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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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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지 않아? 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됐는지?”
산하는 대답 대신 유린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고비 넘기고 다시 살아났을 땐 정말 오빠 생각밖에 안 났어. 다시 볼 수 있단 생각뿐이었거든. 근데 그러다 또 고비가 찾아오더라.” 유린이 허무하게 웃으며 고갤 흔들었다. “그 후론 고비의 연속이었어.” “하!” “되게 억울하더라? 아픈 것보다 억울하더라. 근데 그렇게 살다 보니 억울한 것보다 더 큰 게 찾아오더라.” 산하는 어쩐지 유린이 무슨 말을 할지 알 것만 같았다. 맞잡은 손이 점점 식은땀으로 젖어 들었다. 그것은 그때 유린이 느껴야 했던 감정이자 바로 지금 이 순간 산하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일 것이다. “공포.” “응. 무섭더라. 정말 죽나? 나 진짜 죽나? 그랬거든. 그 공포를 이겨 내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걸?” “곁에 있게 해 줬어야지. 내가 곁에 있어 줄 수 있었어.” “나 대신 죽어 줄 수 있니?” “뭐?” “오빠가 나한테 뭘 해 줄 수 있었는데?” 반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그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순 없는 노릇이니. 유린은 무슨 말이 하고 싶었을까? “언제 죽을지도 모를 어린애 때문에 오빠 네 인생도 망쳤어야 옳았니? 나 따라 죽을래?” “주유린!” 아무리 그녀라도 그녀에 대해 그리 말하는 건 옳지 않다. 함부로 말하는 유린을 참아 줄 수 없어 황급히 저지했으나 유린은 허탈하게 웃을 뿐이었다. 마치 삶을 통관한 자의 모습으로 또 마치 어린애들 달래기라도 하듯이. “생사 고비만도 수도 없었어. 그때마다 울고불고 해야 옳았니? 나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싱그럽게 성장하는 오빠 너 보면서 어떻게든 살아야지. 곧 죽어도 나는 살아야겠다. 그렇게 아득바득 희망해야 옳았니? 그건 희망 고문이야. 그게 더 잔인한 거고. 그건 있지. 그 당시에 어린 나도 알겠더라. 너한테도 나한테도 좋지 않을 거란 거. 시도 때도 없이 똥 지리고 오줌 지리고 나 있지. 한동안 소변 줄 매달고 산 적도 있어.” “유린아.” “이겨 낼 힘도 없으면서 이겨 내야 하는 게 끔찍했어. 포기하지 말자 다짐하는 것도 더는 못 하겠더라. 오빠만 생각하면 살고 싶은데 이겨 내는 와중에도 그게 너무 죽겠어서, 치료받는 것보다 그게 더 죽겠어서 내가 먼저 포기했어. 오빠 널 포기하면 적어도 고통 중 하나는 줄어들겠지. 살게 되면 좋고 안 돼도 미련은 없겠지 싶었고.” “너 인마.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왜 못 해! 할 수 있어! 내가 어른이야? 그 나이에 백혈병 그거 견딘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첫사랑? 이산하? 그게 다 무슨 소용인데! 이산하 때문에 더 힘들었다고 나는! 다신 희망하지도 않게 끊어 내야 살 것 같았다고! 알아? 다 싫었어. 다 귀찮았어. 다 끔찍했다고. 나한테 제일 힘들었던 건 이산하라는 희망이었다고.” “하! 말도 안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