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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창업, 한기를 세우다
제2부 대형 공장의 시대 제3부 시대의 전환 제4부 세월은 노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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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여섯 시, 지평선에 닿은 하늘가에 희미하게 흰빛이 비어져 나올 때쯤 그는 천가의 낡은 집을 나와 장원방까지 걸어가서 커다란 열쇠 꾸러미로 가게 문에 걸어둔 자물쇠를 열었다. … 그는 이 일이 자신의 본분이라는 의식이 매우 강했다. 사시사철 혹한과 혹서에도 단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고, 바깥세상의 시국에 어떠한 변화가 생겨도 상관없이 늘 한결같았다. 이 커다란 열쇠 꾸러미는 가게의 상징이었고, 그가 그것을 몸에 지닌다는 것은 명문의 대업을 짊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 p.11~12 항일전쟁의 승리는 도피 생활의 종결을 의미했다. 장원방으로 돌아온 것은 이전에 영위하던 삶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페허 위에 일가를 다시 세우는 일이었다. 다행히 세월 속에서 겪었던 슬픔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천천히 희미해졌다. 하루하루 거듭되는 노동 속에서, 하루 세끼 분주한 움직임 속에서, 수공예인은 부지런한 두 손에 의지해 일상을 조금씩 복구하며 새롭게 삶을 재건해나갔다. --- p.178 “오빠처럼 간부입네 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만 일하는 척할 뿐, 진짜 일은 안 하죠. 합작경영을 시작한 지 몇 년 안 되고부터 사적으로 주문을 받아서 집에서 부업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생산라인에서는 획일적인 상품밖에 생산하지 못해요. 창의성이라곤 없죠. 수공예인의 구상은 아예 발휘할 수가 없다고요.” --- p.266 진한은 항상 혼자서 디자인실에 틀어박혀 지칠 줄 모르고 일했다. 수년간의 노력을 쌓은 끝에 그는 무대의상 수선 방면에서 경험의 총화를 만들어냈고, 재능 있는 제자를 발굴해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전수해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때로는 조용하고 평탄하다가도 또 때로는 부침을 거듭하며 요동치던 세월 속에서 남은 것은 결국 수공예 기술과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깃든 예술품이었다. --- p.372 무대는 모든 환상이 집약된 곳이다. 온 정성을 기울여 치밀하게 조성한 궁중의 정경과 한껏 공들여 빚어낸 규방의 감흥이 깃든 곳이다. 가장 화려한 월극의상만이 무대를 현실과 격리시킬 수 있다. 월극의상은 언제나 정교하고 섬세하다. 꽃의 색깔 하나하나, 늘어뜨린 술 하나하나가 모두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최적의 조화를 구현한다. 월극의상은 바늘 한 땀, 실 한 가닥이 모이고 쌓인 것이며, 그것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평범한 옷감이 수고로운 두 손의 수많은 손놀림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교한 예술품으로 탄생한다는 데 있다. --- p.512 그녀는 한기라는 간판을 만들어낸 사람이 증조할아버지인 천더우셩이라는 것을 알고 신대에 그의 엄숙한 화상을 모셔두었다. 약 백 년 전, 바로 이곳에서 수많은 수공예인이 열심히 고되게 일했었다. 천들이 재단판 위에 펼쳐져 있고, 수틀에 팽팽히 끼운 천 위를 자수 실이 넘나들었고, 정교하고 섬세하게 수가 놓인 일감들이 선반에 차곡차곡 쌓여 봉제를 기다렸다. --- p.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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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예인에게 가장 좋은 예술이란
바로 오랜 세월 쌓아온 꾸준함이다!” 한 벌의 월극의상을 수공예로 만드는 일은 백 개가 넘는 조각들에 빼곡히 수를 놓고, 각각을 이어 붙여 완성하는 엄청난 노동의 결과물이지만 천가 사람들에게는 월극의상 제작이라는 노동은 생존 수단으로서의 직업인 동시에 놀이이고, 일상이고, 삶이다. 삶과 일과 예술을 일체화시키는 그 신념이 한 개인의 생애주기를 넘어 4대를 거쳐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의외로 실존하는 원형이 있어서 소설이라기보다 기록물 같기도 하다. 저자 루씬은 광저우시 무형문화유산보호센터에서 십 년 넘게 일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27만 자(한글로는 48만 여 자)에 달하는 긴 이야기로 풀어냈다.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동안 월극의상 제작에 종사하는 수많은 수공예인과 공장 관리자와 얘기하고 배우고 익히면서 그들 삶에 공감하고 동화된 루씬이 수공예인과 그들의 장인정신에 대해 갖게 된 애정과 존경이 담겨 있다. 직업인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