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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미

결국, 남미

: 혼자 떠나 더 행복했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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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98쪽 | 495g | 144*204*20mm
ISBN13 9791186325834
ISBN10 118632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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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홍지선 (쥬디)
전라북도 정읍 출생. 소 키워서 미대 보냈더니 졸업해서 춤 선생이 된 효녀. 현재는 영어를 가르치고 살사에 미쳐 있는 정체불명의 여자. 가라는 시집 안 가고 가지 말라는 여행가서 엉덩이 흔들어 모은 돈으로 중남미를 누비고 온 여행, 술, 남자 좋아하는 흔한 여성[블로그] 남미 여행 부추기는 여자 1ove_honest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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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에서의 유일한 낙은 매일 매일 살사 개인레슨을 받는 것이었다. 숙소 근처의 다른 호스텔에서 살사 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래, 남미에 왔으니 살사 정도는 속성으로 배워줘야 폼이 나지!’ 하는 생각에 덜컥 레슨을 받기로 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배워두면 남미 여행 중 어딘가에서는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잘생긴 남미 총각이 춤을 추자고 제안을 했을 때 내가 눈물을 머금고 거절하는 참사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한 여름의 칼리에서 한 시간가량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스텝을 밟으며 살사를 추고 나면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답답할 정도로 후끈한 열기와, 땀으로 축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땀을 잔뜩 쏟아내는 일이 참 좋았다. _살사의 본고장 칼리에서 살사를 배우다 중에서

“5, 4, 3, 2, 1! Feliz ano nuevo! 해피 뉴 이어!”
새해가 되자 시민들은 가방에서 샴페인을 꺼내 흔들어 터뜨리고 있었다. 순진하게 술을 반납하고 들어온 건 우리뿐이었다. 다들 샴페인에 전용 컵까지 챙겨들고 이 순간을 축하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함성과 터지는 샴페인 사이로 보연이의 어두운 얼굴빛이 포착됐다.
“언니, 나 어떡해? 핸드폰 잃어버린 것 같아….”
오 마이 갓! 정말이었다. 아무리 뒤져봐도 없었다. 내가 폭죽 때문에 벌벌 떨자 보연이가 나를 달래주느라 휴대전화를 잠시 지퍼 없는 주머니에 넣었는데, 그 짧은 사이에 누군가가 꺼내간 것이다. 우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한참 동안 서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_새해에도 소매치기는 쉬지 않는 법 중에서

정확한 일몰 시각을 알 수 없어 일단 빠르게 걷기로 했다. 하산을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젠 더 이상 그레이 산장으로 올라오는 사람이나 나처럼 내려가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산에는 오롯이 나 혼자뿐이었다. 혹시나 한 사람쯤은 내 앞에서 걷고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며 그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더 속력을 냈다. 온몸이 삐걱거릴 정도로 달리고 또 달렸지만 나를 앞선 사람은 없었다.
덜컥 겁이 났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나무에 스치는 소리가 꼭 짐승의 울음처럼 들렸다. 갑자기 야생동물이라도 튀어나오면 난 어떻게 되는 걸까? 그들의 괜찮은 저녁밥이 되는 걸까? 길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고, 두려움에 조금씩 눈물이 밀려왔다. 그러나 슬퍼할 겨를조차 없어 코를 훌쩍거리며 내가 가야 할 길만 바라봤다. _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 입성하다 중에서

그런데 엄마, 아빠. 여기서부터 잘 들어야 해. 호스텔의 모든 방은 남녀혼숙이야. 4인용 방이든 20인용 방이든 남녀 구분해서 받지 않고 인원 수만 채울 뿐이야. 그러니까 내가 묵는 방에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어. 그래도 여성들만 쓰는 방이 있지 않느냐고? 이왕이면 그런 곳 가서 묵지 왜 남녀혼숙 호스텔에 가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 엄마, 아빠. 나는 215일 남미 여행을 하면서 가본 수많은 호스텔 중에서 여성용이 따로 있는 호스텔을 딱 한 군데 봤어. 그런데 거기서도 난 일부러 일반 방을 달라고 했어. 여자들만 쓰는 방은 늘 화장실이 붐벼서 불편하거든. 엄마 아빠는 모르는 여행 이야기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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