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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일곱 켤레의 신발 / 텅 빈 충만 / 아내의 일침 / 스스로에게 세 번 이상 물어라 / 인생이란 짧은 기간의 망명이다 / 마음껏 서로 껴안으라, 외로운 인생이여 / 나의 클레멘타인 / 은하수 / 영원의 눈으로 현재를 보라 / 또 하나의 아들 성민석 / 자장면 한 그릇 / 내 귀는 소라 껍데기 / 만화가 윤승운 선생님 / 버리고 싶은 습관 / 너희가 우정을 아느냐 / 추억이 없는 곳 / 내 책상 위의 우주 / 빛나는 면류관 / 나는 연애소설을 쓰고 싶다 / 어머니의 화장 / 잘 가라, 게리 쿠퍼 / 보물찾기 / 걱정인형 / 참는 것이 힘이다 / 아가의 이름 / 당신의 페르소나 / 사랑해 / 믿음 / 어머니의 냄새 / 길 없는 길 / 어느 날 피맛골에서 / 동백아가씨 / 정리의 기술 / 새봄의 휘파람 / 천상의 점심 식사 / 나의 게쎄마니 동산 / 나의 주인공 / 나를 위해 울고 있는 그 사람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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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仁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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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400회 연재하는 35년여 동안 내 곁에 가족으로 함께 머물러 있어 주었던 아내와 다혜, 도단이. 우리 집의 바닷가로 소리치며 달려온 사위 민석이와 며느리 세실이. 조가비를 줍고 있는 손녀 정원이와 윤정이. 재미있게 함께 놀다 배를 타고 가없는 수평선 너머로 떠나가 버린 내 엄마와 큰누이, 그리고 작은누이. 이 모든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함께 뛰놀던 천둥벌거숭이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 벌거숭이들은 부모가 태어나기 전 창세기 때부터 하느님이 직접 진흙으로 빚어 만들고 입김을 불어넣은 인간들이며,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 낙원의 동산에서 벌거벗고 있으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던 지아비와 지어미들인 것이니. 이 신성한 가족이여, 신비한 인생이여. --- 「책머리에」 중에서 부모가 태어나기 전의 세상에서부터,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의 심원에서부터, 창세기 이전에서부터 준비되어 왔던 영혼의 방. 김수영의 시 구절처럼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가정의 방에서 죄 없는 말을 주고받았던 나의 아내여. 그리고 나를 아빠라고, 아버지라고 부르고,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유순한 가족, 그대들은 도대체 누구인다. 어디서부터 왔는가. 그리고 또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 --- 「일곱 켤레의 신발」 중에서 아아,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내가 남이 아니고 둘이 아닌 하나이며, 타인의 생이 아니라 ‘자기 앞의 생’임을 알게 되었으니. 그대여, 마음껏 서로 포옹하라. 우리는 참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그래야만 우리의 몸과 몸이 부딪치고 영혼과 영혼이 뒤섞인다. 우리의 몸은 담비 털옷도 수달피 털옷도 없는 맨몸의 벌거숭이. 서로 마음껏 키스하라. 키스 속에서 우리의 몸 속에 들어 있는 대지와 강을 발견하고 천지를 창조한 신의 숨결을 확인하라. --- 「마음껏 서로 껴안으라, 외로운 인생이여」 중에서 언젠가는 우리 부부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헤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서 견우성이 직녀를 바라보고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직녀가 견우성을 바라보듯 언젠가는 나비와 꽃송이가 되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 「은하수」 중에서 나는 내 아내가 다혜와 도단이를 낳은 어머니라고 생각되지 않고, 나를 낳은 어머니처럼 느껴진다. 나는 요즘 아내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한다. 어머니의 추억이 떠오르지 않으면 나는 아내를 보고 영원히 늙지 아니하고, 영원히 죽지 아니하는 어머니의 원형을 발견하는 것이다. --- 「추억이 없는 곳」 중에서 “가족은 친구들이다. 친구들은 싸우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친구들의 바람직한 모습인 것이다. 어린애들이 학교에 갔을 때는 한 친구가 비어 있는 놀이기구를 이용하고 있는데 또 다른 친구들이 같이 놀기를 원하면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 가족이란 노래, 춤 등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집단인 것이다.” --- 「참는 것이 힘이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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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이름, 오오, ‘가족’이여, ‘사랑’이여!
최인호 작가의 「가족」이 연재 400회를 맞았다. 「가족」은 작가가 1975년 9월부터 월간 「샘터」에 연재를 시작한 국내 잡지 역사상 가장 긴 연재소설로 작가와 그 가족, 그리고 주변 이웃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한 작가의 일기와 같은 글이다. 첫 연재를 할 때 작가는 「별들의 고향」이 소설과 영화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스물아홉 청년 작가였다. 샘터사에 근무하던 작가의 벗들이 매달 한 편의 콩트식 연작소설을 게재할 것을 제안했는데,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가족’이야말로 고갈되지 않을 수 있는 최고의 소재라고 생각했다. 당시 큰딸 다혜는 네 살이었고, 아들 도단이는 두 살이었다. 작가 자신을 철부지 남편이자 아빠로 그리며 시작한 이 소설은 2009년 35년째를 맞아 월간 「샘터」 8월호를 기준으로 총 400회에 이르렀다. 작가는 「가족」과 함께 청년기, 장년기, 중년기를 지나 이미 환갑이 넘은 나이가 되었고, 두 남매는 출가하여 사위와 며느리가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되었으며 어느덧 두 손녀딸 정원이와 윤정이도 새로운 인물로 「가족」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창 연재 중이던 1987년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이후 큰누이, 막내누이와도 작별을 고했다. 작가는 이 「가족」을 중심으로 살아 가고 늙어 가며 인생을 배워 나가고 있었던 셈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언제 끝이 날 지 모르는 ‘미완성 교향곡’과 같은 작가 필생의 역작이다. 독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작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넘어 우리 사회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비춰 주는 거울처럼 훈훈한 감동을 주며 가장 평범하고 단순한 일상 가운데에서 뽑아내는 범상치 않은 감동과 고뇌가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동안의 연재 글들이 모여 「가족 1 ‘신혼일기’」(1975~1979) 「가족 2 ‘견습부부’」(1979~1984) 「가족 3 ‘보통가족’」(1984~1987) 「가족 4 ‘좋은이웃’」(1987~1992) 「가족 5 ‘인간가족’」(1992~1995) 「가족 6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1995~1999) 「가족 7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99~2002)가 책으로 나왔고, 이번에 321회분(2002년)부터 최근 400회분(2009년 8월호)까지 글들이 모여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주명덕과 구본창의 사진과 함께 각각 「가족 앞모습」과 「가족 뒷모습」으로 태어났다. 1960, 70년대 흑백사진에서부터 1980년대 컬러사진 속에 담기기 시작한 우리 가족과 이웃의 모습이 어우러져 우리 가족의 앞, 뒷모습이 보다 다양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된다. 출간을 기념하여 작가는 머리말을 통해 400회의 인생행로를 통해 만나고 스쳐갔던 사람들과 수많은 이웃들, 앞으로 만나게 될 모두를 한 가족으로 생각하며 모두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 전하고 있다. 「샘터」에 ‘가족’을 쓴 것이 이번으로 ‘400회’가 되었다. 400회를 쓰는 동안 내 인생에서 만난 가족들과 그대들은 인생의 꽃밭에서 만난 소중한 꽃들과 나비인 것이니. 숨은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피어나라. ‘인생은 아름답다고 죽도록 말해주고 싶어요, 하고 말하며 꽃이 죽는다.’라고 노래하였던 플로베르의 시처럼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라. 그리고 마음껏 춤춰라. _ 「가족 뒷모습」 본문 중 400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최인호 작가가 아들 도단이를 목말 태우고 있다. 1977년 작가의 집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함께 있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천진한 미소의 도단이와 믿음직스러운 아빠의 표정은 영락없이 행복한 우리 가족의 모습이다.” _ 주명덕 “1985년 최인호 작가가 강남의 어느 모텔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촬영한 사진이다. 아마도 도단이가 잠시 아빠를 만나러 왔던 것 같다. 무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 방 안의 공기가 느껴지고 두 사람의 미소가 꾸밈없이 아름답다. 이제 도단이는 어엿한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었고 최인호 작가의 머리는 은빛으로 변했지만 부자의 따뜻한 정은 변함없이 사진에 남아있다.” _ 구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