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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애월의 봄날-6월 16일/07
새별 오름의 바람-6월 17일/39 비자림에서의 약속-6월 18일/109 잊힐 권리-6월 19일/157 빌레못 동굴의 어둠-6월 20일/207 매고할망의 복수-6월 21일/239 잔인한 봄날/279 엄마 품속에 감춰진 신발/309 작가의 말/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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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두어라, 저어기가 한라산의 봉우리 붉은 오름, 노로 오름이고, 저어기는 제주 해협이다. 그리고 그 아래 낮고 둥그스럼해서 포근허니 보이는 데, 저어기가 너희들이 살 애월이다. 바닷가에 달처럼 동그러니 면하고 있다 해서 애월이라고 부른다. 니들 살기 좋아 보이지?’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어린 준수의 꼭 잡은 조막손의 느낌도 기억이 났다.--- p.47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 변화가 안 되고 답답한 생활. 그리고 거기에서 조금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엄마. 그렇게 계속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둘이 얼굴을 마주보고 살아야 되는지 앞날이 검은 구름처럼 갑갑해 보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그때처럼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느껴졌던 때도 없던 것 같다.--- p.76 예외의 가족, 예외의 가정. 희영이 지녀온 상념들이었다. 하필이면 이렇게 안 좋은 일들이 왜 내게 일어났는가. 그 의문은 희영의 지난 10년을 지배하고 앞으로의 10년을 지배할지도 모르지만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p.118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목숨조차 내놓을 정도가 되어야 하죠. 그 정도는 되어야 간신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어요.”--- p.177 나는 정말 동생의 결백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던 것일까.--- p.193 수백 년을 살아온 비자나무에 비하면 우리 사람의 생은 얼마나 짧은 것인가. 하지만 인생이 짧고 시간은 흘러가고, 그렇게 또 살아간다 해도 아깝게 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 그리고 아픈 마음은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다.--- p.306 왜 도와주지 못하였고, 왜 멈추게 하지 못했을까. 미안하다, 현우야. 미안해. 진심으로.--- p.307 “하늘은 푸르렀고, 봄날은 따뜻하게 다가왔지만, 마음속 저 깊은 곳에는 차디찬 한기가 온몸을 얼어붙게 하였다. 치명적으로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봄날과 그리고 바다였다.”--- p.314 언제 잊힐 권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 p.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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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날, 제주 애월 앞바다의 쪽빛 비밀
잊힐 권리를 박탈당한 한 가족의 먹먹한 절규 “어떻게 그 일을 잊을 수 있니…” 아빠가 죽은 후 엄마의 손에 이끌려 제주도 애월로 내려온 희영과 준수 남매. 열두 살 희영은 일곱 살 동생 준수의 손을 잡고 새별 오름에 오르고 한담해변을 달리며 제주의 소금기 섞인 바람과 풀내음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봄날, 동생 준수가 잔혹한 범죄의 살인용의자가 되어 구치소에 갇힌다. 엄마 김순자는 벌레 보듯 하는 사람들의 경멸과 냉대 속에도 아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사방으로 탄원을 하러 다니지만, 재판을 앞둔 준수는 구치소에서 목매달아 자살하고 사건의 진실은 묻힌다. 쫓기듯이 애월을 떠나 서울로 돌아온 희영과 김순자. 아들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홀로 뛰어다니던 김순자는 시름시름 앓다가, 준수를 부탁한다는 유언과 함께 두툼한 서류봉투 하나를 희영에게 남기고 죽는다. 그리고 1년 후, 희영은 제주도 애월에서 10년 전 사건과 동일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주로 향한다. 10년 전 사건과 동일한 장소에서 벌어진 똑같은 살인사건. 희영은 제주도 곳곳에서 동생 준수의 기억을 더듬으며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사건의 전모. 그 뒤로 드리워진 섬뜩한 진실. 모든 열쇠는 10년 전 그날을 향하고 있다…… “잘 봐두어라, 저어기가 한라산의 봉우리 붉은 오름, 노로 오름이고, 저어기는 제주 해협이다. 그리고 그 아래 낮고 둥그스럼해서 포근허니 보이는 데, 저어기가 너희들이 살 애월이다. 바닷가에 달처럼 동그러니 면하고 있다 해서 애월이라고 부른다. 니들 살기 좋아 보이지?”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어린 준수의 꼭 잡은 조막손의 느낌도 기억이 났다. -본문 중에서 죽은 자와 감옥에 갇힌 자, 그리고... 고통의 심연에서 웅크리고 숨죽인,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여러 편의 범죄 관련 다큐를 보고 나서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가족들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사건의 뒤에서 눈물을 지으며 나서지 못하는 그들. 항상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려져 있고, 음성은 변조되었지만 그 격한 감정은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그들의 아픔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큰 것이었습니다. 가족이 죽거나, 혹은 감옥에 가고 나서 남은 가족들은 어떤 삶을 보내게 되는 것일까. 인생이라고, 운명이라고 돌리기에는 그 사연들이 너무도 기구하고 힘겹게 여겨집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큰 비극을 겪고 고통스러워할지 모릅니다. 그때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줄 수만 있어도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회가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라며 그들이 어둠의 터널을 잘 걸어나와서 빛이 있는 세상으로 힘차게 들어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작가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