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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7
프롤로그 :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 9 1부 비평의 주체 ― 누가 비평하는가? 박영택, 비평가의 안목 28 류병학, 전문가로서의 비평가 : 너희가 비평을 아느냐 59 김장언, 분열된 현대적 주체 84 서동진, 전비판적 주체와 역사적 비판 116 2부 비평의 인프라 ― 어떻게 유통되는가? 백지홍, 잡지의 환골탈태 152 홍경한, 미술잡지와 비평가를 둘러싼 권력의 제국 181 이선영, 비평가라는 평생직장 212 [옐로우 펜 클럽], 비평가 공동체 243 3부 비평의 시대적 조건 ― 무엇이 변수인가? 심상용, 자본주의와 예술 273 현시원, 포스트-목적론적 시대의 수행적 글쓰기 304 홍태림, 비평가와 정책 332 정민영, 비평의 대중화 : 독자 없는 비평은 가능한가? 359 4부 비평의 대상 ― 무엇을 다루는가? 양효실, 여성 미술, 차이의 비평 392 김정현, 작가와 비평가의 거리, 그 수행적 퍼포먼스 424 이영준, 기계 덕후 비평가의 항해기 452 [집단오찬], 발견한(할) 미적 경험을 향하여 483 에필로그 515 공간 및 기관, 소그룹, 정기간행물, 전시, 웹사이트, 단행본, 아티클 목록 518 인명 찾아보기 523 용어 찾아보기 527 |
Dong-Yeon K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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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이 미궁에 빠졌느니”
언젠가부터 현대 미술비평은 작업이나 작가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접근방식을 벗어나 철학적 관점을 택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경향이 본격화된 이래로 현대 미술비평은 현대미술만큼 어려워졌다. 대중들은 이미 현대미술을 엘리트적이라고 여기곤 한다. 비평도 마찬가지로 현실과 동떨어진 선언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예술의 기준이 다원화되면서 더 이상 비평가들이 담론으로 주도하는 일은 힘들어졌다. 비평이 위기에 빠졌다는 푸념이나 경고가 국내 미술계에도 만연해 있다. 비평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비평이 미궁에 빠졌느니”(2014년 10월 국제미술평론가협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의 제목), “비평이란 겨우 … 주례사”(김종길의 2013년 5월 『아트인컬쳐』 칼럼)라는 등 각종 비난이 난무한다. 미술비평은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변화했을 뿐이다 물론 미술비평이 애초부터 그렇게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다. 18세기의 계몽주의 철학자이며 흔히 근대 미술비평의 정초자로 불리는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는 미술비평이 갈림길에 서 있는 미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20세기 초, 기존의 비평이 예술작품과 작가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포장함으로써 부르주아 계급의 엘리트 미술 생산방식을 공고히 하는 데 사용된다고 비판하였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도 비평을 결코 무용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벤야민은 비평을 요청하였다. 이후 “바라보는 자신을 본다”는 모더니즘의 절대적인 언명과, 다원주의 혹은 문화 상대주의의 열풍이 인문학과 미술비평을 휩쓸었지만, 그때도 비평의 중요성이 간과되지는 않았다. 할 포스터(Hal Foster)의 「비평-이후(Post-Critical)」(2012) 같은 글들이 이를 잘 드러내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비평이 요구된다. 다만 그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다. 유투버, 국민논객, 깨시민의 시대에 비평의 새로운 자리는 어디일까? 우리는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사회 곳곳에서 감지한다. 인문학 열풍, 유튜버, 국민 논객, 깨시민 같은 용어들은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싶어 하는 시대, 누구나 쉽게 대중과 대화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이 충족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부제인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 ”는 이러한 시대에 비평의 태도와 위치에 관한 새로운 출발점, 새로운 자리를 의미한다. 16편의 인터뷰로 현대미술비평의 지형도를 그린다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 등 세 명의 공동저자는 16인(팀)의 현역 비평가의 입을 통해 현재 비평의 위치를 확인해보고자 했다. 이들은 이 책을 기획할 때 특정한 관점을 취하기보다는, 변화하는 미술계의 전반적인 여건에 다각도로 접근하려 했다고 말한다. 세 명의 저자는 초로(初老)에 있는 베테랑부터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비평가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넘나들며 그들이 바라보는 현대미술과 하고 있는 비평의 방식을 묻고 또 물었다. 여기에는 비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언론매체, 출판 관계자도 포함된다. 따라서 『비평의 조건』은 비평이 처한 전반적인 조건을 추적하면서 그와 동시에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이 처한 특정한 비평의 지형도를 그리는 책이다. 돈, 권력, (성)정체성, 예술계의 정치를 비롯한 각종 사회적, 시대적 조건과, 비평의 생산 및 유통에 내재한 권력의 역학 안에서 과연 비평가들은 어떠한 경험을 하고 있는가? 어떤 생각을 기준자로 삼아 판단을 내리는가? 어떤 현실적인 선택을 했는가? 그리고 그 조건은 그들의 비평 스타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세 명의 저자는 비평가와의 대화를 통하여 그들의 비평이 비평가의 개인적인 상황과 미술계의 공동체적인 여건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동하고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책은 엘리트적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서 일반 대중은 물론이거니와 미술계 내부의 생산자들로부터도 자주 외면받아온 현대미술비평을 다시 되짚으며, 그 역할과 여건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키고자 한다. 그렇기에 비평이 어떠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좋은 비평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비평가의 무용담을 다루지는 않는다. 아울러 비평의 위기를 논하기 전에 비평가를 둘러싼, 그리고 비평가들에게 지면을 제공하는 이들이 처한 사회적, 역사적, 개인적 배경을 둘러본다. 다양한 연령대, 비평계 입문 경로, 글의 형식과 시대적 예술사조에 따라 비평가들이 어떻게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였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짧게는 3년, 길게는 30여 년에 이르는 비평가들의 활동 궤적을 따라가면서 독자들이 현재 미술계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로부터 현대미술비평의 대안적이고 저항적인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