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복지에서 국가의 역할은 1980년대 초반까지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복지와 관련한 사회적 요구가 많지 않았다. 이는 높은 경제성장을 통해 많은 복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빈곤, 실업, 노령, 사망 등 여러 사회적 위험에 의해 파생되는 문제, 즉 가족의 생계 문제, 돌봄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복지 문제는 경제성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복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을까? 바로 가족을 중심으로 한 비공식 복지가 상당 부분을 해결해왔다. 그렇기에 1980년대까지 국가가 복지에 대한 지출을 별로 하지 않았음에도 빈곤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되었고, 복지와 관련한 사회적 요구가 심각하게 분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혹자는 이를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머리말 〈한국 비공식 복지의 실체는 무엇인가〉」 중에서
비공식 복지는 연줄망에 기초한 복지활동이다. 따라서 비공식 복지의 주체는 연줄망의 종류에 근거하여 분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연줄망은 혈연, 지연, 학연, 직장연(업연業緣)이다.
---「1장 〈비공식 복지의 이해〉」 중에서
오늘날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비공식 복지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성인이 된 자녀로부터 부모에게 향하는 가족 간 소득이전이다. 동양의 가족 간 소득이전 방향은 서구와는 다르다. 서구의 경우 가족 간 소득이전은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향하는 게 일반적이다. 1980년대 미국의 사적 소득이전에 관한 조사 결과를 보면, 84.2%는 부모가 자녀에게 제공한 것이고, 자녀가 부모에게 제공한 사적 소득이전은 3.6%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 국가의 비공식 복지의 동기를 서구와 같은 논리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비공식 복지의 동기를 논할 때 효 등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장 〈비공식 복지의 이론적 쟁점〉」 중에서
1970~1990년대에 이르는 기간 노인 부양의 책임이 사회나 정부라는 의식이 매우 약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시기에는 노부모 부양의 주체가 정부라는 응답 범주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이 시기에는 노인 부양 책임이 정부 내지 국가라는 의식이 아예 없거나 매우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략) 노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이 정부와 사회에 있다는 의식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노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이 ‘정부와 사회’라는 의식은 2002년 1.3%에서 지난 16년간 작지만 꾸준히 성장하여 2018년에는 전체 국민 중 5.7%가 그렇게 생각한다.
---「6장 〈비공식 복지와 국민의식〉」 중에서
2010년까지는 사적 이전소득이 빈곤 감소에서 공적 이전소득보다 더 크게 기여하였지만, 공적 이전소득의 성장에 따라 그 격차는 점차 축소되어왔고, 2013년부터 공적 이전소득이 사적 이전소득보다 우리나라의 빈곤 감소에 더 크게 기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공적 이전소득의 확대가 빠르게 이루어지며,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 이전소득은 우리나라 빈곤 감소에 여전히 상당 정도 기여하고 있다.
---「8장 〈사적 소득이전과 빈곤, 불평등〉」 중에서
비공식 복지의 발달이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특징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기형적인 현재의 모습을 초래한 한 원인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가 넘는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국가복지 수준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며, 동일한 경제 수준의 국가들 중 노인 빈곤율이 4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중략) 1990년대가 2010년대보다 노인 빈곤이 오히려 덜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도 이 시기에 비공식 복지가 더 활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대책을 국가에게 강하게 요구하는 압력이 상대적으로 약하였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국가복지의 성장을 더디게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11장 〈비공식 복지와 한국 복지체계〉」 중에서
한국의 비공식 복지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아마도 우리나라 사회복지에서 비공식 복지의 역할은 점점 축소될 것이다. 이미 2010년 전후로 하여 국가복지가 비공식 복지의 규모를 추월하였다. 국가복지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빠를 것이며, 그에 따라 그 규모도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사회복지에서 비공식 복지의 역할은 점점 작아질 것이며, 절대 규모 면에서도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1장 〈비공식 복지와 한국 복지체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