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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풍경소리에 귀가 멀고
간월도 저편 낙일落日 가을 갈대밭에서 난蘭 그런저런 생각 울음나무 풍장 풍경소리에 귀가 멀고 맨드라미 옛집 목계木鷄 겨울 저녁 문어 물과 탄성彈性 번쩍! 그 불빛 제2부 아내의 발톱 놋쇠요령아내의 방 조팝꽃 눈물 별똥별 다섯 평에 잠들기 하늘동에 전입신고 하러가다 아내의 발톱 적소謫所 호박벌 나의 미역돌 바다 백도라지꽃 푼수부처 앞구만 파도 부처바위 목선木船 나는 그래도 구만으로 간다 빗돌 거미줄 제3부 모래알로 울다 천정天井에 귀를 대다 가슴에 새를 묻다 숲은 숨을 멈추고 모래알로 울다 그늘에 젖은 돌 종다리 울음으로 은자隱者처럼 마삭풀 거울 의자와의 밀약 어느 날 발가락이 물혹 성균관 으능나무 눈밥 하늘의 춤 개구멍으로 본 세상 또, 하루 물 시주 잠자리 날개 같은 시詩 제4부 형상기억합금 고금당古今堂 형상기억합금 소금꽃 시詩, 또는 불새 소리의 성찬 고드름 종달새 귀가 허리띠 귀농 춘분 정물 한 점 허기 허공을 맛보다 월계동시장 고목古木 스핑크스 해설-시간의 깊이로 번져가는 울음소리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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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만 시인은 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올해로 꼭 30년의 시력詩歷을 채운 우리 시단의 중진이다. 그의 시편들은 이제는 사라져간 존재자들을 향한 아련한 그리움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어떤 것을 상상적으로 열망하고 복원하는 데 매진해왔다. 그가 등단 이후 느지막이 펴낸 두 권의 시집 『시간의 사금파리』(시학, 2007)와 『그림자를 태우다』(천년의시작, 2010)에는 이러한 시적 프로세스가 선연하게 담겨 있다. 가령 시인은 ‘바다’로 대표되는 유년의 시공간을 한때 충일했던, 하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시원始原의 형상으로 그려냈고, 세상에서 빛을 다하고 낡아가는 사물들을 절절한 언어로 재현하였고, 나아가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을 향해 위안의 언어를 건네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의 시편에는 대상을 향한 온기 있는 그리움과 울음의 형상이 가득 담겨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이 펴내는 제3시집 『모래알로 울다』(서정시학, 2011)는, 그동안 펼쳐졌던 이러한 시세계의 충실한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기억 저편의 시간들을 선연하게 호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시간 자체에 대한 심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경험을 구성하는 견고한 장인 정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상만 시학의 확연한 진화라고 생각된다. 이번 시집은 생활적 실감과 정서의 투명성을 간직하고 있는 잔잔한 서정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 안에서 시간의 생성과 소멸의 흔적이 선명한 개별성을 가진 채 존재하는 것을 바라보게 되고, 나아가 시간의 깊이를 드러내는 서정의 원리를 적극 채굴하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환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