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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그게 사랑이냐? 아내로 산다는 것 내 비서는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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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는 열여덟 살이다. 학교를 남들보다 더 일찍 들어간 탓에 고등학교도 일찍 졸업하게 되었다. 대학입시에 낙방을 했으나 재수를 해도 늦지는 않으련만 순이는 그러지 않았다. 학교 다닐 적에는 머리가 좋은 탓에 제법 공부를 잘했다. 순이에게 그런 희망의 싹이 보이자 의붓아비는 순이를 희망 줄로 삼았다. 의붓아비가 그랬다. 너는 말이다. 공부를 잘하니까 꼭 약학대학을 가야 한다. 약대를 나와서 약국을 차려 동생들을 모두 가르쳐야 된단 말이다. 하도 외워대는 통에 순이는 의붓아비의 말이 진리인 줄 알면서 의붓아비의 말대로 그래야만 되는 줄 알았었다. 그런 탓에 한껏 그쪽으로만 목표를 두고 공부를 했었다. 그러나 지방도시에서 그것도 상업학교를 나와 서울에 있는 유명대학의 약대를 간다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그 후, 다른 여섯 친구들은 후기대학으로 갔거나 재수를 해서 목적을 달성했고 합격의 영광도 찾았다. 그러나 순이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약대를 나와 애써 공부한 뒤끝에는 의붓동생들의 뒷바라지나 해야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면 순이 자신의 일생은 뭐란 말인가? 돈 버는 기계가 되고 말 것이다. 그건 진리가 아니고 다만 기분만 잡치게 되는 일이어서다. 의붓아비에게 순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기껏 공부를 해서 자기의 자식들 뒷바라지나 하라니. 그런 도둑이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도무지 이치에 맞지도 않았거니와 말 같지도 않아 순이는 낙방의 소식을 접한 뒤에 책이란 책은 모두 아궁이 속에 쑤셔 넣고 불태워버렸다. 내가 왜 그런 식으로 살아야 돼? 억하심정이 생기면서 어깃장이 놓고 싶어져서였다. 내 족속도 아닌, 씨가 다른 동생들인데, 내가 왜 그들의 뒷바라지를 뼈가 빠지도록 해야 돼? 그러니까 더 이상 대학 같은 곳에는 절대로 가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람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모르긴 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일 것이다. --- 「그게 사랑이냐?」 중에서 “케이프타운에 도착했습니다. 어서 빨리 내리세요. 서둘러야 해요.” 사장이 일행들에게 계속적인 지시를 내렸다. 일행들이 짐을 찾아서 들고 밖으로 나오는데,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친다. 강한 바람까지 동반하고 있어서 견딜 수가 없는 지경이다. 모두들 춥다면서 벌벌 떨어대기 시작했는데, 정말로 추웠다. 한국은 지금 초여름에 접어들었으므로 일행들은 떠날 때 초여름 옷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다 아프리카는 더운 나라라는 선입견 때문에 일행들은 모두 여름옷차림이었으니 맑은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아이, 추워. 눈까지 내리고 있네. 어쩌지? 전부 여름옷만 챙겨 왔는데?” 누군가 걱정을 했고 “정말이네. 어쩌면 좋아.” 또 누군가 받아서 맞장으로 걱정을 해댄다. 그때 정미는 길바닥에서 트렁크를 열었는데, 옆에 서있던 영수가 정미를 소리쳐 나무랐다. “지금 뭐하는 거야? 길에서?” “가만있어 봐요.” 정미는 영수의 말 따위는 귓전으로 흘리면서 고집스레 트렁크를 연다. 그 속에서 잠바 두 개를 꺼냈는데, 하나는 영수의 것이고 또 하나는 정미의 것이다. 그걸 본 영수가 신경질을 부려댄다. “넣지 말라고 그리 말렸는데도 듣지를 않고 기어이 넣었어? 암튼 저 고집은 못 말려.” “잔소리는 그만 하고 어서 입기나 해요. 추운데 벌벌 떨기만 할 거예요?” “싫어. 안 입어. 다들 떨고 있는데 나만 입으라는 거야?” 영수는 한사코 거절한다. “입든 말든 어서 받기나 해요. 자. 난 입을 거니까.” 정미는 영수의 잠바를 영수에게 주고는 트렁크의 뚜껑을 닫았다. 한국에서 생각할 때 아프리카는 더위만 있는 나라인줄 안다. 그러나 여행이란 귀로 듣는 것과는 영 딴판일 때가 너무 많다. --- 「아내로 산다는 것」 중에서 “우리 학교로 말할 것 같으면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들만 백 명이 넘어요. 거기에다 저는 금년에 환갑인데, 이 학교의 부총장이면서 박사이고 목사입니다. 그리고 성경학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입니다. 여기 칠판에 적은 번호는 제 휴대폰의 번호예요. 여러분에게 어떤 문제가 생겨서 저의 힘이 필요하시게 되면 언제든지 이 번호로 전화를 해주세요. 제가 힘닿는 데까지 모두 책임지고 도와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 같은 것도 말입니다.” 엉키 목사는 손가락을 네 개 활짝 펴서 칠판을 가리키며 설명을 끝내고는 손바닥을 비벼서 턴다. 그 말에 익자는 자동적으로 노트에다 엉키 목사의 휴대폰번호를 적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느 누구에게든 부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누가 알겠는가. 사람의 앞일이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부지불식간에 갑작스레 어려운 일이 생겨 부탁할 일이 생길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엉키 목사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다정했으며 발음까지 명확했다. 그래서 한 마디 한 마디의 말들이 모두 익자의 귀 속으로 들어와서 쏙쏙 박힌다. 사람이 아주 영리해 보였으므로 익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구에게 배웠는지, 참 잘 배웠네. 아주 정통으로 기초는 잘 다져졌어.) 익자는 지난 삼십오 년간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무수하게도 많은 설교들을 들어왔다. 처음에는 진리라는 설교가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지도 못하였다. 왜냐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로만 목사들이 설교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처녀가 성령으로 잉태되어 아들을 낳았다고 하든지 아니면 이단이 오면 아예 집안에도 들이지 말라는 식의 말들이었는데 당시 익자의 생각으로는 그런 것들이 모두 말도 안 되는 말들이었다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처녀가 애를 밸 수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왜 사람이 찾아왔는데, 집안에도 들이지 말라는 것이야? --- 「내 비서는 어때요?」 중에서 엄마는 부지런히 외출복을 갈아입고 쓰레기통 옆으로 달려간다. 잠깐 사이인데 가보니 성재는 없어졌다. 어디로 갔지? 엄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복천으로 갔나? 아니면 25시? 그런데 25시는 아파트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곳으로 찾으러 간 사이에 성재가 또 여기를 다녀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엄마는 가만히 서서 머리로 저울질을 해본다. 그동안 엄마는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다. 아무래도 성재가 수상쩍다 여겼었는데, 성재에 대해 이해가 가기도 했었다. 어려서부터 유난스레 몸이 약했던 성재는 초등학교 때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많은 고생을 했었다. 처음에는 몰랐었지만, 엄마가 두드러기에 대한 연구를 하던 끝에 이유를 알기 위해 성재의 일기장을 뒤지다가 두드러기의 원인을 알아냈었다. 그것은 얼마 전에 지나간 6월 25일의 일이었는데, 길가에서 다리 잘린 사람이 앉아 구걸을 하더란다. 그래서 성재가 묻자 다리 잘린 사람이 가르쳐주었단다. 그놈의 전쟁이 내 다리를 빼앗아갔어. 그리고 옆에 있던 일석이가 말해주었단다. 공산군이 쳐 내려오면 우린 모두 죽는대. 그 말들이 공포를 만들어서 견디지 못하고 두드러기로 변해 괴롭혀왔다는 걸 알았다. 그 후 병 고치는 은사를 받았다는 엄마의 친구가 성재에게 기도를 해주면서 성재야, 너도 기도해라. 예수 피로 모든 더러운 것을 다 씻겨 가라고 말이다. 예수 피. 예수 피. 예수 피로 모든 악은 것들은 물러가라 하면 낳을 수 있어. 그 말은 딱 들어맞아서 성재가 샤워를 할 적마다 예수 피. 예수 피. 예수 피로 썩 물러가라. 이 더러운 두드러기야. 그랬더니 그때부터 두드러기는 나지 않았기 때문에 성재는 앞으로 목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런데 반대를 하고 나선 사람은 아버지였다. --- 「내 편, 네 편, 우리 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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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랑을 표현할 때 두 손가락 끝으로, 또는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모양을 만들고 “사랑해” 합니다. 그리고 그게 사랑인 줄 압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니랍니다. 사랑이란 단어는 마음 안에서 숨어 지내는 요술 상자여서 겉모양만 보고 판단을 한다면 큰 코를 다치게 됩니다. 사랑의 단어는 착각 속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란 온유하고 겸손하며 상대를 긍휼히 여길 때 생기는 마음인지라 서로가 연합되어 불꽃이 느껴지면 치유되는 약이랍니다. 긍휼을 베풀어주고 상대를 감싸 안아주며 격려의 말을 해 줄 때 얼음처럼 굳게 닫혀있는 마음은 햇살에 눈 녹듯이, 얼음장이 녹아지기 때문에 사랑의 힘을 모두들 말합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한 것이라고." - 저자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