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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프롤로그 시퀀스 1 시퀀스 2 시퀀스 3 시퀀스 4 시퀀스 5 시퀀스 6 시퀀스 7 시퀀스 8 시퀀스 9 시퀀스 10 시퀀스 11 시퀀스 12 에필로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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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스토르크 : 아침마다 난 일어나.
잠을 충분히 자서도 아니고. 눈이 저절로 떠져서도 아냐. 몸을 펴고 싶어 못 견디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고 싶어서 일어나는 것도 아냐. 아침마다 난 일어나. 그리고 모든 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모든 일을 해.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가도록. 나는 당신을 깨우지. 애들 하나하나 깨워. 로이크를 제일 먼저 깨우고. 둘째는 두 번째로. 그러고 나면 애기가 울어. 그러면 젖을 갖다 대 줘. 내 팔이 올라가는 동안 커피 머신을 켜 내 팔이 올라가는 동안 토스터를 켜 내 팔이 올라가는 동안 양말 한 켤레, 깨끗한 팬티를 찾아 줘, 지저분한 로이크 건 빼고 그리고 빨래 더미 속에서 당신이 요구한 티셔츠를 찾아 줘. 그리고 난 모두에게 미소를 지어. 그리고 난 당신들이 집을 나서는 걸 쳐다봐. 그리고 난 혼자 남아 --- p.25~26 앙스 바시리 크러즈 : 누가 자기를 위해 일어나. 누가? 난 아이들 유치원 데려다 주려고 일어나고 녀석들이 유치원 가는데 가져가야 할 게 없는지 확인하느라 일어나고 제시간에 출근하려고 일어나고 봄철 맥주 첫 배달 전에 회사에 도착하려고 일어나고 그게 날 위해 일어나는 거야? --- p.26 쉬지 스토르크 : 조산원이 되려면 출산을 해 봐야 해요? 고무젖꼭지를 팔려면 출산을 해 봐야 해요? 그럼 제가 레즈비언이면요? 앙스 바시리 크러즈 : 당신이 레즈비언이라고? 쉬지 스토르크 : 내가 출산 욕망이 없다고 해서 뭣 때문에 내가 고무젖꼭지를 판매할 수 없을 거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 p.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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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스토르크는 살면서 한 번도 “노(No)”라고 말해 본 적이 없다.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무언가가 이끄는 대로 살아온 쉬지 스토르크는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상황에 떠밀려 육계공장에 취직했고, 거기서 앙스 바시리 크러즈를 만나 자연스럽게 결혼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남편 뜻에 따라 임신했고, 연달아 세 아이를 낳은 뒤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고 있는 주부다. 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도무지 해가 저물 것 같지 않던 어느 여름날, 이 순종적이기만 한 쉬지 스토르크의 뇌리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매일 아침, 나는 누구를 위해 눈뜨는가?” 그리고 자신을 위해 잠에서 깬 적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 손엔 젖먹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 식사를 차리면서 가족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 왔지만 오랫동안 이 분주한 아침 시간 가운데 정작 쉬지, 자신을 위한 시간은 조금도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쉬지는 이 자각의 순간 이후 삶에 대한 한 줌의 열정까지도 잃어버린다.
『쉬지 스토르크』는 현대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억압적인 사회 구조를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가부장제 아래서 결혼한 여성은 출산, 육아, 가사에 대한 의무를 과중하게 짊어지면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한편 결혼한 남성 역시 사회 통념에 따라 가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과도한 책임감을 떠안은 채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아간다. 마갈리 무젤은 남녀 모두의 삶을 불행에 빠트리는 이런 사회 통념에 문제를 제기한다. 또한 우리를 둘러싼 불합리한 사회적 조건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평범했던 주부 쉬지 스토르크의 한순간 실수가 불러 온 끔찍한 비극이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 어느 누구에게라도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