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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의 특별활동 _007한나 _021베이비 그루피 _057리틀 선샤인 _103알레르기 _123아일랜드 페스티벌 _149교대 _183휴가 _195해설 | 인아영(문학평론가)해명할 수 없던 밤이 지나고 _223작가의 말 _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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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은 보통의 여자 친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대한다.그러니까 그애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동그랗게 불거진 마디들을 따라 손톱 끝까지.누구도 나를 그런 식으로 만진 적은 없다.욕망과 질투와 선망으로 녹아내릴 듯 뜨거웠던 그 시절우리가 나눈 끈적하고 투명한 ‘처음’의 순간들표제작 「토요일의 특별활동」은 주오일제가 시행되면서 ‘놀토’가 도입된 200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중학교 특별활동부인 ‘적성연구부’에서 만난 정민과 ‘나’의 관계를 다룬다. ‘나’는 보통의 여자 친구들과는 다르게 자신을 쓰다듬고 만지는 정민의 손길에서 무엇인가를 예민하게 느끼면서도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스스로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는 한편 ‘나’는 자신의 이야기에 거짓말을 섞어 글로 풀어내는데, 이 두 모습은 정지향 소설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 즉 여성 인물들이 나누는 미묘한 감정과 그것이 ‘글쓰기’를 매개로 하여 증폭되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어지는 소설 「한나」에도 두 명의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예술대 문창과 2학년생인 진아는 시 창작 수업 시간에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한나’와 재회한다. 한나는 한창 백일장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시절에 문학회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아이다.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진아는 한나를 안고 싶고 만지고 싶다고 느낀다. 그러다 한나가 한 남자 강사와 사적으로 가까워지며 진아와 한나의 관계는 그전과는 묘하게 달라진다. 주목할 점은 두 사람 모두 소설을 쓰고 싶어한다는 사실로 인해 진아와 한나의 관계가 보다 입체적인 양상을 띤다는 것이다. 진아는 한나에게 섹슈얼한 욕망을 느끼면서도 “읽기에 따라 건조하고 단단해서 파고들 틈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도”(25~26쪽) 하는 자신의 글과 달리 ‘고유한 리듬’을 지닌 글을 써내는 한나에게 복합적인 마음을 느낀다. 그러는 한편 한나를 기분 내키는 대로 대하는 남자 강사와 얽히면서 한나가 원래 지니고 있던 “세세하고 고유한 특성”이 점점 깎여나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된다. 「한나」는 글쓰기를 향한 인물들의 욕망과 함께 그것이 남자 강사에 의해 어떤 식으로 굴절되는지를 세밀하게 그려나가면서 지금 사회의 가장 뜨거운 문제 중 하나인 ‘기울어진 젠더 구조’에 대해 짚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베이비 그루피」에서 한층 심화된다. 열여덟 살의 ‘나’는 홍대 라이브 클럽에 놀러갔다가 한 인디 밴드의 프런트 맨이자 보컬인 P를 알게 된다. 주위의 여느 남자와는 다르게 말하고 다른 식으로 행동하는 P는 쉽게 ‘나’의 호감을 산다. 그 이후 P는 ‘나’를 자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육체적인 관계를 맺길 원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한 번도 ‘나’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그 여름, 자신이 P와 맺었던 관계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한참을 구글링한 끝에 ‘그루피’라는 단어를 알게 되면서 그 시절의 자신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잘잘못을 떠나 서로의 상황을 좀더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모두 크고 작게 미웠다.”정지향은 이렇듯 과거의 자신을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들여다봄으로써 그 시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과 자신이 느꼈던 감정에 대해 새로이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된다. 자신에게 접근해 치근덕대던 남자는 ‘자유로운 예술가’가 아니라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던 인물이었고(「베이비 그루피」), 한나를 만지고 싶고 안고 싶다고 느꼈던 마음은 순간적인 충동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한나」). 음악 페스티벌 취재를 위해 P섬에 갔다가 마주하게 된 전 애인 ‘재훈’과 ‘나’의 하루를 그린 「아일랜드 페스티벌」에서도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되어 과거 자신의 모습이 불려나오고, 「휴가」 또한 회사일을 그만둔 뒤 고향으로 내려간 ‘나’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겪게 되면서 과거에 한차례 겪었던 또다른 죽음의 장면이 상기된다. 특징적인 점은 정지향 소설 속 인물들은 그렇게 다시 마주하게 된 과거의 자신을 지금의 시선에서 내려다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조금 더 여유 있고 성숙한 관점으로 그때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더라도, 그 시절 자신이 누군가를 향해 느꼈던 미움, 애증, 욕망, 질투, 선망 등의 감정을 묻어두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온전히 되새기는 것이다. 그렇게 정지향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천천히 되살리는 한편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러한 감정을 느꼈는지, 그때의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세계를 들여다보며 해명할 수 없는 감정과 욕망으로 가득찼던 그 시절을 새롭게 해석해나간다. 그럼으로써 정지향의 소설은 “무엇도 내 세계를 바꿀 수 없어”(「아일랜드 페스티벌」)라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자신의 세계를 고수하고자 했던 과거의 자신을 현재의 자신 옆에 나란히 세워두면서 역설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스스로의 힘으로 새롭게 재배치한다. 육 년간 느리게 쓴 소설을 묶는다. 모든 사랑과 여행과 실수가 몸안에 영원히 쌓이는 것이라 믿으며 쓴 소설도 있고, 아무리 진득한 날도 흘러갈 수 있음을 알아가며 쓴 소설도 있다. 나는 이제 겨우 다른 사람의 표정을 제 것인 양 흉내내지 않을 수 있게 된 것도 같다.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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