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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조금 가난해지도록 노력합시다
1. 노숙자 이야기 인권의 눈으로 바라보면 홈리스에게 누울 자리의 의미 노숙자의 발 엄마 같은 박종철의 똥색 오리털 파카 가난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 쪽방촌 엘레지 길바닥에서 자는 사람들 형제복지원, 정부가 위탁한 부랑인 아우슈비츠 2. 의료 빈민 연아야 조금만 참아라, 빨리 수술해 줄게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는 꿈일 뿐인가 ‘욕봤다’는 한 말씀 음독 환자에 대한 차별 진료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군고구마를 먹으며 가난은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 “방귀 뀌었어요?” 혈압약 열흘 치만 주세요 3. 도시 빈민 야구장에 하나의 식탁이 더 차려졌을 뿐이다 어느 독거노인을 보면서 두 천사 형제에게 사랑을 전하다 4. 이주 노동자 미리암은 꼭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아름다운 인연 베트남에서 온 두 형제 이야기 로웰 씨의 입원 약정을 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바자울’이 되어주는 것 5. 일상적 차별 손에 단돈 천 원을 쥐어주고서 쫓아낸다면 장애인에게 휘두르는 가장 아픈 무기가 무엇인지 아는가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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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동화 중에 ‘성냥팔이 소녀’가 있습니다. 추운 밤 사이 소녀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던 사람들은 날이 밝고 소녀가 얼어 죽은 모습을 보고서야 한 갑이라도 사주지 않은 것을 후회합니다. ‘소외’란 늘 이런 식입니다. 관심이 없으면 보이지 않고, 처참한 속살이 드러났을 즈음 그저 양심의 가책으로 끝나는…. 그래서 근본적 해결 없이 되풀이되곤 합니다. --- p.6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보다 먼저 배고픈 강도가 생기지 않도록 애쓰고, 가난의 구조적 원인을 없애고, 더불어 나누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먼저 아닐까요? --- p.9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연민의 감정에서 출발된다. 연민 없는 사회를 어떻게 사람 사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보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 연민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인권의 문제이다. 주거권, 건강권, 교육권, 노동권 같은 기본 인권에 속하는 문제이다. --- p.18 이웃이 처해 있는 어려운 현실을 보고 동정심이나 연민의 정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나쁜 사람이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을 때는 동정심이나 연민의 정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인권의 눈으로 바라보면, 악인이든 선인이든 그 사람이 인간인 이상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나쁜 사람이라고 그들이 비인간적인 생활을 하도록 방치한다면 그것은 한 인간이 방치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가치가 추락하도록 방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9 나는 환자에게 피지낭종에 대해 설명하였다. 입원도 필요 없고, 국소 마취로 혹을 떼어내고 며칠 통원 치료를 하다가 일주일 뒤에 실을 뽑으면 치료가 끝난다고 했더니, “그럼 선생님이 수술해주이소.” 한다. 소수술실로 가서 20분 정도 걸려 수술을 했다. 역시 피지낭종이었다. 이런 블랙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의료 현장의 모습이다. 이윤 때문이다. 돈벌이에 의료 윤리고 양심이고 없는 슬픈 자화상이다. --- p.72-73 차갑게 거절하면 몸은 편할지 모르겠으나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가 아닌가. --- p.76 보험 급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국가의 의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 p.85 최근 우리 사회에 자살자가 참 많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거나,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희망이 없거나, 눈을 감고 잠이 들면 잊고 눈을 뜨면 또다시 고통이 몰려오면 사람들은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 p.89 P씨는 무려 10시간이 넘는 수술을 무사히 견디고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았지만 퇴원하여 구호병원에 입원해 있다. 경제적 이유에서다. 구호병원에서는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90 수술 전 검사 결과에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할아버지는 수술대에 누웠다. 할머니는 수술실 앞에서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한다. 수술실에 들어오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하다. 모든 수술이 그렇지만 매번 최선을 다해야 한다. --- p.98 가진 게 많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다. --- p.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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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 없는 사회를 사람 사는 곳이라 할 수 있을까
팍팍한 세상에 질려버린 당신이 꼭 읽어야 할 책 모두 어릴 적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읽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하늘나라로 간 불쌍한 성냥팔이 소녀를 보며 성냥 한 갑 사주지 않는 동화 속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랬던 우리는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을 기꺼이 사주며 살아가고 있을까? 성냥팔이 소녀를 본 적이 없다고 답할 그대에게 이 책을 전한다. 《성냥팔이 소녀를 잊은 그대에게》에는 가난을 편애하는 외과 의사가 만나온 홈리스, 도시 빈민, 의료 소외 계층, 이주노동자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난은 온 곳에 존재하지만 보아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한때 우리의 마음을 짠하게 했던 동화 속 삶을 지금 현실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약 받으러, 소독하러 다시 오라 해도 오지 못하는 그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혈압약 열흘 치만 주세요” 혈관이 언제 터질지 모를 악성 고혈압에 시달리는 할머니가 20여 일 만에 방문해서 하신 말씀이다. 지난 방문에도 열흘 치의 약을 처방받았다. 약값 때문에 매일 먹을 약을 하루걸러 한 번 겨우 드시는 것이다. “우리는 삼촌이 죽든지 살든지 관심 없심더. 의사 선생이 알아서 해주이소.” 당장 수술해야 하는 노숙자를 앞에 두고도 수술 동의서를 작성해줄 가족이 없어 백방으로 찾다가 겨우 통화가 닿아서 들은 말이다. 자선병원이라 치료비 걱정은 하지 말고 동의서만 작성해달라고 말해야 겨우 병원에 와준다. 모두 사정은 있겠지만 답답하기만 한 현실 앞에서 저자는 궁시렁거리곤 한다. “세상이 와 이렇노!” 아무도 원치 않지만 가난한 이들은 있고, 사회는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연민의 감정에서 출발된다. 연민 없는 사회를 어떻게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살아가기 힘든 우리네 삶에도 마음 한 켠에 연민의 자리를 마련해준다. 이 책에서 전하려는 것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뻔한 말이 아니다. ‘가난’이 우리 시대의 징표라는 저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삶의 모토로 삼아 살아간다. 그는 우리가 잊고 지내온 사랑을 이야기한다.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지만 사는 게 힘들고, 일이 바빠서 잊고 있었던 사랑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일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나눠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