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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도시속의 섬 #1 초현실적 풍경 #2 지도 #3 범오굴다리 #4 정다방 #5 마당 #6 고양이 #7 매축지 문화원 #8 지도 제작 #9 범일5동 주민센터 後記 도시 속의 섬 - 매축지 마을 사라지는 집 #1 철거, 공가, 철거 #2 온천 4 재개발구역 #3 주택에 대한 로망 #4 #5 #6 ‘엄마, 왜 산으로 이사 가요?’ #7 사라지는 것들 #8 텅 빈 동네를 다니는 사람들 後記 집의 기억과 사라지는 집 - 온천장 재개발 지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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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이제 매축지마을의 절반이 사라지고 온천장 재개발지역의 공가들도 모두 철거되어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또 다른 동네를 서성이고 비슷하지만 다른 골목길을 걸어 다니고 또 그곳의 경험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동네를 걸으며 자연스레 지나온 동네들을 떠올리고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주민의 동의를 얻어 낡은 집을 허물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고 그럼에도 결국엔 아파트가 지어지는 과정은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가 모두 다르고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 p.8~9 기본적으로 안정주의를 추구하는 나는 가던 길, 가던 가게, 먹어본 메뉴, 혹은 누군가가 추천한 메뉴나 장소를 따르는 편인데, 매축지마을의 미로같이 이어지는 골목길은 나의 이러한 성향을 잊고 매번 새로운 길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게 하였다. 범오굴다리에 가보지 못한 것도 늘 익숙한 길로만 마을을 찾았기 때문이리라. --- p.33 오래되어서 허름하고 불안한 집들, 그리고 곳곳의 빈집과 좁고 어두운 골목 때문에 치안이 걱정되는 곳들, 멀쩡한 편의시설도 하나 없는 동네를 이곳에 살아보지도 않은 내가 무슨 자격으로 개발을 안타까워한다는 걸까. 그건 마치 도시의 현대식 주거환경과 삶의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 단지 오래된 것에 대한 향수로 배부른 소리 하는 느낌이었다. 정작 나는 그곳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떠한 입장인지도 잘 알지 못한다. --- p.62 사실 그곳은 내가 집에서 작업실로 가기 위해 버스나 차를 타고 늘 지나는 길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들은 주로 고가도로 위로 다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은 마을의 모습은 도시 풍경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었다. 그야말로 그곳은 ‘도시속의 섬’이었다. --- p.66~67 ‘철’과 ‘거’ 사이에 우스꽝스러운 해골까지 그려가며 신나게 글자를 휘갈긴다. 정확히 언제 그렸을지 모를 글자를 보며 나는 자연스레 글자가 쓰이는 상황을 상상했다. 해골이라니... 무슨 의미일까. ‘이 집들은 곧 다 (죽어) 없어져버린다’는 뜻일까. 무언가 죽거나 사라진다면 명복을 빌며 애도하는 것이 상식인데 붉은 글자들은 춤을 추듯 즐거워 보였다. 그것을 보는 나는 마음이 꺼림칙했다. --- p.75 주민들이 거의 떠나고 텅 빈 동네를 걷다 보면 어디엔가 머물고 있다가 재빠르게 도망가는 길고양이들을 자주 만났다. 길가에, 자동차 옆에, 지붕 위에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고 쉬다가 인기척이 들리면 후다닥 도망가 버린다. 사람들이 살진 않지만 고양이가 보이는 곳 주변에는 물그릇과 밥그릇이 놓여 있었다. --- p.107 ‘사리지는 집’ 시리즈를 작업하는 동안 나는 어렸을 적부터 경험했던 누군가의 집(주택)들을 떠올리곤 했다. 몇 번의 주택을 경험하게 해 준 대신동 외할머니 집, 한 집에서 오랫동안 쭉 사셨던 영도의 할머니 집, 유치원에 같이 다닌 동생의 마당이 넓은 집, 도서관 옥상에서 쉴 때마다 유심히 바라본 대저택의 풍경, 그리고 이름 모를 그 누군가의 집까지... 온천장 재개발 지역의 집들은 모두 사라지겠지만 그림 속의 집은 어느 도시, 어느 동네에도 있을 법한 평범한 집이며 우리의 경험 속에서 한 번쯤은 만나봤을 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집과 동네에 대한 저마다의 경험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잔가지처럼 다양한 감정과 추억을 담고 있을 것이다. --- p.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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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는 장소들의 ‘지도’ 그리기
저자는 사라져가는 마을들을 방문하며 그곳에서 다양한 감정과 맞닥뜨린다. 가고자 하는 장소는 구불구불한 골목길 속에 숨어 있어 지도에서도 확인되지 않아 난감하기 일쑤다. 마을 밖 사람이면서 마을 안을 헤집고 다닌다는 점에서, 스스로 이 낡고 오래된 마을들을 그저 관망하고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회의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걷고, 길을 잃고, 헤매며 마을 속으로 들어가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공가空家’라고 적혀 있는 집들을 만나고 그 앞에서 과거에 경험하고 만나왔던 집에 대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모두가 떠난 텅 빈 동네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여전히 살아가는 고양이들과 그들을 돌봐주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작가가 낯선 마을에 익숙해지며 체득한 것들은 정갈하면서도 마음 한 편을 차분하게 눌러오는 그림들로 조심스레 되살아난다. 마을 곳곳을 기록한 그림들은 마치 하나의 ‘마을 지도’처럼 느껴지는데, 기존의 지도에서는 잘 표시되지 않는/비어버리는 장소들을 하나하나 애정 어린 마음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값지다. 재개발로 사라진 집과 마을들은 분명히 존재했던 곳이자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곳이다. 다만 늘 가던 익숙한 방향으로만 향할 때는 결코 찾을 수 없었을 곳에 대해, 우리의 발걸음과 시선을 달리했을 때 보이는 풍경들에 대해, 저자는 그 자신이 직접 발로 뛰고 몸으로 느끼며 축적한 작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리라.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오늘날, 어쩌면 단어만 바뀐 또 하나의 개발을 위해 너무 바쁘게 풍경들을 지워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게 된다. ‘공가’라는 말이 때론 절망스럽고 공허하더라도 나는 ‘공가’라는 빈자리가 그림을 마주하는 많은 이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로 애틋하게 채워지길 바란다. -「사라지는 집」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