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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의 개정판을 내면서
초판 머리말 1부 나와 우리 집 사람들 은행나무 밑의 사탕 그릇 개구쟁이에게 배움의 기쁨을 일깨워 준 참스승 고교 교복에 짚세기 신던 대학 시절 ‘하품’ 없는 한평생, 아버지 아빠의 육아 수첩 명금名琴 이야기 집사람의 위기 대처 능력 2부 음악과 사색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멋과 맛, 그 절묘한 예술의 향기 봄과 에로티시즘 시각예술과 청각예술의 차이 고법鼓法의 7단계 일승원음一乘圓音을 듣고 바다의 소리, 그 원초적 이데아 음악의 출발 옛것에서 찾아야 할 우리 것 우리 춤, 생명의 희열 춤의 무게와 깊이 옛 절의 악기 그림 바람도 없는 공중에 내는 수직의 파문 ‘음악회’에 대한 남북의 이질성 레코드, 현대 음악 문화의 중심 음악과 약 법률과 음악 『논어』의 재미 3부 국악 이야기 국악의 참맛 무위자연의 음악, 정악(正樂) 순박한 서민의 흥겨운 노래, 민요民謠 남도악南道樂의 멋 소리판 잔치 지명地名의 노래 시詩 새로운 음악 문화와 국악 가야금과의 만남 새로운 가야금의 세계를 찾아 가야금의 미래 가야금의 명인 심상건沈相健과 강태홍姜太弘 죽파竹坡 김난초金蘭草의 가야금 산조 김소희金素姬 여사의 예술 세계 국립국악원 초창기의 지도자들 쌍골죽, 대나무 소리의 신비 비밀의 노래 「할향喝香」 세계화 시대와 거문고 음악 두드림,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아서 4부 동서음악 산책 동서양 악기의 만남 음악 향유의 양식 대중가요와 민요 국악과 대중음악 균형 있는 음악 문화 재즈와 고정관념 전위음악의 의미 알려지지 않은 피아노의 천재들 음악적 시간과 리듬 백남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 5부 해외여행기 유럽 음악 기행 베네치아의 밤 천상·마구간·백야의 하계 음악회 유럽 땅에 메아리친 우리 가락 일본에서 찾은 침향沈香 바르샤바 옛 왕궁에서의 가야금 독주회 니스의 호숫가에서 연주한 가야금 베르사유 왕궁과 알제리 국립극장의 추억 러시아 연주 여행에서 있었던 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브뤼셀과 헬싱키 공연 주일 한국문화원의 개막 공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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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책을 보기보다는 적은 수의 책을 정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중에도 으뜸으로 『논어』를 택했다. 『논어』를 원문으로 정독하고 그중에 좋은 문장들은 아예 외워 버리기로 했다. 『논어』에는 우리 시대에 맞지 않는 말, 읽을 가치가 없는 말, 이해할 수 없는 말, 중복되는 말도 많이 있다. 이러한 말들을 다 제외하고, 시대를 초월하여 진리로 생각되는 말만 모아 보니 딱 100장章이 되는데, 이것은 A4 용지로 5매 분량이어서 이것만 외우기로 한 것이다. 나는 이 ‘『논어』 명언집’을 타이핑해 항상 지니고 다니며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읽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데, 나는 『논어』와 더불어 노는 셈이다. ---p.126
21세기는 세계화 시대라고 한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 전통음악에서도 서양적인 것을 수용하고 우리적인 것을 희석함으로써 서양음악과 비슷한 음악을 만들어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음악 상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세계의 음악 문화는 결국 균일화되어 미국에서 듣는 음악이나 중국, 인도, 티벳, 아프리카 등 세계 어느 곳에서 듣는 음악이나 모두 흡사하게 된다. 그 결과 막대한 상업자본으로 뒷받침되는 미국의 대중음악이 전 세계를 휩쓸게 되고, 각국의 민족음악은 그 정체성을 잃어 궁극적으로는 세계 음악 문화가 황폐해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 시대일수록 세계 어느 곳의 음악과도 다른 각 민족 고유의 독창적인 음악을 창조하려는 운동이 필요하다. ---p.218 한국 리듬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원리는 정반대되는 두 요소, 즉 긴 것長과 짧은 것短의 결합이다. 이러한 리듬 원리는 우리 민족의 피 속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사꾼이 ‘찹쌀-떡 사려-, 메밀-묵’ 하고 외치는 소리에서도 알 수 있다. 음악적으로 이상적인 장과 단의 비율은 2:1다. 한국 춤에서 한 걸음step을 한 박beat으로 볼 때, 1박을 이루는 요소는 2+1(♩+♪)다. 서양음악이나 보통 행진할 때의 한 박은 1+1(♪+♪)로 구성되기 때문에 동일한 요소가 결합된 것이지만, 한국음악의 박은 다른 두 요소가 결합된 것이다, 이것은 오금(무릎의 안쪽)을 굽혔다 펴는 한국 춤의 흥청거리는 걸음걸이와 부합하는 것으로, ‘둥글게 감아 싸는 기운’을 느끼게 한다. ---p.228 그 해 4월에 백 선생은 뇌경색으로 반신불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백 선생은 반신불수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왕성한 창작 활동을 했다. 그는 반신이면 충분할 뿐만 아니라 그전보다도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아난다고 했다. 그리고 80세 되는 해에는 나를 초청해 한 판을 벌이겠다는 모 일간지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는 참으로 감격했다. (중략) 백남준은 80세까지는 꼭 살겠다고 했지만, 2006년 1월 29일 74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그가 타계한 지 며칠 지나 그의 모교인 경기고등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나는 백 선생에게 바치는 「침향무」를 연주하는데, 그가 내 안에 들어와 함께 연주하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pp.334-335 프랑스 여행을 한 사람들은 대개 베르사유 왕궁을 관광했겠지만. 이 궁전에 딸려 있는 오페라 극장을 구경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극장은 650석의 아담한 극장인데 대관료만 1억 원이라고 한다. (중략) 오페라 극장의 내부는 사진으로 보면 얼핏 대리석처럼 보이지만 100퍼센트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건립 당시에는 왕궁의 재정 상태가 나빠 나무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실내 전체가 나무로 되어 있고 이것이 수백 년 동안 건조될 대로 되다 보니 음향이 너무나 좋았다. 사물을 제대로 치면 그 소리에 공명되는 벽면의 떨림이 확연히 눈에 보일 정도였다. ---pp.388-3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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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기의 모든 것을 담아내다
황병기黃秉冀는 비단 국악인으로 한정하기 힘든, 말 그대로 한국음악계의 거장이다. 십대부터 국립국악원을 드나들며 여러 명인에게 가야금을 사사하며 가야금을 배웠던 그는, 대학 국악과 교수와 가야금 연주자에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지 않고 여든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꾸준히 동서양 음악가와 교류하면서 우리의 전통 음악을 20세기 현대음악과 다양한 민족음악에 접목하는 등 다양하고 창조적인 시도를 통해 국악의 현대화·세계화를 꾀해 오면서, 한국음악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낸 명인名人이다. 이 책은 황병기 본인 스스로가 전공인 국악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민족음악과 현대음악, 나아가 음악 전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진정한 소리와 음악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내밀하게 전달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우리 시대 한국음악계의 거목인 황병기가 음악 전반에 대해 가지는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음악에 대한 친근한 이야기 책의 성격이 에세이집인 만큼 이 책에 실린 글의 대부분은 국악이나 현대음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학술적이거나 전문적인 성격의 글이 아니다. 주로 언론에 기고한 글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 책에 실린 글은, 전통 국악이나 현대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편히 읽으며 음악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를 높일 수 있도록 친근한 어조로 쉽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나와 우리 집 사람들’은 황병기와 가족 그리고 가족의 일원인 가야금에 관한 글을 엮어 한 사람의 인간인 황병기의 소소한 모습을 담아냈다. 2부 ‘음악과 사색’은 수십 년간 음악을 하면서 사색한 글을 엮은 것이며, 3부 ‘국악 이야기’는 음악 중에서 주 전공 분야인 국악의 특징과 아름다움 그리고 국악을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4부 ‘동서음악 산책’은 다른 나라의 음악, 특히 서양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쓴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5부 ‘해외여행기’는 전 세계 곳곳에서 열렸던 해외 가야금 연주 여행의 체험담을 모았다. 세상에 더해진 황병기의 사색 황병기는 음악 활동을 해 오면서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했던 글을 엮어 1994년에 에세이집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를 펴냈다. 책이 나온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면서 황병기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의미가 퇴색한 일부 글 대신에 새로운 글을 대신 넣어 개정판을 펴냈다. 개정판에 더해진 새로운 글은 저자가 이순耳順과 종심從心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동서양 음악가들과 두루 우정을 나누면서 한국음악의 진수를 가야금 선율로 선보인 해외 연주 여행을 비롯해, 음악과 소리에 대한 구도자求道者적인 사색을 담고 있다. 특히 「두드림,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아서」의 경우, 단군 신화의 천부인에서 시작해 사찰 음악과 제례악을 거치는 등 수천 년 동안 지켜 내려온 우리 소리 문화의 궤적을 오롯이 설명한 명문名文이었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발간된 비매품 책자에만 실려 많은 사람들이 읽지 못했던 아쉬운 글이었지만, 이번에 개정판에 실리면서 우리의 소리 문화 안에 녹아 있는 ‘두드림’의 의미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하며 국악과 우리 소리 문화를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백남준과의 뜨거운 우정 2006년 타계한 고故 백남준과 황병기의 우정은 많이 알려졌다시피 아주 돈독했고, 그랬던 만큼 백남준에 대한 황병기의 회고는 가히 절절하다. 현재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황병기는, 1968년에 전위음악가이자 행동예술가로 세상에 이름을 떨치던 백남준과 처음 만난 후 40년 가까이 백남준과 친분을 나누면서 여러 차례 협연하기도 했고, 그의 소개로 존 케이지를 비롯한 많은 전위음악가들과도 교분을 나누면서 음악적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초판에는 여러 글에 나뉘어 실렸던 백남준에 대한 우정의 기억을, 황병기는 백남준이 작고한 시점에서 새롭게 정리했다. 황병기는 백남준과의 운명적이었던 첫 만남부터 뉴욕에서 전위음악과들과 함께한 교류하며 연주회를 열었던 소중한 경험, 백남준이 자신과 현대 예술계 전반에 끼친 영향 그리고 백남준의 분향소에서 눈물로 「침향무」를 연주하며 백남준을 떠나보내야 했던 가슴 시린 공연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인생의 선배이자 지음知音이었던 백남준과 나누었던 소중한 우정을 담담히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