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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노는 일부 사학자들의 주목을 빼면 일반인에게는 아주 생소한 이름이지만 단재 신채호 선생에 의해 일찌감치 우리 민족 최초의 국모라고 불리운 여인이다. 이 소설은 아무런 정치적 기반도 없이 도망쳐온 고주몽을 만나 사랑을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고구려를 세웠으나 끝내는 배신당하고 마는, 한 여인의 처절한 아픔과 대항, 패배의 이야기이다.
소서노라는 인물은 졸본부여의 5부족 중 하나인 계루부의 공주로서, 고조선 이래 뿔뿔이 나뉜 한민족의 통일과 고토 회복이라는 큰 꿈을 가졌던 여인이다. 고주몽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그를 도와 실질적으로 고구려를 세운 일등공신, 그리고 훗날 온조와 비류 두 아들을 이끌고 백제와 비류백제를 창업한 여걸 소서노. 세계의 역사에서도 드물게 이토록 화려하고 장대한 족적을 남긴 소서노는 어떤 이유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던 것일까. 졸본부여의 한 산자락에서 남자들과 어울려 사냥을 하던 소서노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동부여 금와왕의 박해를 피해 세 친구와 도망치듯 남하한 그는 뛰어난 활솜씨를 가진 고주몽이었다. 이미 비류라는 아들을 둔 과부로서 왕위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던 소서노는 8살 아래의 고주몽과 결혼, 그와 함께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가기로 한다. 크나큰 야망을 가진 고주몽에게 이러한 소서노의 사랑과 정치적 기반은 더할 수 없이 큰 힘이 된다. 소서노는 고주몽과의 사이에 온조를 낳은 후 말갈족을 치는 전쟁을 계획해 그를 출정시키고, 이 싸움의 승리는 비로소 고주몽의 이름을 세간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 뒤이어 아버지 연타발 왕이 갑작스레 죽음을 맞자 신하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고주몽에게 왕위를 양보, 그를 통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첫 발판으로 삼는다. 계속해서 소서노는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해 고주몽에 반대하는 세력을 설득하거나 제거하는 등 그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고,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드디어 고주몽은 졸본부여 대왕의 자리에 올라 고구려를 창업한다. 이처럼 그들의 꿈이 하나씩 실현되어가는 중에 태자 책봉을 둘러싸고 두 사람의 틈이 벌어진다. 소서노가 장자인 비류를 태자에 책봉하고자 하는 데 비해 고주몽에게는 훗날 자신의 뒤를 잇게 하리라 약속한 아들 유리가 있었던 것이다. 비로소 고주몽은 소서노의 강인한 성격과 그녀를 둘러싼 신하들의 세력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소서노 역시 고주몽의 숨겨진 과거를 알고는 극심한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히는데, 아끼던 부하가 고주몽의 신하에 의해 죽음을 당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간다. 위태로운 대립이 계속되는 와중에 드디어 유리와 예씨 부인이 찾아오자 고주몽은 내심 유리를 자신의 후계자로 결정하고, 상황을 파악한 유리는 소서노의 신하들을 반역 세력으로 몰아 숙청한 후 비류마저 자객을 시켜 암살하려 한다. 고주몽은 유리의 잔인함과 치밀함에 근심하면서도 마침내 그를 태자로 책봉하고, 소서노는 자신을 따르는 신하들과 두 아들들을 데리고 쫓겨나듯 남하의 길에 오른다. 어렵사리 백성들을 이끌고 대방고지에 정착한 소서노는 비류를 왕으로 삼아 백제를 건립한다. 그러나 비류의 정혼녀 향비지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게 된 비류와 온조는 사사건건 마찰을 빚기 시작한다. 소서노의 뜻대로 비류가 요동 태수의 딸과 정략결혼을 함에 따라 온조와 향비지가 결혼하는 것으로 갈등은 마무리되지만, 타고난 성품이 온화하고 바다를 통한 정벌을 꿈꾸는 비류와 불 같은 성격에 대륙으로 향하려는 온조는 근본적으로 화합할 수 없는 차이를 지니고 있었다. 평화로운 세월도 잠시, 비류와 백제민들은 낙랑국과의 전쟁에서 처참하게 패배해 다시 뱃길을 따라 남하해 미추홀에 다다른다. 도읍을 정하는 일로 비류와 온조는 심각한 갈등에 이르고, 마침내 소서노는 온조가 따로 성을 쌓고 도시를 세우는 것을 허락한다. 그러나 두 아들이 각기 바다와 육지를 제패해 고구려로 돌아가기를 소원했던 소서노의 바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헛되이 되고 만다. 분립해 있던 온조가 끝내 십제라는 국호를 정하고 왕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소서노는 늦게나마 온조의 생각을 돌리려 동분서주 힘을 기울이다 끝내 십제 병사들의 손에 허무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고 만다. 사랑하는 남편 고주몽과 함께 대륙을 통일하리라던 야망도,두 아들과 함께 다시 고구려로 돌아가리라던 꿈도,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한 채. 소설은 동명성왕 고주몽과 2대 유리왕으로 이어지는 고구려의 역사에서 철저히 은폐된 소서노를 역사의 전면으로 이끌어내고, 고대 삼국 창건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씌어졌다. 또한 남편 고주몽의 이름에 가려 존재의 기록조차 변변히 남아 있지 않은 소서노의 운명은 가부장적 사회 제도에 희생당한 수많은 여성들의 비극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 10여 년 전부터 소서노라는 인물에 주목한 작가는 재야 사학자들의 의견과 인터넷을 동원한 방대한 자료 수집, 특히 우리와는 달리 이미 상당한 연구가 진행된 북한의 연구 성과들까지 종합하여 본 소설을 집필했다. 물론 사료와 사학자들이 밝혀내지 못한 행간의 일들은 소설적 상상력에 의거해 이루어졌다. 방대한 양의 자료와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씌어진 본서는 역사를 공부하는 중·고교생부터 민족의 뿌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자 하는 대학생 이상의 남성 독자, 그리고 여성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2,30대 여성들에게 큰 무게로 다가갈 것이다. 특히 역사의 그늘로 사라져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던 한 걸출한 여성, 세 나라를 창업한 여대왕 소서노는 새로운 세기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자랑스런 역사의 재발견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