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
16. 폭우 속에 서 있을지라도
17. 버릴 수 있는 것과 버릴 수 없는 것 18. 지킨 것과 지키지 못한 것 19. 시간과의 게임 20. 배운 것과 배우지 못한 것 21. 내 인생의 주인은 나 22. 살아남은 것과 살아남지 못한 것 23. L.O.V.E. 24. 나에게 너는 25. 희생과 역습 26. 영원을 믿는 순간 사랑은 추락하고 27. 그대는 나의 세상입니다 28. 13월의 연인들 29. 꿈을 꾸던 그 자리에, 하나 되어 30. 그들 모두 한 자리에, 가족으로 에필로그: 13월에서 날아온 편지 작가 후기 |
|
『창고 구석에 거미줄 하나가 있었어요.』
혜린은 무턱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석주는 무슨 소리냐 타박하지 않고 묵묵히 있어 주었다. 『뙤창문으로 비가 들이치기라도 하면 빗방울이 맺혀 예쁘고, 햇살 좋은 날엔 무지개 같은 게 드리워지기도 하는 거미줄이었어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창고에 갈 때마다 그 거미줄부터 찾게 됐어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나 확인하고, 혹시나 거미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그런데 어느 날 거미줄이 없어져 버렸어요. 오빠가 대청소한다며 거둬내버린 거죠. 내 거미줄이야. 물어내, 하면서 막 울었어요. 오빠는 황당해하다가 그깟 거미줄 하나에 훌쩍거린다고 날 놀렸어요. 미안해하지 않는 오빠를 보면서 난 더 부아가 났고. 보잘 것 없는 거미줄일 뿐이었는데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더라고요.』 - 그래서? 울고 난 다음에 어떻게 했는데? 석주가 진지하게 물어왔다. 『거미를 기다렸어요. 그 거미가 창고 어딘가를 어슬렁거리고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언젠가는 다시 거미줄을 칠거라고 믿으면서.』 석주가 음, 하고 한숨 닮은 소리를 냈다. 『어렸을 때 석주 씨를 지켜봤던 마음도 그랬던 것 같아요. 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우상으로 그리면서 가슴 졸이고 설레었던 거. 지나놓고 보니까 언젠가 나타날 거미를 기다리는 것처럼, 내게 오기로 되어 있는 석주 씨를 기다린 것 같기도 해요. 신기하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그리고 기다렸다는 게?』 - 내가 거미야? 석주의 음성이 삐딱해졌다. 어렵게, 돌리고 돌려 한 고백인데 요점은 쏙 빼고 그것만 집어낼 건 뭐람? 『석주 씨, 거미 맞거든요. 처음 만났을 때 심통 부려 날 아프게 하더니 다시 만났을 때 그림 한 장 그려달라면서 잡아챘고. 다음엔 귀고리랑 샌드위치로 잡아챘고. 석주 씨는 거미. 난 거미줄에 걸려든 날벌레.』 석주가 허허, 웃었다. 깊은 울림이 살갑게 들려 꽁해지려던 마음이 풀렸다. 『나, 정말 궁금한 거 있는데. 미안하면 대답해주기.』 혜린은 나긋하게 말꼬리를 올렸다. - 뭐? 『나, 여자 말고 뭐예요?』 - 딱 한 마디로 뭐라고 못 하겠어. 석주의 숨소리에서 곤혹스러움이 묻어났다. 『사랑?』 - 그거야 그렇지. 지나치게 자연스러워 무심하게 느껴지는 긍정이었다. 『연인?』 - 그것도 그렇지. 『싱겁기는. 난 거미줄 이야기까지 해줬는데. 숙제예요. 시합 끝날 때까지 열심히 생각해봐요. 내가 석주 씨한테 여자 말고 뭔지.』 혜린은 입술을 비죽거렸다. - 알았어. 고분고분한 대답에 배시시 웃음이 나와버렸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