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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그녀

환상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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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368g | 135*203*15mm
ISBN13 9791164793242
ISBN10 116479324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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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喪中이라 새해 인사는 정중히 사양합니다.’
마키시마 후타는 엽서가 꽂혀 있던 우편함 쪽에 눈이 갔다. 먼 친척 할머니라도 돌아가셨나 했다. 이제 연하장은 시골에 사는 친척이나 보내오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문장을 읽고 후타는 들고 있던 엽서를 놓칠 뻔했다.
‘올해 2월, 장녀 미사키가 영면했습니다.’
엽서 배경에 그려진 민들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하얀 민들레 씨앗이 덧없게 느껴졌다.
미사키가 죽었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제 겨우 서른하나 아니면 둘일 터였다.
--- p.9

“이거 미사키를 만나기 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 블로그인데…….”
“오, 소식을 알게 됐구먼? 아기 사진이라도 올라와 있어?”
테이블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이만 안녕. 잘 지내세요? 너 이 사람한테도 차였구나?”
“차인 건 사실이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블로그라고
했잖아. 누구나 볼 수 있는 글이라고. 날짜 좀 봐. 2년 가까이 됐어.”
“4년 전에 헤어졌다고 했었지? 블로그에 쓸 말이 없어졌다거나 질린 거 아니야? 요즘은 라인이나 인스타그램도 있으니까 블로그는 졸업한 거지.”
“그런 거라면 블로그를 닫는다고 쓰지 않았을까?”
“뭐라고 쓸지 네가 어떻게 알아? 그런 소리 할 시간에 본문을 보면 되잖아.”
“미사키 소식을 들어서 그런지……. 좀 무섭지 않아?”
“뭐? 너무 넘겨짚었어.”
유키에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자 게시물 본문이 나왔다.
“어디 보자. 제가 세상을 떠나면…….”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 pp.27~28

“연락해보지 그래?”
후타는 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굳이 뭐 하러.”
유키에는 뜨거운 어묵을 호호 불어 식히고 있었다.
“에미리가 무사한지 확인하라고?”
“내가 후타라면 더 일찍 해봤을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에미리에게도 무슨 일이 있으면 나 정말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아.”
도무지 웃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나중에 할 거면 지금 여기서 해.”
--- pp.30~31

모리는 어째서 그렇게 어색한 거짓말을 한 것일까. 에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에미리가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참혹한 일을 당해서는 아닐까. 에미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애써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미사키도 자연사가 아니었다면…….
만약 그렇다면 누구의 짓이었을까. 세 사람에게는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었다. 어째서 그 세 사람을 노린 것일까. 후타는 취기로 달아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후타와 사귀었다는 것뿐이었다.
후타의 짓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맞았다. 한밤중에 후타의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러다 생각했다. 후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것은 아닐까. 세 사람이 살해당했다고 한다면 가장 먼저 의심받을 사람은 후타였다. 경찰이 이미 후타 주변을 조사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후타는 비틀대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지만 꺼림칙해서 좀처럼 생각을 떨쳐 낼 수 없었다. 결국 가위에 심하게 눌리고 말았다.
--- p.51

모토하시 란, 2014년 교제 기간 4개월, 후타의 블로그 구독자, 2017년(사망?)
도오야마 미사키, 2015년 교제 기간 5개월, 펫 페어에서 만남, 2018년(사망)
하야시 에미리, 2016년 교제 기간 3개월, 모리의 집에서 만남, 2017년(행방불명)
“만난 시기는 안 겹치네.”
“바람을 피울 정도로 요령이 좋지는 않으니까.”
“맨 끝에 소식란만 없으면 난봉꾼처럼 보이는데.”
유이치로가 후타의 잔에 소주를 조금씩 따라주며 말했다.
“저 시기에 우연히 인기가 좀 있었어.”
“정말 우연이었을까?”
유키에가 중얼거렸다. 후타는 유키에의 말을 들었지만 가만히 있었다. 대신 유이치로가 말을 꺼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정말 이상하네. 최근 2년 사이에 세 명이 연달아 죽거나 연락이 끊겼다는 거잖아.”
--- pp.97~98

“어째서 모리 씨가 미사키 씨의 강아지를 키우고 계신 거죠?”
모리의 두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미사키 씨는 제가 담당했던 환자니까요.”
후타는 마른침을 삼켰다. 유키에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퍼즐 조각들이 이제야 하나로 맞춰지는 것 같았다. 모리는 에미리의 친구이자 미사키의 담당 간호사였다.
“미사키 씨가 더는 코코아를 돌볼 수 없다고 해서 제가 데려왔어요.”
후타는 깜짝 놀랐다.
“에미리 씨도 환자였나요?”
모리의 볼이 부풀어 올랐다. 이를 악물고 있는 듯했다. 후타가 유키에 앞을 가로막고 섰다.
“모리 씨, 에미리를 모른다고 거짓말하신 이유가 뭐죠? 에미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신 거죠? 제발 에미리를 만나게 해주세요.”
--- p.181

후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구야, 지금 전화 받을 정신이 아닌데.”
화면을 보았다.
“모리 씨야.”
“후타, 스피커폰으로 받아.”
“어? 어떻게 하는 거지?”
유키에가 스마트폰을 낚아챘다. 화면을 몇 번 터치하더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후타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네, 마키시마입니다.”
“모리입니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공원에서 도망치듯 달려가던 뒷모습이 떠올랐다.
“저야말로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봬서 죄송해요. 하지만 어떻게 된 건지 정말 알고 싶어요.”
“두 분이 알고 싶어 하시는 걸 전부 다 말씀드릴게요.”
유키에가 입을 다문 채 주먹을 쥐어 보였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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