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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팽이 구조대 수칙: 너는 세상을 달팽이만큼도 모른다
#2 붉은 낙타 한 마리 되어: 먼지 쌓인 한옥 마을 1년 #3 바람에 실려: 바람 부는 이유를 가지는 알까 #4 라면인 건가: 꾸물거리는 삶을 먹여 다스려 #5 굽은 나무: 나는 무엇을 쓰고자 했던 걸까 #6 어미 새 다섯 마리: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7 숲으로 된 성벽: 수성동 계곡에서의 한 철 #8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만두 행로 #9 신의 길은 신만 간다: 부초가 닿을 고요한 호숫가 #10 누가 내 이름을: 노자는 자신이 노자라는 사실을 알까? #11 또 태초의 아침: 태초라는 거짓말들 #12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내 방 흰 벽에 스쳐가는 영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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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덕경〉을 읽기 시작한 건 이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심장 부정맥이 생기고 난 직후였다. 나는 부정맥의 이유를 그렇게 생각했지만, 병원에서는 지나친 음주 때문이라고 했다. 스트레스, 압박, 자책으로 맥주를 마셨으니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의사 당신들이 나보다 더 지혜로웠던 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다. --- p.26
책상에 앉아 혼자 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보고, 새로운 책을 주문해 읽으며 지금껏 정리한 것들과 비교할 때는 글자 그대로가 나의 마음이었다. 사람을 알아가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그러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책 속의 글귀들, 내 노트에 적힌 평온의 말들, 세상의 순리는 개별 음소로 분해되어 의미 없이 산발적으로 놓인 기호의 연쇄가 되었다. 그 기호로 해석하거나 추측할 수 있는 나의 삶, 인간 삶의 순리 같은 건 없었다. --- p.51 결혼도 하고, 고양이 두 마리가 바글대는 집에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내가 무엇을 부양하기 위하여, 어떤 목적을 위하여 살아야 하는지 확신이 없다. 내 존재의 이유가 누구, 혹은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고양이 노자도 나를 위해 그루밍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아기 고양이 초희가 나 보기 좋으라고 손을 예쁘게 모으고 내 배게 위에서 잠드는 것 같지도 않다. 둘 다 각자 알아서 살아간다. --- p.164 아기 고양이의 마음은 항상 나보다 몇 걸음 앞서갔다. 화를 낸 건 난데, 위로해 주는 건 손바닥 위에 네 발을 올리는 작은 생명체였다. 아기 고양이는 내 심성의 밑바닥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내가 얼마나 협애한 놈인지, 고양이보다 더 동물적으로 살아가는지. --- p.176 나는 경험해 보고 싶다. 미래라는 것을, 오늘의 강물을, 내 몸을 스쳐가는 ‘늘 그러하지 않은 강물’을. 오늘의 변화에 뛰어들어 머리까지 푹 담그고 싶다. 나는 내 경험 속에서 그때그때 무수한 10점의 순간들을 만끽하고 싶다. 오로지 변화할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 지긋한 반복 속에서도 내가 변화했다는 증거를 찾아내고 싶다. --- p.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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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도덕경〉, 그리고 고양이 ‘노자’
〈노자가 사는 집〉에는 두 노자가 등장한다. 〈도덕경〉을 지었다고 알려진 중국의 사상가 노자와 저자가 키우는 검은 고양이 ‘노자’. 저자는 〈도덕경〉의 몇몇 장을 뽑아 각 챕터의 주제로 삼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일상, 추억, 경험담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도덕경〉을 읽고 공부하며 얻은 지혜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며 저자와 함께 〈도덕경〉을 뒤적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노자와 동명의 고양이 ‘노자’와 함께 살며 겪는 에피소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공감할 여지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무덤 건너뛰기〉에 이은 연작 에세이 중 두 번째 편이다. 전작 〈무덤 건너뛰기〉와 소재는 다르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하나의 주제가 두 편을 관통하고 있어 함께 읽기에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