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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이 서문
강산에 분노는 보편적으로 저항은 예술적으로 강용주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그의 마르지 않은 눈물 권해효 사회에 대해 가슴앓이 할 수 있는 건 행복 김성재 김대중. 노무현 '신화화'가 계파 갈등 만든다 김선현 노조를 품으면 우리 안에 있다 김창남 마이너리그가 살아날 때 메이저리그 또한 살아날 수 있다 박래군 별 11개 단 이 사람, 인생 제2막에서 던진 돌직구 엘리자베뜨 샤바놀 단 이틀 머문 한국에 운명처럼 끌렸다 유종일 I was a prisoner 이근식 '개인 존중' 없으면 민주주의도 위태롭다 정태인 시시포스의 돌을 짊어지는것이 진보의 운명 최창집 왜 책임정치인가 홍세화 진보의 미덕 중 하나는 기다림이다 엮은이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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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 인터뷰’, 자유에 대해 27명이 내린 27개의 정의
자유란 무엇인가. 이 책을 시작하게 한 질문이다. 보수주의자는 ‘반공’ 혹은 ‘경제적 자유’로 왜곡하고, 진보주의자는 수구의 이념적 도구로 오해해 온 것이 자유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풍경이라면, 이 책의 성취는 인터뷰이들이 그렇게 덧씌워진 편견을 내려놓고 자유에 대한 저마다의 진솔한 속내를 털어놓게 한 데 있다. 2011년 봄에 시작해 2012년 10월까지 진행되어 당시 [프레시안]에 연재되기도 했던 스물일곱 편의 인터뷰를 두 권의 책으로 묶었다. 1권에는 주로 문화, 예술인과 학자, 기업인과 사회 활동가 들의 인터뷰를, 2권에는 정치인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책의 형태에 맞게 고쳐 쓰고 재구성했다. 왜 ‘자유인’ 인터뷰인가 인터뷰이들의 정치적, 사회적 입장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이들 모두를 ‘자유인’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니, 그에 앞서 이들은 과연 ‘자유인’일까.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우리나라 최연소 장기수이자 세계 최연소 무기수로 14년을 복역하다가 1999년 출소한 강용주 광주 트라우마 센터 원장은 수감 기간만큼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신이 일하는 병원으로 낯선 전화가 걸려오면 마음의 평온이 깨진다며 괴로워한다. “연애를 하거나 즐거운 순간에도 문득 ‘내가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 하는 죄의식을 항상 느껴야 하는 시기였다.”며 자신의 청년 시절을 회상하거나(김창남 인터뷰), “자유를 위해 싸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민주화가 나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화두였던 데 반해, 자유는 민주화로 인해 얻게 되는 열매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면서 저항의 중심에 자유가 자리하지 않았음을 고백하는(고 김근태 인터뷰) 이도 있었다. 2013년 2월 14일에는 삼성 X파일을 공개한 것이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이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인터뷰이(노회찬 인터뷰)도 있다. 시대적 절박함 속에 온전한 자유의 감수성을 기르지 못했고, 국가권력에 맞선 일개인은 긴 세월이 지났어도 자신의 왜소함을 절감한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거대 자본 앞에 무력하다. 개인적으로 결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보기 힘든 이들을, 그럼에도 ‘자유인’으로 묶어 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엮은이는 (이 책에 실리지 않은) 변영주 감독 인터뷰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예술이란, 영화란, 인생이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 놓인 거대한 벽을 조그만 끌을 가지고 천천히,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긁어내는 것이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하나같이 원래 자유로웠던 것이 아니라 자유롭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 제아무리 제약과 한계가 있더라도 자신만의 벽 긁기를 포기하지 않는 삶을 이야기한다. 자유의 공간을 확장하는 삶을 살고, 양극화된 현실 속에서 사회경제적 자유를 넓히는 정치를 모색한다는 점은 이들을 ‘자유인’이라고 범주화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된다. 다양한 분야의 자유로운 영혼들을 만난 인터뷰에서, 정치인을 많이 포함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난 인터뷰의 새로운 발견 멀게는 2011년 봄, 가깝게는 2012년 가을에 인터뷰한 글을 단행본으로 엮으며 곤란했던 점 중 하나는 직함을 표기하는 문제였다. 인터뷰이 중에는 인터뷰 시점과 출간 시점 사이에 근황이 크게 달라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는 특히 정치인의 인터뷰가 담긴 2권에서 두드러졌다(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인터뷰는 그의 생애 마지막 인터뷰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차 또는 간극은 독자에게 색다른 의미로 다가가기도 하는데, 엮은이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예상했던 경로를 따라 움직인 이도 있지만 뜻밖의 행보를 보인 이도 있다. 그래서인지 지진이 일어난 진앙지를 미리 들여다봤다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들의 행보로 인해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파장이 일 때마다 이 인터뷰를 다시 들여다보며, 그 선택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을까 유추해 보는 과정은 내게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인터뷰이 중에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치러져 ‘선거의 해’라고 불린 2012년 당시 대선 캠프에서 뛴 이도 있고, 직접 대선 후보로 나선 이도 있다. 현재 새롭게 당을 일구고 있거나 재야의 정치인으로 새로운 정치 인생을 시작하는 이도 있다. 2012년의 한국 정치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심 행위자였던 이들이 남긴 ‘과거의 말’과, 지금의 현실 속에서 보여 주는 ‘현재의 행동’ 사이를 오가는 독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자유를 넓히는 역할을 부여받은 정치는 얼마나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타진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의미이다. 정치인의 글쓰기가 대개 겉으로 보여 주기에 그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자신의 속내를 비교적 스스럼없이 드러냄으로써 사거리 한가운데에서 방향을 정립하려 고군분투하는 인간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개똥을 피할 수 없고, 골을 넣지 못하는 사회에서 자유인이 되기 위해 ‘자유인 인터뷰’ 1권 제목 “세 번째 개똥은 네가 먹어야 한다”와 2권 제목 “골을 못 넣어 속상하다”는 각각 홍세화 인터뷰와 김근태 인터뷰에서 가져왔다.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께 들은 ‘개똥 세 개’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서당 선생이 삼 형제를 가르쳤는데 어느 날 삼 형제를 앉혀 놓고 각자 장래 희망을 말해 보라고 했다. 첫째가 커서 정승이 되고 싶다고 하니까 서당 선생이 흡족해 했다. 둘째가 자기는 장군이 되고 싶다고 하니 서당 선생은 또 만족스러워 했다. 이번에는 막내에게 물어보았다. 막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장래 희망은 그만두고 개똥 세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당 선생이 이유를 물어보자, 자신보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맏형이 정승이 되고 싶다고 큰소리치니 그 입에 하나 넣어 주고, 자신보다 겁이 많은 둘째 형이 장군이 되고 싶다고 하니 저 입에 또 하나 넣어 주고 싶다고 했다. 선생이 듣고는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하나는, ” 하고 채근했다. 막내가 우물쭈물하는 상황에서 외할아버지께서 “세화야, 막내가 뭐라고 했겠느냐, ” 하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그야, 서당 선생에게 주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왜냐고 물으시는 할아버지께 “맏형이나 둘째 형의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듣고 흡족해 했으니 서당 선생이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는 “그래, 네 말이 맞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네가 그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는 세 번째 개똥은 네가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를 하도 여러 번 들어서 어린 나이에도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살면서 세 번째 개똥을 먹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1권 309~310쪽). 운동을 열심히 한다. 땀도 흘리고 운동을 많이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내시, 환관 묘 수백 기가 방치되어 있는 도봉구 초안산에 올라갔다 온다. 요새 같은 초여름 날씨에 한 번 올라갔다 오면 땀에 흠뻑 젖는다. 주말에는 축구 동호인들과 함께 축구를 한다. 작년까지는 골을 꽤 넣었는데 요즘에는 골이 도통 들어가지 않아 고심이다. 가끔 시간이 나면 지난 민주 정부 10년을 돌아보고, 그때 우리의 한계는 무엇이었고 실수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생각해 보고 유사한 실패나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공부한다. 그런데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요새 축구를 하는데 골을 못 넣어 속상하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킥을 하는 순간 발의 각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운동장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다가도 막상 운동장을 벗어나면 또 잊어버린다. 어쨌든 골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자유롭게 꿈을 꿀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1등부터 1백 등까지 서열화해 놓고 1등이 나머지 99명을 먹여 살린다고 거짓말해서는 안 된다. 1백 명 모두가 각각의 고유한 꿈을 꿀 수 있는 넉넉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다(2권 16~17, 29~30쪽). 해야 할 말을 소신 있게 하는 당당함 이면에는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이 있다.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열정과 균형 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라고 한 막스 베버의 말은, 숱한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에게만 온전히 성립할 수 있다. 운동장에 뿌려진 땀과 무수한 헛발질, 그럼에도 골을 넣지 못해 속상한 마음은 그 과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은유법이다. 스물일곱 명의 인터뷰이는 만인의 평등한 자유를 위해 싸워 줄 초인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자신과 사회의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싸웠지만 패배해야 했던 경험과 삶을 이야기하며, 그에 따른 인간적 고뇌와 고통을 되뇐다. 여전히 그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고백한다. 이는 인터뷰 각각이 명사의 자기 발언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 간의 대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점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