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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작나무에서 꽃이…? 9
2. 나타샤… 21 3. 그 꽃이 다시 돋아서 질 때… 36 4. 나중에… 나중에… 52 5. 설마… 꿈? 62 6. 어쩌면… 어쩌면… 79 7. 상트페테르부르크… 98 8. 그것도 모르고… 125 9. 그런 게 느껴지다니… 142 10. 나, 당신을 어디선가… 158 11. 나도 너처럼… 176 12. 왜요…? 197 13. 무슨… 생각 해요…? 214 14. 자작나무 아래로 내리는 눈… 230 작가의 말 2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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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없다.
백야가 끝날 무렵 막 밤이 찾아올 때 나를 태우고 그녀의 곁을 떠나는 비행기처럼 가고 나면 사랑은… 없다. 사랑은 버릴 수 있기에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면 될 것을, 그러지 못하고 무미건조하게 지나갈 뻔한 두 사람 사이의 끈을 바락바락 버텨가며 애쓰는 나를 봤다. 그랬기에 기어이 나는 명호를 시베리아로 향하게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긴 밤이 내려앉는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 사이 보이는 다차로…. 가장 긴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사랑이 부디 이루어지길….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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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자작나무 숲. 상상(想像)만으로도 가슴을 아리게 하는 풍경(風景)이다. 한 번 더 생각하니 이것은 그림이다. 사실 이런 그림을 한국(韓國)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이는 필시 러시아나 캐나다에 있는 것이라 여겼다. 정말 아무런 근거 없이 그렇게 여겼었다. 그런데 인제라니. 내 머릿속의 강원도 인제(麟蹄)는 운 없는 군인(軍人)들이 타의(他意)로 청춘(靑春)을 불사르던 곳이었다.
자작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느낌의 이야기다. 책(冊)을 펼치면 자작나무 냄새가 나는 듯하고 고개를 들면 창밖에 눈을 맞고 있는 자작나무가 서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사랑이 있다. 작가는 아직도 사랑을 놓지 못하는 젊은 심장(心腸)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다. 새삼 언제인지도 모르게 식어버려 사랑이 아니라 사랑 할아버지에도 반응(反應)하지 않는 내 심장을 반성(反省)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열정(熱情)은 사라져 가고 그 자리에 기억(記憶)이 쌓여 간다. 개중에는 추억(追憶)이라는 좋은 기억도 있다. 그러나 추억이란 놈은 잔인(殘忍)하다. 아름다울수록 더 잔인하다. 두 번 다시 가지지 못할 시간(時間),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인연(因緣), 그리고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사랑은 영원히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끝없이 괴롭힌다. 이야기는 이 대적(對敵)할 수 없는 추억의, 괴롭힘의 탈출(脫出)구를 보여주는 것 같다. 겨울의 자작나무숲. 그것도 하얀 눈을 한껏 이고 있는 자작나무 숲에 나를 던진다면 왠지 아름다운 추억을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한 느낌이랄까. 다행인 것은 그것이 인제에 있다는 것이다. 이역만리(異域萬里) 추운 나라가 아니라. - 허진모/『모든 지식의 시작 1: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