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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을 펼치면 노랑 분홍 초록 보라 연두색 등 봄의 물감으로 채색된 담장을 끼고 붉은 줄무늬 셔츠에 노란 가방을 둘러맨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려갑니다. 아무런 설명이나 해설이 없으므로 책을 보는 사람들은 아마 수업을 마친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닐까, 하고 짐작할 뿐입니다. 아이가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눈부신 햇살이 바퀴살에 부서지며 이른 봄날의 경쾌한 풍경이 잇따라 펼쳐집니다.
아이는 마을길로 접어들며 푸샛거리를 다듬고 있는 아주머니와 정겨운 인사를 주고받고,‘찌르릉 찌르릉’더 신나게 달리면 옷가게와 노점상, 식료품점과 마트와 포장마차 따위도 만나게 됩니다. 어느 골목길에선가는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꿈결처럼 아련하게 들려오기도 합니다.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어느새 봄이 점령한 마을의 골목골목마다 개나리, 철쭉, 찔레, 목련, 라일락, 박태기나무 등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선명하고도 고즈넉하기만 한데, 그런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의 키는 맑고 달디 단 봄꽃의 향내를 맡으며 쑥쑥 자라나겠지요. 어느 한순간 물속보다도 깊고 고요한 숲길에 한줄기 바람이‘쉬이익~’불어오고‘후두득~’ 빗방울이 듣기 시작합니다. 삽시간에 빗방울은 굵어지고 페달을 힘껏 밟아 달려가는 아이의 종아리에는 불끈 힘이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어느 틈에 비는 그치고 맑게 갠 하늘에서는‘쏴아아~’햇빛이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져 이랑이랑 가득히 넘실거립니다. 냇가에 이르자 아이는 잠시 피곤해진 다리를 쉴 겸 자전거와 책가방을 모래밭에 내던지고 납작하고 매끄러운 조약돌을 주워‘휙~’물수제비를 뜹니다. 조약돌은 봄빛의 따스한 기운과 즐거움을 담아‘통통통’튀어 날아갑니다. 얼마 후 아이는 물수제비 놀이도 지쳤는지 다시 자전거의 페달을 밟아 언덕길을 오릅니다. 계절은 어느덧 보리누름철로 접어들어 황금빛 보리 물결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습니다. 보리밭 위로는 종달새가‘쪽조글 쪽조글’날아오르고 저만치 마중 나온 어머니가 손을 흔듭니다. 바둑이는 소리 높여‘멍멍멍~’하고 반깁니다. 아이는 씩씩하게 외칩니다.“어머니! 학교 다녀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