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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피아니스트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나무이고 싶다. 소나무 향나무 참나무 아카시아……. 늘 푸른 빛이 아니어도 좋다. 다만 사나흘 푸르를지라도 그저 살아 있는 나무이고 싶다. 고통이 없으랴. 어찌 그립고 외롭지 않으랴.하늘 내려 내려 푸른 바다와 하나 되는 곳 붉은 해 솟아 솟아 아침을 여는 곳 그곳에 잠시 머물고 있다. 2017년 소설 『님을 위한 행진곡』을 썼고, 2018년 『법구경』을 옮겼으며, 2019년 『마음의 산책 채근담』을 펴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508g | 148*210*20mm
ISBN13
9791165366544

책 속으로

‘누가, 왜 나를 여기에 가두었을까?’
나는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한 적도 없다. 그렇다고 돈벌이가 되거나 세상을 바꿀 만한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다. 잘하는 일이 있다면 남보다 피아노를 조금 잘 치는 것뿐이다. 그것 때문에 납치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보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세상에 쌔고 쌨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일까?’
--- p.38

“난 그 여자를 내 손으로 구해 혜민이한테 데려가고 싶어! 엄마를 만들어 주고 싶어! 아내한테 미처 해 주지 못한 걸 해 주고 싶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싶어! 내가 아내에게 보복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이미 죽은 여자한테 내가 뭘 할 수 있겠니? 그것밖에 없어!”
--- p.184

머리를 내밀고 책상 위에 놓인 시계를 쳐다봤다. 4시 42분이었다. 그사이 시간은 여전히 흘러갔으나 멈춰져 있는 듯했다. 내가 삶이라는 멈춰진 공간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작은 상자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끊임없이 버둥거리는 벌레처럼 느껴졌다.
‘빠져나갈 수 있을까?’
맥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빠져나간다고 해도 또 다른 상자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을 것만 같았다. 절망감에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 pp.319-320

“프로메테우스!”
그는 제우스가 감춰 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무분별하게 일을 처리하다 곤경에 빠진 동생 에피메테우스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것 때문에 제우스의 분노를 사 코카서스의 험한 바위산에 쇠사슬로 묶이고 말았다. 낮에는 매일 독수리가 날아와 그의 간을 쪼아 먹었다. 그러나 밤이 되면 간은 어김없이 다시 자라났다. 헤라클레스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풀려날 때까지 그는 오랜 세월 그렇게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왜 불을 훔쳐 주었을까?’
차가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라고 그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좀 더 편안하게 살기 위해 그 불로 뭔가를 끊임없이 이루려고 했다. 그것 때문에 앞으로도 영원히 고통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가 내린 불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김지수의 모습이 눈앞을 스쳐 갔다. 그녀는 달빛산장 뒤꼍에서 여자아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손을 잡고 골짜기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얼굴빛이 창백했으나 밝은 표정이 누군가에게 납치된 사람이 아니었다. 도시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휴양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슴속 한 곳에서 타오르는 여자를 향한 뜨거운 불꽃 때문이었다. 그 불꽃이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불처럼 도리어 김지수에게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pp.341-342

출판사 리뷰

어느 봄날 고급 레스토랑 모데라토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하던 김지수가 누군가에게 납치된다. 그녀는 넓은 호수와 높은 산들이 내다보이는 산골짜기 외딴 저택에 갇힌 채 납치범의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며 몰래 바깥세상을 향한 간절한 구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한편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 외롭게 살아가던 신승주는 김지수가 빈 생수병에 넣어 개울물에 떠내려 보낸 그림 속의 메시지를 우연히 보게 되고,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 올라온 그녀의 또 다른 메시지인 동영상 속 암호를 친구의 어린 조카가 풀어내고, 마침내 그녀가 갇혀 있는 곳을 알아내는데······.

얼굴도 모르는 피아니스트를 사랑하는 것으로 배반한 아내를 용서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 『피아니스트』는 저자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뒤 3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로 그 누군가를 향해 던지는 또 다른 질문이다.

왜 죽였나?
왜 죽였나?
너는 왜 죽였나?
너는 도대체 왜 죽였나?

미쳤다.
내가 미쳤다.
네가 미쳤다.
우리가 미쳤다.

뭉치고 뭉치다 미쳤다.
가르고 가르다가 미쳤다.
자신도 모르게 미쳤다.
미친 줄도 모르게 미쳐 버렸다.

어쩌자는 것이냐?
똘똘 뭉쳐 하나가 되어
나와 다른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너는 무엇을 하려느냐?

나만 있고 너는 없는
나만 옳고 모두가 나와 같아야만 하는
그런 세상을 바라느냐?
넌 그곳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느냐?

왜 죽었나?
왜 죽었나?
너는 왜 죽었나?
너는 도대체 왜 죽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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