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부 그녀들의 사정 2부 그녀들의 거짓말 3부 그녀들의 비밀 |
Dai Yokozeki,よこぜき だい,橫關 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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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라 씨는 왜 여태 결혼 안 했어요?” 불쑥 들어온 질문에 마유미는 미처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다카노가 말을 이어갔다. “벌써 서른넷이잖아요? 이런 말을 내가 하기는 좀 그렇지만 빨리 결혼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무슨 상관이람. 내가 왜 이 남자한테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유미는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 천 엔짜리 지폐 두 장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 남자랑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고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아도 알아보지 못할 자신이 있었다. _11쪽 마유미가 일하는 ‘도하츠 자동차’에도 여사원들이 해마다 새로 들어온다. 신규 채용된 여사원들 대부분은 총무과나 경리과 같은 부서에 배치되고, 그중에서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은 비서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사원은, 아주 일부의 전문직을 제외하면 서른 전에 결혼해서 회사를 떠난다. _11쪽 “얘, 그 소식 들었니? 3동에 사는 기노시타 씨네 딸이 임신을 했다던데. 올 12월 즈음에 태어난다더구나.” “아아, 그래요?” 이제 아예 대놓고 압박을 준다. 결혼한 지 8년이 되었는데도 유카리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다. 시부모는 이제나저제나 하고 손주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고, 이런 식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넌지시 유카리에게 압력을 가해 온다. 특히 시어머니는 더 노골적이다. TV에서 기저귀 광고가 나올 때마다 화면에 나오는 아이를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예쁠까!” 하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이, 잘 먹었네. 그럼 잊어버리지 말고 초밥 주문 꼭 해 둬라.” 시어머니가 당부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카리도 남은 무조림을 입에 넣은 다음 설거지를 위해 일어섰다. _20쪽 “마유미짱, 맞지? 나 기억 안 나? 야구팀에 있던 진노야.” 그러면서 진노 도모아키가 웃었다. 아까 만났던 회사 야구팀 선수보다 훨씬 스포츠맨다운 웃음이었다. 물론 기억하고 있다. 마유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왜 하필이면 이런 남자한테 진찰을 받게 되었지? 어쩔 수 없는 우연이지만,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_31쪽 사쿠라기에 살면서도 자신이 진정한 이 동네 주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나 절감했다. 나의 진정한 뿌리는 미에 현의 촌구석. 울창한 숲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그 마을이라는 열등감을 언제나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촌스러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는 사실 또한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당연하지. 얼마나 궁금한데.” “궁금해요? 제가요?” “그럼. 난 도모가 당신하고는 완전히 정반대 타입의 여자랑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왜 도모가 당신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다마나 미도리라는 이름의 낯선 여자가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_39쪽 남들 눈에는 참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도쿄에서도 손꼽히는 고급주택가에 살고 있고 남편은 의사다. 열흘에 한 번씩 비싼 초밥을 시켜 먹고 쇼핑을 가서도 가격표를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내키는 대로 카트에 담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생활이 요즘 들어 점점 숨 막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돌아가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는 모른다. 어쨌든 돌아가고 싶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정말 내가 있을 곳이 있지 않을까? _90쪽 여자가 손을 뻗어 컵에 든 물을 조금 마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에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에게, 아니 우리 여자들에게 오늘 새롭게 시작된 헤이세이라는 세상은 어떤 시대가 될까? _38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