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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녹음 속에 떠오르는 흰 꽃 - 5월 중순 풍게나무 세로티나벚나무 때죽나무 백당나무 꽃병꽃나무 ‘브리스톨루비’ 소태나무 아까시나무 일본목련 쪽동백나무 찔레나무 참빗살나무 청가시덩굴 홍가시나무 황벽나무 화려하거나 향기롭게 - 5월 하순 감나무 개회나무 고광나무 광대싸리 국수나무 꾸지뽕나무 땅비싸리 밤나무 인동 장미 쥐똥나무 족제비싸리 주엽나무 참조팝나무 포도 새머루 해당화 담쟁이덩굴 여름으로 가는 이정표 - 6월 상순부터 중순까지 가죽나무 낙상홍 피나무 박쥐나무 미국능소화 찰피나무 산수국 사철나무 모감주나무 장마가 온다 한들 - 6월 하순 가시오갈피 남천 미국담쟁이덩굴 미국개오동 자귀나무 작살나무 조록싸리 왕대 피고 지고 오래가는 꽃 - 7월 개머루 배롱나무 회화나무 붉나무 쉬나무 산초나무 좀작살나무 이제는 무한꽃차례다 - 8월부터 9월까지 나무수국 음나무 두릅나무 무궁화 꼬리조팝나무 칠자화 춘추벚나무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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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물린 때에 소태나무 껍질을 붙여라. 생것이 없거든 급히 미투리 뒤축에 감은 걸 풀어 물에 축여 붙여라. 물린 지 오래면 효과가 없다.”고 한다. 산에서 독사에 물리면 곧바로 소태나무 껍질을 벗겨 물린 부위에 붙여 응급 처치를 하라는 얘기다. 소태나무의 주요 효능 중 하나가 바로 해독이다. 옛 의서들을 보면 지네나 독사에 물렸을 때 소태껍질을 붙이라는 처방이 나온다.
--- 「소태나무」 중에서 농사짓는 백성들에게는 찔레꽃이 모내기 철을 알리는 꽃이다. 찔레꽃이 한창 필 때 일 년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모내기에 들어가야 한다. 가뭄이 들면 농군들의 가슴은 논보다 더 바짝바짝 탄다.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에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 있다. 그때의 가뭄은 얼마나 한이 되었을까. 그래서 나온 말이 찔레꽃가뭄이다.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음력 5월 무렵에 드는 가뭄이라는 것이다. --- 「찔레나무」 중에서 그러니까 통통하게 품질이 좋은 주엽나무 또는 조각자나무 열매를 가리키는 肥?(비조)는 나중에 비누를 뜻하게 되었는데, 비조의 속칭 비로에서 비노를 거쳐 오늘날의 비누가 된 것이다. --- 「주엽나무」 중에서 당시 우리나라나 중국은 포도 재배에 기후가 적합하지 않았을뿐더러 품종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포도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포도로 술을 빚는 방법이 서양이나 서남아시아와 달랐다. 포도즙을 찹쌀밥과 누룩에 섞어 빚은 술이 포도주였다. 포도를 말렸다가 가루를 내어 쓰기도 했다. 이른바 포도막걸리인 셈이다. 이것을 코냑처럼 소주로 내리기도 했다. 또 포도를 소주에 담가 익힌 술도 포도주라 부르고 있다. --- 「포도」 중에서 나무 이름은 잎이 참나뭇과 상록수인 가시나무를 닮은 데다 그 색깔이 붉어 붙여졌다. 옛 한자 이름과 한방 생약명은 石楠(석남) 또는 石南(석남)이다. 『동의보감』에는 석남 잎을 “주로 근육과 뼈·피부·풍증에 쓴다. 신장을 북돋우고, 음을 강하게 하며, 다리가 약한 것을 치료한다. (主筋骨 皮膚風 養腎强陰 療脚弱)”고 했다. 차로 마실 때는 새싹을 증기로 찐 뒤 가마솥에 덖고 뜨거운 물에 우린다. 『본초강목』에는 石南의 이름 유래가 밝혀져 있다. “돌 사이에 자라고 따뜻한 곳을 향하기 때문에 이름을 석남이라 했다. (生於石間向陽之處 故名石南)”는 것이다. --- 「홍가시나무」 중에서 찰피나무나 피나무는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옛 고구려 강역에 주로 분포하는 나무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기록이 남겨졌다. 『흠정성경통지』에서는 “국경 밖 조선 인삼이 피나무류 밑에 많이 난다. (邊外人參多生?樹之下)”고 했다. 북부 지방에 피나무속 나무가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 「찰피나무」 중에서 배롱나무는 간지럼나무라는 재미있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한자어로는 ‘간지럼을 두려워하는 나무’라는 뜻으로 파양수(??樹)라 한다. 누가 나무에 간지럼을 태워볼 생각을 했을까. 나무줄기가 사람 피부처럼 매끈했기 때문에 그런 유희가 생겨 유행했을 것이다. 줄기가 보통 나무와 달리 까슬한 딱지 없이 매끌매끌해 보이면 한번 쓰다듬고 싶어진다. 호기심이 놀이로, 놀이가 이름으로 이어졌다. --- 「배롱나무」 중에서 무쿠게가 무궁화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1821년에서 1842년에 이르는 시기에 편찬된 『고금요람고(古今要覽稿)』에 木槿은 기바치스, 아사가호, 무쿠게 등으로 부르고, 無窮花木(무궁화목)이라고도 한다고 적혀 있다. 1844년에 나온 오노 란잔의 『중수본초강목계몽(重修本草綱目啓蒙)』에도 당시 일본 수도인 교토에서 무쿠게라 부른 무궁화를 『향약본초(?藥本草)』를 인용해 一名 無窮花木(일명 무궁화목)이라 한다고 적혀 있다. 무궁화는 적어도 고려 시대부터 써온 우리 고유의 이름인데, 일본에서도 무궁화목이라 했다는 것은 우리말이 건너가 무쿠게로 변했다는 설에 무게를 더한다. --- 「무궁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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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남이섬에 사는 나무를 소개하는 책이다. 결코 적잖은 종류의 나무가 남이섬에 자란다. 집 주변의 길이나 공원, 산, 강변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도 있고, 수목원에 가야 볼 수 있는 나무도 있다. 이런 나무들에 관한 기본 정보를 꽃이 피는 순서로 책에 실었다. 물론 책에 밝힌 개화와 결실의 시기는 ‘꽃 피는 순서로 만나는 남이섬 나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이섬을 기준
으로 했다. 그것만 싣는다면 수목 도감이다. 수목 도감보다는 읽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기본 정보에 더해 나무에 얽힌 과거와 현재, 옛사람들과 오늘날의 우리 이야기까지 곁들였다. 이것은 개인적인 감상이 아니라 대부분 나무의 문화사, 즉 나무와 사람이 어떤 관계를 맺고 지내왔는가 하는 이야기다. 바로 이런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그 나무를 더욱 잘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나무 초보’가 남이섬 나무를 통해 그 나무를 또렷이 기억하기 바라며 썼다. 나무는 어디에 있든 본성이 그대로다. 독자가 남이섬의 나무를 다른 곳에서 마주치더라도 알아보고 반가워하면 좋겠다. 그렇기에 책 제목을 굳이 남이섬에 한정하지 않고 『나무 입문』이라 했다. 나무에 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되도록 어려운 말은 쓰지 않았다. 부득이한 경우에만 한자로 된 식물 용어를 썼을 뿐이다. 그것이 늘 베풀기만 하는 생명체, 싫든 좋든 평생 함께해야 할 삶의 반려자인 나무에게 사람들이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하는 한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분명 나무에 관한 지은이의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