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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동안 내가 너한테 많은 걸 줬으니, 이젠 네가 나한테 뭔가를 줄 차례구나. 넌 뭘 줄 거니?”
“내가 뭘 줘야 하죠? 왜 뭔가를 줘야 하죠?” “뭔가를 받았으면 뭔가를 주는 것이 세상의 이치란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걸요. 어떡하죠?” “꼭 물건이 아니어도 된단다. 말 한마디도 큰 선물이 될 수 있어. 그런데도 가진 게 없다고만 한다면, 아무것도 주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 그건 이기적인 행동이야.”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난 방금 태어났단 말이에요.” --- p.7 바라바라는 참 예뻤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그 앤 날 너무 피곤하게 했어요. 그래서 또 혼자가 됐죠. 내가 느낀 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슬플 때면 가슴이 몹시 아파요. 뭔가 날카로운 걸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것만 같아요. 난 정말 슬픔이 싫어요. 아찌도 잘 알겠지만, 우리 힘으로는 슬픔을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이제 난 뭘 해야 할까요? 아찌는 분명히 알고 있겠죠? 아찌는 모르는 것도 없고, 못 하는 것도 없죠? 내 말이 맞죠? 아! 정말 아찌가 보고 싶었어요. 지금도 뭔가가 심장을 콕콕 찔러요. 상실이랑 두렴이도 보고 싶어요. 찔찔이도 좋은 친구죠. 참, 찔찔이는 바람이 불면 우는 소리를 내는 버드나무가 됐어요. 모두 좋은 친구지만, 다들 조금씩 모자라요. 하지만 이젠 괜찮을 거예요, 상실이와 두렴이는 정말 잘 어울리거든요. 우리는 아주 작은 걸로도 행복할 수 있어요. 안 그래요, 아찌? 아찌를 다시 만나서 난 정말 행복해요. 아찌는 어때요?” “그랬구나. 그런데 수다쟁이 꼬마야, 넌 대체 누구냐?” --- p.132~133 “꼬마야, 배추를 좋아하는 네 마음은 잘 알겠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야. 배추를 좋아하는 건 네 배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네 가슴이란다. 넌 네 배를 채워주는 배추가 아니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랑을 찾아야 해.” “롤러코스터를 탈 때 가슴이 쿵쾅쿵쾅 하는 것처럼요?” --- p.149 “나와 두렴이도 너희랑 똑같았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게 서로 달라서 짜증을 부리고 다투기도 했지. 너희처럼 토라지기도 했어. 둘이 하나가 되기는 몹시 어려운 일이야. 누구나 상대가 자기와 똑같아지기를 바라지만, 자기가 상대와 똑같아지는 건 참지 못하지. 하지만 둘이 하나가 되어도 둘은 여전히 둘일 뿐이야.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건 둘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야. 원래 하나라면 싸울 일도, 싸울 필요도 없지.” --- p.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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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의미가 담긴 상징으로 가득한 이야기
아찌가 떠나자 혼자 남겨진 알퐁스는 몹시 외롭다. 그러다가 웅덩이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드디어 친구가 생겼다며 뛸 듯이 기뻐한다. 물에 비친 자신의 분신을 애지중지하고 행여 떠나버릴까 봐 노심초사하는 알퐁스. 나르시스의 신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러다가 숲에서 만난 궁그미 덕분에 자신이 단짝 친구로 여겼던 대상이 바로 자신의 그림자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것 또한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의식의 분화 과정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렇게 알퐁스는 숲 속을 헤매고 매우 특징적인 유형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성장해간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 궁그미, 늘 버림만 받아 집착이 강한 상실이, 늘 두려움에 떨며 두려움조차 두려워하는 두렴이, 늘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찔찔이, 마치 예측할 수 없는 운명처럼 번개처럼 나타났다가 별똥별처럼 타버리는 불똥이, 그리고 찾는 것은 무엇이든 가지고 있는 만물상 주인과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대답을 알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등……. 결국, 알퐁스는 몸도 크고, 힘도 세고, 운도 좋은 여자아이 바라바라를 만나지만, 끝없이 무언가를 바라는 바라바라는 알퐁스에게 괴로움만 주고 그의 곁을 떠난다. 이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고, 화면에 전신을 담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아찌’는 창조주 신을 암시한다. 이 책은 만남과 헤어짐, 희망과 성숙의 의미를 묻는 매우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는 이 책을 재미있고 코믹한 동화로, 젊은이는 가슴 뭉클한 사랑이야기로, 중장년은 인생의 지혜를 담은 우화로 읽을 것이다. 사랑에는 일곱 살 어린이부터 일흔일곱 살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듯이, 『알퐁스의 사랑 여행』은 독자가 저마다 원하는 것을 읽게 해주는 ‘복수의 독서’가 가능한 보석 같은 작품이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빛나는 아날로그의 매력 이 책을 여는 순간, 독자는 눈앞에 펼쳐지는 정교한 흑백화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디지털 시대 컴퓨터 그래픽이 주류를 이루는 만화 예술 분야에서 아날로그의 서정성을 간직한 작품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지극히 단순한 선과 형태로 표현된 인물과 매우 정교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배경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작품에서는 한편으로 해학과 유머가 돋보이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예술적 깊이가 느껴진다. 특히 인물의 대사에 아이콘화한 인물의 표정을 곁들여 배열한 구성은 또 다른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 책의 끝 부분에 바스티앙 비베스, 아눅 리카르, 뱅스, 알프레드, 나타샤 시코, 크네스, 카푸친, 도미티유 콜라르데니, 리봉 등 프랑스의 중견 만화가들이 축하 메시지와 함께 그들 고유의 스타일로 주인공 알퐁스를 그려놓은 것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