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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라리* 소리와 함께 수염이 하얀 자라 도사가 호돌이를 타고 나타났어요.
호돌이는 눈을 껌벅이며 몸을 낮추었어요. “웬 소란들이냐?” 자라 도사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화미 아씨가 자라 도사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빠노는 겁에 질려 숨을 곳을 찾았어요. “자라 도사님, 도망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도미 도련님을 찾아 나서려던 참이었습니다.” 자라 도사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껄껄 웃었어요. “허허허! 화미야, 넌 이곳에 갇혀 있는 게 아니란다. 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내게 간절히 부탁했단다. 너를 덕과 인품을 두루 갖춘 훌륭한 여인으로 교육시켜 달라고 말이야. 아마도 미움과 시기와 질투가 가득한 네 어머니 팥죽 부인한테서 나와야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게지.” 이때 몬나가 도미 도령을 끌고 나타났어요. “도사님, 우리 암자를 기웃거리던 수상한 녀석을 잡아 왔습니다.” 도미 도령과 화미 아씨는 첫눈에 서로를 알아봤어요. 자라 도사가 두 사람 앞에서 말했어요. “너희들 서로 마음이 통한 모양이구나. 자고로 사랑이란 쉽게 빠져드는 감정 같지만 진실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선 때론 물 같고 때론 불같은 시련을 겪어내야 한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말을 조심해야 하지.” 자라 도사가 고갯짓을 하자 도인 하나가 다가와 화미 아씨를 밖으로 데려갔어요. --- p.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