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스본에서 코임브라까지, 길 위에 오르다.코임브라에서 포르투까지, 길 위에 스미다.포르투에서 산티아고까지, 길 위에 새겨지다.산티아고에서 피스테라까지, 더 깊이 새겨지다.알베르가리아 노바에서, 길 위에 얼룩지다.
|
이현우
|
왜 '시작과 끝 사이'가 아닌, '끝과 시작 사이'인가순례의 마지막 날, 피니스테라 등대 앞에서 함께 노을을 보며 순례를 마무리한 친구가 물었다.'리누, 너는 이제 순례가 끝났는데 앞으로 무엇을 할래?'매일 아침 걷고, 지치면 잠드는 게 일상이던 저자는 당황했다.'글쎄, 잘 모르겠어. 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대답을 들은 친구가 웃으며 이야기해 주었다.'맞아, 네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맞는 거야. 그저 너는 순례가 끝난 지금, 그 끝과 시작 사이, 그 순간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야'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평소 한 가지 일을 마치면 너무 여유 없이 새로운 것에 달려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그 '사이'의 의미를 알고 즐겨보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 '끝과 시작 사이'이다.순례자 숙소 ‘알베르가리아 노바’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이야기평소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사람이 원하든 원치 않았던, 도움을 주고 친절을 베풀어 준다. 하지만 길을 걷는 동안 그 가치에 대해 크게 알지 못한다. 어느 날 저자는 평소보다 일찍 ‘알베르가리아 노바’의 순례자 숙소에 도착했다. 씻고 옷을 정리한 뒤 숙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친구 페드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페드로, 너는 왜 여기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이곳엔 순례자가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했다가 다음날 떠나. 내가 그들에게 대가 없는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곳이 이곳이기 때문에 여기서 봉사를 하고 있어. 그들의 피로를 덜어주며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기분 좋은 것은 없어.’가볍게 던진 질문이었는데, 페드로의 이야기가 끝난 후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길을 걷다 무릎을 다쳤을 때 인근 도시까지 차를 태워주고 응급구조대원들한테 상황을 설명해준 사람,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멀리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따라온 사람, 그 외에도 많은 친절을 대가없이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 자리에서 저자는 자신도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순례자 숙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받은 친절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순례가 끝난 뒤에 돌아와도 좋다는 숙소 주인의 허락을 받았고, 순례가 끝난 뒤 알베르가리아 노바로 다시 돌아와 한 달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