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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출전 그리고 감사의 말씀
1. 오늘날 대학은 죽어가고 있는가? 크리스토프 하인의 『바이스케른의 유고』 금어초 사이의 푹시아 꽃 브레히트의 『부코 비가』 연구 2. 슈테판 헤름린의 투쟁과 성스러운 사회주의 그의 시, 「기적의 시간」을 중심으로 “사물 한가운데에는 슬픔이 페터 후헬의 정치적 자연시 동독 문학에 나타난 교사상 벨름, 괴를리히 그리고 베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동독에서의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3. 하이너 뮐러의 묘비명, 「몸젠의 블록」 미완의 로마사 역사와 문학의 죽음, 혹은 영웅의 자살 하이너 뮐러의 「이를테면 아이아스」 읽기 4. 마르시아스 개작에 반영된 예술론과 시대 비판 토마스 브라쉬의 「결투」에 대한 세 가지 해석 시도 찬란한 미지의 세계를 찾아서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문학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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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독. 한때는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라는 이유로, 통일이 되면서는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통일을 대비한다는 이유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나라. 하지만 이제는 기억 저편에서 가물거리는 나라. 그런데 어쩔 수 없었던 분단 이외에는 등치시켜 볼 게 별로 없어 보이는 그 나라의 문학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넓은 의미의 독일 문학 중에서 작은 한 부분을 차지할 동독 문학이 지금 우리에게 함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문학이 작품을 통해 인간과 삶, 그리고 세계를 읽고 이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면, 비록 유행도 지나고 관심조차 없는 대상일지라도, 거기서도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인간답게 살기를 갈망하며 산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강제로 주어진 분단과 냉전으로 인해 체제와 이념의 갈등이 있었고, 또한 그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 보편적 정서로써 현실과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작품들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동독 문학에 관심을 기울여 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에른스트 블로흐 연구자로 잘 알려진 박설호 교수의 「망각의 시대에 명작 읽기」는 “동독 문학 연구 3”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미 동독 문학과 관련해 몇 권의 책을 발간한 바 있는 박설호 교수의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동독에서 살아간 작가들의 세 시기의 내면의 모습을 징후적으로 읽을 수 있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즉, 분단 직후의 동독 초기, 그리고 냉전이 심화되고 내부 통제가 강화되어 가던 시기, 마지막으로 통독 이후의 내면의 풍경을 보여 주는 브레히트와 페터 후헬, 하이너 뮐러에 대한 글이 바로 그것이다. 2. 전쟁이 끝나고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었다. 사회주의 이념을 기초로 성립된 동독에 정착한 사람들, 특히 지식인들은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전쟁과 파시즘의 상흔은 너무도 강한 것이었다. 그리고 미소 강대국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세계대전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강했다. 그런 탓에 1953년에 동베를린에서 노동자 데모가 일어났을 때도 그들과 연대하기보다, 혹시 그들 사이에 파시스트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며 머뭇거리게 된다. 선택하였으나 확신할 수 없는 국가 체제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뿐. 하지만 그것도 쉽사리 발표하지 못한다. 동독이나 서독에서 악용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브레히트의 연작시 「부코 비가」가 바로 그 작품이다. 「부코 비가」는 표제 시 “모토”를 포함해 2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 전 작품이 다 소개되지 않은 「부코 비가」 중에서,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대화 형식을 통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는 글이 바로 「금어초 사이의 푹시아 꽃」이다. 3. 미소 강대국에 의한 냉전 체제가 강화되면서, 소련의 영향 아래 있던 사회주의 국가 동독에는 체제 강화와 통제가 심화된다. 이는 작가의 글쓰기에도 예외 없이 영향을 미친다. “사물 한가운데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고 노래한 페터 후헬은 1949년부터 1962년까지 동독의 문예지 「의미와 형식」의 책임 편집자로 일했다. 후헬에 의해 간행된 「의미와 형식」은 독일 문예지 출판 역사상 가장 수준 높고 훌륭한 간행물로 인정받고 있다. 수준 높은 필진에 해외 문학 작품과 이론에 대해서도 소홀히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후헬도 1962년에 독단적 관료주의자인 쿠르트 하거에 의해 “동서독 사이의 문화 교류를 일삼고 있다”는 비난을 받으며, 「의미와 형식」의 편집자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그 후 후헬은 1971년까지 포츠담 근교의 빌헬름스호르스트에서 어떤 우편물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정부로부터 감시당하며 살아야 했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박설호 교수는 「“사물 한가운데에는 슬픔이”」에서 “겨울 시편”, “망명”, “테오프라스토스의 정원” 등 후헬이 핍박받던 60년대 초에서 70년대 초 사이에 쓴 정치적 자연시를 분석하면서, 후헬 문학에 나타난 자연 내지 인간의 고통 그리고 구원에 관한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4. 통일이 되면서 동독의 모든 것이 부정된다. 그리고 천박한 자본주의 풍조가 만연한다. 돈이 진리인 시대가 갑자기 도래한 것이다. 문학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동독 시대의 대표적 작가인 하이너 뮐러, 크리스타 볼프, 폴커 브라운 등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뒤이어 여러 작가들의 슈타지 혐의가 널리 회자된다. 이 모든 것이 동독 문학과 사회주의 문화에 대한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동독 출신의 작가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걸 엿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하이너 뮐러의 “몸젠의 블록”과 “이를테면 아이아스”이다. 테오도르 몸젠은 「로마사」를 쓴 프로이센의 역사학자로서 1902년에 노벨상을 타기도 한 사람이다. 몸젠은 프로이센 정부와 학술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5권짜리 「로마사」를 집필하기로 했다. 하지만 로마 황제들의 역사를 다룬 4권만 집필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4권의 집필을 미루던 몸젠은 자기 집의 화재로 인해 자료와 원고가 모두 불탔다는 이유로 끝내 4권을 집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젠이 4권을 집필하지 않은 이유가 꼭 그것만은 아니라는 게 뒤늦게 밝혀진다. 쓰지 않았다는 4권의 내용을 바탕으로 두 사람에게 강연한 것이 그 강연을 받은 두 사람이 기록한 책으로 뒤늦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로마의 황제의 역사를 다룬 책을 쓰지 않은 것인가. 그것은 로마 황제 시대에 로마 민중이 꼭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고, 또 그것을 씀으로써 로마 제국과 동일시하려는 프로이센 제국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이아스는 여신 아테네의 계략으로 광기에 사로잡혀 가축 떼를 군인들로 착각하고 모조리 살상한다. 그리스 전사들은 아이아스의 이러한 광분 행위를 공공연하게 조롱한다. 상처받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아이아스는 해변에다 헥토르의 장검을 수직으로 세워놓고 그 위에 몸을 던져 삶을 마감한다. 어쩌면 아이아스가 처한 상황은 통독 이후에 뮐러가 처한 상황과 유사한 건지도 모른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통일이 되고 모든 것이 부정되는 상황에서 뮐러는 자신의 작품에서 살려낸 몸젠과 아이아스를 통해 자기에게 덧씌워지던 의혹과 의심에 대해 답변을 한 것이리라. 5. 「망각의 시대에 명작 읽기」에는 앞서 언급한 글들 외에도 동독에서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가 어떻게 수용되었는지를 고찰한 긴 글이 있고, 또 문학에 나타난 동독의 교사상을 살펴보는 글도 있다. 또한 토마스 브라쉬와 프리츠 루돌프 프리스의 문학 세계에 대한 글도 포함하고 있다. 동독 문학이 독일 문학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꼭 별개로 놓아야만 하는 것은 아닐 수 있겠지만, 동독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요된 분단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꿈, 체제의 억압과 감시, 그리고 통독 이후의 좌절감과 주변부 의식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의 우리가 또 미래의 우리가 맞닥뜨리거나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독 문학은 우리에게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