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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난민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인정받는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적지 않으며 난민에 대한 시선 역시 냉랭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쟁이 치열하고 먹고사는 게 힘들다고 해도 이다지도 안전한 나라에 살아온 우리로서는 소중한 삶의 터전을 등지고 목숨을 걸고 망망대해에 뛰어들어야 하는 그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래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봐도 단일 민족이란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전 세계 모든 인류가 역사 이래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왔고, 유전적으로도 복잡하게 섞여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르다고 천시하고 냉대하는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를 점점 더 극단으로 몰아갑니다.
이 그림책을 지은 토우 람은 두 살 아기 때 베트남에서 탈출했던 난민 출신입니다. 작가는 이 그림책에서 자신과 가족의 자전적 이야기를 콜라주로 독특하게 그려냈습니다. ‘개미군단을 구해준 엄마, 엄마를 구해준 개미’라는 선행과 보은의 이야기는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타고 글 없는 그림책으로 빚어졌습니다. 연약한 종이배에 몸을 실은 작디작은 개미들이 거센 파도와 뜨거운 뙤약볕, 갈매기들의 공격을 이겨내며 마침내 단단한 땅에 발을 내디디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냉대와 차별은 갈등과 분열을 낳습니다. 하지만 목숨을 구해준 엄마에게 보은한 개미들처럼 따뜻한 손길과 환대는 선한 영향력으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이 그림책을 통해 목숨을 건 탈출, 바다 한가운데서 벌이는 사투, 낯선 땅에서 새로 시작하는 어려움, 겨우겨우 되찾은 일상을 지켜가려는 난민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글 공포에 내몰린 제 부모님이 오로지 간절함에 의지한 채 가족과 함께 베트남 탈출을 감행한 것은 제가 두 살 되던 해였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다른 탈주민 27명과 함께 작은 고기잡이배를 탔습니다. 정확하게는 28명과 함께였지요. 그때 저희 엄마는 여동생을 임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아버지의 걱정이 더 커질까 봐 일부러 알리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 당시를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베트남전쟁과 남중국해를 건너야만 했던 제 유년기의 여로를 묻는 질문을 슬픈 침묵이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베트남전쟁이 끝나갈 무렵 월남 정부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전쟁에서 승리를 감지한 베트콩으로 불리던 공산 월맹군 게릴라에게 심한 박해와 부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 때문에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생겼지요. 당시 베트남에서는 백육십 만 명이 넘는 피난민들이 대부분 작은 보트에 목숨을 의지한 채 국외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소중한 물건들을 버리고 무섭다는 생각도 접어둔 채. 저희 부모님도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약 사십만 명의 베트남 피난민들이 바다 위에서 굶주림이나 탈수, 해적의 공격, 그리고 각종 질환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거기서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비좁은 피난민 수용소에서 부족한 음식과 물, 비위생적인 시설 때문에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부모님과 저는 나흘 동안 표류하다가 가까스로 말레이시아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섯 달가량 망명 난민 보호시설을 찾은 수천 명의 피난민들과 함께 수용소에서 지냈습니다.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한 시간과 대기 줄이 길어질수록 초조함은 절망으로 바뀌어갔지만 마침내 난민 지위를 얻어낸 우리 가족은 호주, 캐나다, 미국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할 수 있었고, 제 부모님은 캐나다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베트남전쟁은 꽤 오랫동안 엄마가 들려주신 마법 같은 이야기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엄마는 베트남전쟁이 터지기 오래 전에 있었던 유일한 침략전쟁은 먹이를 찾아온 개미군단에 의한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제 할머니는 먹이를 찾아 집을 침략해온 개미군단을 잡으려고 그릇에 설탕물을 담아두셨는데 엄마는 그 개미군단을 구하기로 하셨고 개미군단은 그 보답으로 나중에 우리 가족을 베트남에서 구출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베트남을 탈출하던 날 엄마는 커다란 덤불숲에서 길을 잃었지만 달빛에 비친 개미들의 안내로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트를 찾을 수 있었고 간신히 베트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캐나다로의 우리 가족 탈출기에 퍼즐을 맞춰 가는 동안 개미와 피난민들 사이에는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인 개미들은 함께 모여 살던 곳이 공격을 받거나 파괴되면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대이동을 시작합니다. 그것은 마치 난민들이 전 세계로 흩어지는 것과 놀랍도록 흡사합니다(물론 북극과 남극에서는 너무 추워서 그러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개미들은 새로운 거주지에 도착하면 새로 맞닥뜨린 환경에 적응해가면서 그곳의 당당한 일원으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일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강인함으로 단단히 무장하지요. 개미들은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들은 가족을 위해, 전체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개인을 희생합니다. 모든 가족들에겐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후세에 구전으로 물려주지요. 제 어머니도 저에게 사랑과 업에 대해 큰 교훈을 물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제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할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그분의 힘과 용기가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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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남중국해 심해 속으로 던져 넣었던 고난의 시간을 엄마는 마법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시금 설명한다. 고통과 아픔을 뒤돌아보며 분노하는 대신, 감사와 희망, 그리고 우리 안에 내재된 선함으로 새로운 현실을 맞이해야만 한다고. 소리 없는 그림은 소녀가 침묵으로 간직했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더 강렬하고 큰 울림으로 전달한다. - 정우성 (배우, 유엔난민기구 (UNHCR) 친선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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