 대다수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자유’에 대해, 왓슨은 미국인이 말하는 자유는 일반적인 자유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이는 ‘자유’로운 나라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미국인들이 무지의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게 하는 대목이다.

완고한 종교적 믿음, 민주주의에 대한 환상, 그리고 자유에 대한 절대적 신념을 복합적으로 지닌 미국은 어찌 보면 성숙하지 못하고 세련되지 못하며, 미개한 강대국의 모습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왓슨은 ‘꾸밈없는 투박함 속에서 미국인조차 의식 못하는 품위와 너그러운 모습’을 찾아냄으로써 ‘거칠고 유치하고 촌스럽게 보이는’ 미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본다. 왓슨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미국의 힘은 이러한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함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미국이란 실험실에서 그 어느 나라와도 견줄 수 없는 천재적이면서도 세련된 부의 문명이 탄생했다. 전례 없는 다양성의 나라, 발명의 나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힘을 가진 나라가 탄생했다. 그 실험실에서는 폭력, 신성모독, 불의와 부정, 군국주의도 탄생했다. 미합중국은 인류의 자유와 기회의 호민관으로서 이타심이 강한 나라다. 하지만 이 위대한 이타주의 나라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데다 약자를 괴롭히는 불량배이자 위선자이고, 철저한 속물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미합중국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면을 총망라해서 보여주는 나라인 것이다. 이 나라는 그 근원과 발전에 대한 종교적 신념과 함께 종종 혼란을 야기하는 원시적이고 미개한 요소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 [서문 : 미국 여행을 시작하며](30~31쪽) 중에서

복음주의 미국은 미국이라는 기업만큼이나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의 기업만큼 호심탐탐 기회를 노린다. 애덤 스미스가 서로 경쟁하는 경제사회에서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보았던 것처럼, 그리고 조지프 슘페터가 미국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라는 ‘창조적 파괴’의 힘을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복음주의자들은 허리케인 안에서 ‘하나님의 손’을 보았다. 그들은 하나님이 사람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멕시코 만 연안을 방문하신 것이라고 공언했다. 카트리나가 바다로 물러나고 새들이 연안으로 돌아오자, 미국 전역에서 각종 교파의 이름을 내건 자원봉사자들이 폐허로 변한 이곳에 떼를 지어 몰려왔다. ― [Chapter 1 : 허리케인 안에서 하나님의 손을 보다](55쪽) 중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카트리나가 9?11 테러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국 사회에 끼쳤다고 말했다. 카트리나는 미국 사회에 잠재된 인종, 불평등, 에너지, 환경 등의 문제를 백일하에 드러냈다. 어쩌면 그런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났기 때문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워싱턴 D.C.가 마비된 듯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며칠 동안에 보여준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와 무관심 이후, 모든 상황은 카트리나가 정부의 이해와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를 야기했음을 시사했다. 카트리나가 물러가고 두 달이 지났지만, 정부의 어느 누구도 무엇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중략) 한마디로 말해 리더십의 부재였다. 하지만 애초에 리더도 없었다. ― [Chapter 1 : 허리케인 안에서 하나님의 손을 보다](70쪽) 중에서

그런데 일부 미국인은 공화국과 제국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미국이 어떻게 공화국인 동시에 제국일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 여기 이 문제의 해답일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1787년 알렉산더 해밀턴이 제헌의회에 선거군주제를 제안했을 때, 그 자리에 참석한 건국의 아버지들은 강한 어조로 이를 거부했다. 당시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제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부정적이면서 그들은 막강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같은 논리로 따지면 미국인들 스스로 공화국 안에 산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선거군주제 안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인이 온갖 상징과 제의를 이용하면서까지 공화국을 열렬히 칭송하고 옹호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군주국에, 제퍼슨이 아닌 해밀턴의 비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략) 8월 11일까지만 해도 별로 사랑받지 못했던 대통령은 9월 11일에 이르러 갑자기 왕이 되었다. 그는 보수주의 신문과 방송의 열렬한 응원 속에 마치 루이 14세가 하인과 백성의 서신을 개봉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의 친애하는 미국 시민의 대화를 도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막대한 자금과 권력도 지니게 되었다. 미국인의 존경을 받았던 노련한 언론인들도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아니, 그들은 자진해서 ‘궁정의 신하’가 되었다. ― [Chapter 3 : 마지막 나그네비둘기와 미국의 민주주의](143~144쪽) 중에서

미국에서 자유라는 말은 그 의미가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 카우보이 하면 자유라는 말이 연상된다고 하지만, 이 또한 예외는 아니다. (중략) 스스로 자신은 자유롭다고 계속 말한다든지 자신이야말로 자유의 상징 혹은 자유 그 자체라고 믿는다면 그만이다. 한 《뉴욕타임스》의 기자가 래리 맥머트리에게 카우보이는 자유와 자립의 상징이라고 하는데, 정작 카우보이들은 “민주주의를 보급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우보이의 삶을 다룬 소설가 맥머트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맞아요. 카우보이들은 파시즘을 전파하는 일에 관심을 보였지요.” ― [Chapter 5 : 암트랙 여행자들](209쪽) 중에서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냉철하게 살펴본 후 “인간들을 괴롭히지 않으면서 타락시킬” “가벼운 형태의 독재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경의 개척 활동도 좋지만, 국민이 ‘사소하고 하찮은 쾌락을 찾아 그것으로 인생을 채워가는 일’에 너무 바쁜 탓에 자신을 다스리는 유익한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고 했다. (중략) 토크빌의 눈에 미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을 압박하고 국민의 기력을 떨어뜨리며 국민을 절멸시키고 국민의 지각을 마비시키는 힘’을 국민에게 부여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다. 폭정은 아니지만 언뜻 보호자 역할을 하는 듯하면서 국민을 ‘영원히 유년 시절에 머물게 하고 사고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이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텔레비전 앞에 한 시간만 앉아 있으면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토크빌의 암울하기 짝이 없는 견해가 일리 있어 보일 때가 있다. 현관마다 성조기가 나부끼는 빈민 지역을 한 시간 동안 드라이브해 보아도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그리고 미국의 텔레비전―가 다른 어떤 민주주의보다 더 살아 있는 듯 보일 때도 있다. 다시 토크빌의 말을 빌리자면, 국민이 “어떤 영구적인 장애물의 방해 없이 일상생활에 영원히 영향력을 행사할 때”가 바로 그렇다. ― [Chapter 6 : 존중받기 위한 파업](234∼235쪽) 중에서

AM과 FM 다이얼을 돌리다 보면 당신은 신권정치 국가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여러 정당으로 이루어진 신권정치 국가다. 그런 국가에서 하나님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과 말씀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혹은 그 뜻을 풀어놓느라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것이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어쩌면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미국인의 그런 삶을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하기 전에 자신들이 사는 곳에 그것과 견줄 만한, 지적 연구 정신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 [Chapter 7 :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250∼251쪽) 중에서

“미국의 좋은 점 한 가지를 든다면 자유예요.”
그의 말에 나는 이렇게 응수했다.
“자유는 다른 나라에도 얼마든지 있어요.”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 그래요? 저는 그런 것에 대해서 배운 적이 한 번도 없어요.” ― [Chapter 10 : 바람 부는 도로에 멈춰 서서](376쪽) 중에서

미국에서 자유라는 말은 진부한 수사처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중략) 대통령이 “우리의 적들은 우리가 자유를 가졌기 때문에 우리를 미워합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이를 외면한다. (중략)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을 싫어하는 이유는 자유가 아니라 미국이 행사하려는 권력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적들은 우리가 가진 권력과 주도권 때문에 우리를 싫어한다’라는 말이 더 진실되며,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미국이 잃을 것은 없다.
그런데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자유라는 케케묵은 말을 귀 따가울 정도로 자주 듣는다. (중략) 우리가 아는 자유와 미국인들이 아는 자유는 그 개념이 다르다. 미국인들은 우리로서는 겪어본 적도 없는 방식으로 자유에 대해 알고 있다. 이 나라에서 자유는 그 자체가 신성불가침이다. 자유는 그 무엇보다 더 소중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자유는 무조건 옳은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 미국의 자유가 전적으로 옳지만은 않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 [후기 : 미국인에게 자유란 무엇인가](460∼461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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