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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전기적 소묘 -예오리 헨리크 폰 브릭트 2부. 비트겐슈타인 회상록 -노먼 맬컴 비트겐슈타인과의 만남(1938.10.~1940.2.) 비트겐슈타인과의 서신 왕래 Ⅰ(1940.3.~1946.4.) 다시 케임브리지에서(1946년 가을~1947년 여름) 비트겐슈타인과의 서신 왕래 Ⅱ(1947.8.~1949.6.) 비트겐슈타인의 미국 방문(1949.7.~1949.10.) 비트겐슈타인의 마지막 날들(1949.10.~1951.4.) 부기 3부. 비트겐슈타인이 노먼 맬컴에게 보낸 편지들 주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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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그는 베번 부인(그녀는 밤새도록 그의 곁을 지켰다)에게 “그들에게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 전해주시오”라고 말했다. ‘그들’이란 의심할 여지 없이 그의 가까운 친구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의 심각한 비관주의, 정신적 도덕적 고통의 강도, 자신의 지적인 힘을 몰아붙이는 무자비한 방식, 그리고 사랑을 거부했던 엄격함과 사랑을 필요로 했던 그를 생각할 때, 나는 자꾸 그의 삶이 지독하게 불행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에서 바로 비트겐슈타인 자신은 그것이 ‘멋진’ 삶이었다고 소리쳐 말했다. 나는 이것이 신비롭고도 이상하게 감동적인 말로 느껴진다.--- p.131
우리가 만나서 철학 이외의 진지한 문제들에 대한 대화를 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보네. 나는 소심한 사람이라 충돌을 좋아하지 않아.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는 더욱 그렇지. 하지만 피상적인 대화를 하느니 차라리 충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네. ─ 자네가 점점 편지를 쓰지 않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네. (…) 우리가 살아서 다시 보게 된다 해도 파헤치기를 꺼리지 말도록 하세. 자신이 다치는 게 두려운 사람은 정직하게 생각할 수 없는 법이야. 나는 이것을 잘 알고 있네. 왜냐하면 나도 그런 회피자이니까.--- p.153 비트겐슈타인은 방 한가운데 있는 평범한 나무 의자에 앉았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의 사유를 붙들고 청중 앞에서 분투했다. 그는 종종 자신이 혼란에 빠졌다는 걸 느꼈는데, 그럴 땐 그렇다고 말했다. 또한 “난 정말 바보야”, “참 끔찍한 선생이구먼”, “오늘은 왜 이리 멍청하지”와 같은 말을 자주 중얼거렸다. (…) 때로는 비트겐슈타인의 간헐적인 중얼거림과 청중의 숨죽인 시선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긴 침묵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침묵 가운데 비트겐슈타인은 극도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활발하게 사유했다. 그의 눈은 한곳을 응시했고, 표정은 살아 있었으며 두 손은 눈에 띄는 손짓을 했고, 표정은 근엄했다. 그때 우리는 극도의 진지함과 몰입, 그리고 지적인 힘 앞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p.37-38 하루 내지는 이틀 후 나는 갑자기 감기로 앓아눕게 되었다. 톰 로젠마이어라는 젊은 독일인 친구가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을 염려하여, 비트겐슈타인과 내가 친했다는 걸 알고는 비트겐슈타인을 찾아갔다. 그는 비트겐슈타인을 만난 적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노크를 하자 비트겐슈타인이 방문을 열었다. 로젠마이어가 다짜고짜 “맬컴이 앓아누웠어요”라고 하자 비트겐슈타인은 즉시 “기다리게. 금방 갈 테니”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즉시 나타났다. 비트겐슈타인은 내 침대로 다가와 다소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스마이시스가 그러던데, 내가 자네 의도를 오해했다고 하더군. 만일 그렇다면 미안하네.” 그러고는 나를 좀 더 편안하게 해준다며 방을 청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그리고 음식과 약을 가져다주는 일을 떠맡았다. --- p.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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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전해주시오,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
비트겐슈타인은 현대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이지만 외부와의 노출을 피해 철저하게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제자이자 친구인 노먼 맬컴은 1958년이 범접하기 힘든 천재 철학자를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회상록을 써서 커다란 찬사를 받았다.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그 어떤 것도 이 회상록보다 더 인간적으로 비트겐슈타인에게 가까이 다가간 책은 없었다. 저자는 십수 년간 비트겐슈타인과 나눴던 교류를 생생하게 회고한다. 철학적 논의보다는 대화와 일화 중심으로 구성되어 범접하기 어려웠던 비트겐슈타인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인간적 면모를 살펴봄으로써, 비트겐슈타인이 ‘천재의 의무’로 평생을 고통스러워했음에도 사망 직전 “그들에게 전해주시오,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고전적 회상록 본 한국어 번역판은 2001년 나온 최신 개정판을 정식 계약을 거쳐 처음 국내에 소개한다는 의의도 있다. 개정판에는 비트겐슈타인이 11년 동안 저자에게 보낸 57장의 편지 전문을 새로 실었다. 편지들은 비트겐슈타인에게 우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편지 속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친구들에게 농담과 조언을 하고, 꾸짖기도 하며, 감사와 애정을 표하기도 한다. 우리가 만나서 철학 이외의 진지한 문제들에 대한 대화를 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보네. 나는 소심한 사람이라 충돌을 좋아하지 않아.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는 더욱 그렇지. 하지만 피상적인 대화를 하느니 차라리 충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네. (…) 우리가 살아서 다시 보게 된다 해도 파헤치기를 꺼리지 말도록 하세. 자신이 다치는 게 두려운 사람은 정직하게 생각할 수 없는 법이야. 나는 이것을 잘 알고 있네. 왜냐하면 나도 그런 회피자이니까. (1944년 11월 16일의 편지) 그의 지치지 않는 직업윤리와 함께 친구, 지인, 가족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편지들은 이 엄격한 철학자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끝으로 책에는 비트겐슈타인의 친구이자 탁월한 철학자인 예오리 헨리크 폰 브릭트가 쓴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전기적 소묘도 함께 수록되었다.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비트겐슈타인의 생애를 훑고 조명하는 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