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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애가 소꿉친구를 피하는 이유 1
서가린
동아 20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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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 그 영애가 도망치는 이유
2. 그 영애가 뺨을 때릴 수 있는 이유
3. 그 어른들의 대화
4. 그 영애가 질색하는 이유
5. 외전 : 키르시카, 그 꼬마 이야기
6. 그 영애가 마음 약해진 이유
7. 그 영애가 쓰러진 이유
8. 외전 : 키르시카, 그 어린애 이야기
9. 그 영애가 공국을 떠난 이유
10. 그 영애가 계속 질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
11. 그 영애가 눈을 돌리는 이유

저자 소개 1

카페라테의 힘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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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642g | 147*210*24mm
ISBN13
9791163022961

책 속으로

햇살이 따사로운 오후였다. 얼마나 나른한지 키르는 티타임 도중 팔에 턱을 괴고 늘어져 있었다. 하늘거리는 바람이 키르의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쓸었다. 눈이 마주치자 키르는 생글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진짜 예쁘게도 생겼다. 금을 갈아 고운 실을 뽑은 것처럼 화사한 금발과 보라색 눈동자가 조화를 이뤄 아름답게 빛났다.
진짜 저 축복 받은 외모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키르의 모난 성격을 순간적이나마 덮어 주는 저 천사 같은 외모에 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심지어 1년 사이에 미모가 더욱 발전했다. 그래도 저 외모에 속아 넘어가선 안 된다. 언제 또 더러운 성격이 나올지 모른다.
저 인간은 키르다. 뼛속까지 이상한 키르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저렇게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늘어진 걸 보니 오랜만의 티타임에 기분이 좋은가 보다.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금빛 머리카락이 너무 탐난다.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서 키르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내 손길을 느낀 키르가 흘긋 눈동자는 움직였지만, 가만히 내버려 둔다. 오, 럭키!
어릴 땐 자주 허락해 줬던 일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키르가 머리에 손을 대지 못하게 난리를 쳤던 터라 지금의 침묵이 놀라웠다. 모처럼 있는 기회라 나는 쓱쓱 마음껏 쓰다듬었다.
색도 예쁜 머리카락인데 실크처럼 부드럽기도 했다. 저 천사 같은 외모처럼 성격만 부드러웠으면 정말 좋을 텐데. 그럼 최고의 매력남이 되었겠지.
아, 매력남을 떠올리다 보니 어제 본 기사님이 생각났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그 다음에 일어난 황당한 사건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다시 생각해도 어제의 일은 짜증났다. 이런 일은 원래 친구한테 털어놔야 기분이 풀리는 법이다.
“나 있지, 조금 특이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
“무슨 능력?”
키르는 늘어진 그대로 권태롭게 물었다. 딱히 흥미는 없지만, 네가 이야기를 하니 들어 준다는 듯한 태도였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저렇게 말투와 행동에 권태로움이 묻어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조금 더 커서 성숙미가 생기면 얼마나 위험한 분위기를 내뿜는 남자가 될지 기대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생겼다.
제발, 지금처럼 착하게만 살아 달라는 마음을 담아 키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뺨을 때리면 사람을 꼬시는 능력?”
내가 생각해도 웃기고 ‘능력’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긴 애매한 일이라 말하는 나도 의문형의 말투가 나왔다. 그리고 이걸로는 키르가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 자세한 설명을 하려는 찰나, 키르의 손이 제 머리를 쓰다듬던 내 손목을 잡아채며 휙 떼어 냈다.
“아!”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키르를 쳐다보자 그사이 무엇에 기분이 상했는지 키르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느슨한 미소가 사라지고 딱딱한 입매가 찬기를 풀풀 날렸다. 한없이 착해 보이던 천사 같은 얼굴은 사라졌다. 지금은 지옥의 악마가 강림해 있었다. 본능적으로 올라온 위기감에 입을 다물었다.
“너, 누구 뺨 때렸어?”
“아니……. 그게 어쩌다가…….”
해명하려 했지만 키르의 눈에 불꽃이 튀어서 입을 다물었다. 키르의 지랄 맞음이 폭발하기 직전이란 것을 깨달았다. 골치 아파질 것 같다.
그 순간 키르는 내가 경악할 말을 외쳤다.
“내가 다른 사람 때리지 말라고 했지! 때리고 싶으면 나를 때리라고, 내가 다 맞아 준다니까!”
저런 말을 외친 사람치고 키르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나는 절레절레 내저어지는 고개를 억지로 붙들며 한숨을 삼켰다.
내 소꿉친구의 은밀한 취향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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