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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
1부 작품론: 영화의 안과 밖 영화와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서 ― [강철비2 : 정상회담] 신화적 모티프로 재현한 오늘의 현실 ― [버닝] 상처의 응시, 응시의 고통 ― [벌새] 천만 영화의 진화, 혹은 변형된 천만 영화 ― [극한 직업] 실천이 증거한 신앙의 아름다움 ― [내 친구 정일우] 2부 작가론과 영화미학 봉준호는 왜 소녀를 죽이는가? ― 봉준호론 비평의 ‘자세’에 대한 진중한 물음 ― 정성일의 비평집을 읽고 천만 영화가 변하고 있다 수용보다는 창조, 이식보다는 토착화 ― 한국적 영화 미학의 탐구 ‘영화의 리듬’에 대한 몇 가지 생각 3부 영화라는 거울에 비친 세상 바이러스의 영화적 재현, 그 재현의 재구성 지금 한국 영화는 역사 영화 전성기 흉터의 얼굴들, 그리고 죽음 에로티시즘의 해석 또는 재해석 ― [은교], [돈의 맛], [후궁 : 제왕의 첩]을 중심으로 패배주의, 잔혹한 복수, 폐쇄성 ― 2010년 한국 영화의 징후적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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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2]의 문제점은 현실의 문제점의 반영이라고 해야 한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용감하게도 [강철비 2]는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한다. 감독은 한반도가 갈 수 있는 네 가지 상황, 즉 전쟁, 북한 내부 붕괴, 평화적인 비핵화, 남한의 핵무장을 통한 핵 균형을 거쳐 평화적인 비핵화라는 가장 온당한 길을 걸었고,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진솔하게 재현해 놓았다. 영화는 단지 영화에 그칠 수 있지만, [강철비 2]가 단지 영화적 설정에 그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지만 어려운 길을 영화가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9~30 [버닝] 안에는 욕망과 꿈, 폭력과 윤리, 동시 존재, 청년 문제, 계급, 소설, 알레고리와 메타포, 하루키와 포크너 등 해석할 것들이 숱하게 녹아 있다. 한 번 본 것으로 만족하지 못해 영화를 다시 관람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 많은 평들은 [버닝]이 지극히 현실적인 계급 문제나 청년(실업)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리얼리즘적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그런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신화적 모티프가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제목처럼) 불의 이미지가 도드라지고, 이에 비해 물의 이미지도 적절히 구사되고 있어 흥미로웠다. --- p.33 영화는 보는 이에게 캐릭터의 상처를 응시하게 만든다. 상처가 없는 주인공이나 캐릭터는 없다. 캐릭터의 상처는 캐릭터의 결핍과 깊이 관련되어 있고, 그 결핍을 메우기 위해 캐릭터는 고통스럽게 문제를 직시한다. 주인공의 욕망은 자신의 결핍을 메우기 위한 욕망일 뿐이지만, 그 욕망은 쉽게 충족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캐릭터의 상처와 고통이 심도 있으면서 공감되게 그려져 있다면 좋은 영화임에 분명하다. 다르게 말하면, 상처의 응시가 고통스러울수록 좋은 영화가 된다. [벌새]를 보면서 은희의 아픔과 고통에 깊이 동의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시대의 폭력에 많이 절망하기도 하면서, 그 시대를 지나온 나의 상처를 직시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벌새]는 좋은 영화다. 상처의 응시가 정직했고, 응시의 고통이 치열했다. --- p.62 약간 과장을 하자면, 한국 영화평론계는 정성일 등장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신문 기자나 에세이스트가 주로 담당했던 영화평론가가 ‘정성일 세대’에서는 영화과 출신이거나 해외에서 영화를 공부한 이들로 바뀌었다. 그리고 해외의 다양한 영화 이론과 걸작들을 발 빠르게 수입하면서 그들은 영화가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그 중심에 정성일이 있다. 그 누구도 정성일만큼 많은 지식을 자랑하지 못했고 정성일만큼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지 못했다. --- p.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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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한 세상 읽기
‘1부 작품론: 영화의 안과 밖’에서는 최근 한국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들, 즉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 2: 정상회담, 이창동 감독의 〈버닝〉, 김보라 감독의 〈벌새〉, 이병헌 감독의 〈극한 직업〉, 김동원 감독의 〈내 친구 정일우〉 등을 다루었다. 개봉 3년 이내인 최근 영화들 중 대중적인 〈강철비 2: 정상회담〉, 〈극한 직업〉부터 예술적 경향의 〈버닝〉, 독립영화 〈벌새〉, 다큐멘터리 〈내 친구 정일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한국 영화를 분석하였다. ‘2부 작가론과 영화미학’에서는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세계를 소녀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하였고, 저자 자신이 오랫동안 탐독해마지 않은 정성일 평론가의 비평집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평가했으며, 2019년 천만 영화의 경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것이 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살펴보았다. 또 서구에서 도래한 영화라는 매체를 지난 백년 간 한국 영화가 어떻게 토착화하려 했는지를 담론과 실천 양면을 통해 정리하였고, 영화 매체에서 리듬이 어떤 형태로 구현되는지 미학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3부 영화라는 거울에 비친 세상’에서는 그 어떤 매체보다 사회적 함의가 뚜렷한 영화의 매체적 특성을 강조하였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영화가 어떻게 역병과 바이러스를 다루었는지 살펴보았고, 최근 큰 흐름 가운데 하나인 역사 영화를 통해 사회와 영화의 관계에 대해 고찰했으며,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 매력적인 북한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의 북한군 재현 양상과 그 죽음의 의미에 대해 분석했다. 또 에로티시즘을 전면에 내세운 세 편의 작품을 통해 영화와 에로티시즘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마지막으로 2010년의 영화를 몇 개의 사회적 키워드로 살펴봄으로써 시대와 영화가 어떻게 조우하는지 분석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