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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제1부 제 눈에 안경이에요 나는 소피아 로렌과 살고 있다 11 엘리베이터 안에서 16 발자국 듣기 27 사랑할 힘이 남아 있을 때 함께 할 일 35 밤에 추우면 덮어주겠다는 말 43 사랑의 박자 49 나만 알아볼 수 있다면 58 혼자 사는 일 71 한입만 79 돌아온 사람 82 다정한 인기척 93 제2부 오늘, 우리 마음에 있다 심양의 얼굴―겨울 101 안중근 기념관 110 쑤자툰에서 산다는 것 119 번데기 126 눈을 맑게 하는 차[茶] 135 모든 길은 연결되어 있다 143 빛을 모으는 카페, 쒼꽝지 149 흐린 날의 미소 174 제3부 나를 ‘예예’라고 부른다 심양의 얼굴―가을 181 산골카페주 인장 187 시간이 흐른다는 것에 대하여 192 구석에서 배운 것들 199 그녀는 예뻤다 205 어른들을 훌쩍 넘어버린 어린이들 212 아직도 생생한 216 내가 된, 내가 아닌 것들 220 간절기에 쓴 유서 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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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부터 소피아 로렌을 말하려고 한다. 지금 그녀와 함께 살고 있으니까, 내 말은 정확한 사실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려는 소피아 로렌은 이탈리아의 여배우가 아니다. 부산 사람이다. 아무리 봐도 이탈리아인 소피아 로렌을 닮은 내 아내다.
--- p.11 중국에서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여전히 아내는 반 박자 빨리 나오거나 늦게 나왔다. 항상 결과는 같았다. 그런데도 내가 기타를 들고 앉으면 아내는 꼭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눈까지 감고 음과 가사에 푹 빠졌다. 여전히 반 박자 빠르든지 느렸다. 내가 노래를 부를 때, 아내는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다가 “아이고”하면서 내 속도에 뒤따라오다가 멈추다가 홀로 얼굴이 빨개져 배꼽이 빠져라 혼자서 웃는다. --- p.57 그 후로 앙드레 지드의『좁은 문』을 다시 읽었다.ㅜ『좁은 문』은 벌써 열댓 번째 읽는다. 『교황청의 지하도』를 읽으면서 제목이 주는 어둡고 장중한 문제에 대해 묵상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글쓰기 책,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을 때에는 혼자 사는 이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유리로 된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30층 아래 캄캄한 세상을 바라보며 깊은 묵상을 즐겼다. 도시의 허공으로 계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 p.86 그리고 뜨겁게 달궈진 모래를 밟으며 왜 모래가 뜨겁냐고 물었다. 그 말 한 단어 한 단어가 내게는 보석 같이 귀중했다. 너는 누구도 아닌 내게 묻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나는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막내는 한 손은 내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모래를 퍼 자기 손바닥 안에 가득하게 했지. 그날 나는 그 영상이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바랐었다. --- p.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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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그동안 간행했던 시집 속의 작품 중 일부를 가려, 집 위에다 다시 집을 짓는 쓸데없는 일을 벌이고 말았다. 원래 작품에서 행과 연을 바꾸거나 약간 수정한 것도 있으므로 혹시 인용할 필요가 있다면 이 책의 것을 취해주기 바란다. 시조(時調)의 정형미학을 바탕에 깔고 웃음과 눈물이 뜨겁게 뒤범벅된 찡한 시들을 써보고 싶었는데, 꿈만 가당찮게 높았던 것 같다. 그날은 수요일이었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일산 백석도서관에서 당나라 시대의 시와 조선시대 그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왔고, 나는 도서관에서 그를 만났다. 친구는 도서관에는 웬일이냐 물었고, 나는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찾아보던 중이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고, 연이어 물었다. 그림을 좋아하시나요? 시도 좋아하시나요? 나는 친구를 3개월에 한 번씩 만났다. 그러다가 글을 쓰고 싶다고말했다. 친구를 다시 만난 지 2년이 되었을 때다. 나는 친구에게 짧은 글을 보내다가 점차로 긴 글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산문과 단편소설로 나아가게 되었다. 결국 친구와 만난 일이 책을 내는 열매로 맺어졌다. “재능이 있습니다. 자기 글을 쓰면 됩니다.” 그가 내게 준 용기였다. 그래서 내 수줍음이자 겨우 고개를 내민 연둣빛 책 한 권을 선보이게 되었다. 제일 기뻐할 사람은 아내다. 내가 잔뜩 웅크리고 숨으려 할 때마다 그녀는 나를 이끌어내는 수고를 해야 했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그저 내 생각 속에서만 형체 없이 떠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아내에게 바친다. 정중히 드리겠다. 두 아들에게는 인생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다. 흔적을 남기라고 권하고 싶다. 이것이 아들에게 주는 나의 애틋한 마음이자 뜨거운 사랑이다. 내 형제들, 내 삶과 정서를 주고받았던 그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 책을 나누며 함께 즐거워하고 싶다. 2020년 1월 장경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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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를 생각할 때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라는 뜻으로, 뾰족한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주머니를 뚫고 나올 수밖에 없는 것처럼 뛰어난 재능 역시 밖으로 솟아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또한 ‘오래 묵은 장이 맛이 있다’는 말도 떠오릅니다. 생각해보면 저자의 주머니 속 송곳은 너무 늦게 솟아난 아쉬움이 있습니다. 분명 송곳은 맞는데 왜 늦게 솟아났을까요. 드러나려는 송곳을 감추며 살았을까요. 드러나는 송곳을 알아보는 이가 없었을까요. 그러기도 했을 테지만, 어쩌면 송곳과 더불어 오래 묵은 장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솟아나는 송곳’이 드러나는 행동의 외적인 속성을 상징하는 것이라, ‘오래 묵은 장’은 본질의 내적인 숙성을 상징하는 것이니까요. 그러한 재능의 성격이 뚜렷해서 산문으로 시작해 소설로 자연스럽게 발전하며 이어가고 있습니다. 때가 오래지 않아 소설가의 이름을 얻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먼저 산문을 모아『나는 소피아 로렌과 살고 있다』라는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필두로 해서 차츰 그 모습을 드러낼 책들을 기다리는 가슴이 벅찹니다. - 이종섶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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