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5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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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4쪽 | 252g | 130*195*11mm |
ISBN13 | 9788958207221 |
ISBN10 | 8958207221 |
발행일 | 2021년 05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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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4쪽 | 252g | 130*195*11mm |
ISBN13 | 9788958207221 |
ISBN10 | 8958207221 |
서문ㆍ7 1ㆍ수학, 과학 그리고 시 19 2ㆍ제약과 창의성 31 3ㆍ영감의 원천 39 4ㆍ관계 만들기 43 5ㆍ휴대 가능한 세계 49 6ㆍ단어의 형태 55 7ㆍ선견지명 59 8ㆍ푸앵카레와 옴니버스 여행 67 9ㆍ핑퐁 73 10ㆍ불완전함에 대한 찬가 79 | 부록 | 앙리 푸앵카레의 〈수학의 발명〉 ㆍ99 출처ㆍ127 주ㆍ129 찾아보기ㆍ137 |
“시인의 영혼을 가지지 않는다면 수학자가 될 수 없다”고 위대한 수학자 소파야 코발렘스카야가 말했다지만, 수학과 시(詩)는 좀처럼 인정하기 어려운 관계다. 하지만 필즈상까지 수상한 수학자가 얘기하는 수학과 시의 관계를 읽으면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장 멀리 떨어져서 서로 관망만 할 것 같은 이 둘의 관계가 영감이라든가, 창의성이라든가 하는 단어들에서 서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세드리크 빌라니는 수학과 시가 가지는 공통점을 몇 가지(씩이나) 제시하고 있다.
“만약 수학이 문학 장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수학은 분명히 시일 것이다. ... 시적 요소는 낯설고 예기치 않은 요소들의 출현에서 비롯될 수 있다.” (<수학, 과학 그리고 시>, 27쪽)
“시와 수학의 중요한 공통점은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나는 제약과 창의성이 불가분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제약과 창의성>, 33쪽)
“수학과 시의 관계를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영감이다. 수학 개념은 시적인 예술 작품에 영감을 줄 수 있다.” (<영감의 원천>, 41쪽)
“이처럼 서로 다른 요소가 갖는 관계야말로 수많은 수학 방법론의 기본이다. 그것은 시의 핵심이기도 하다. 시인도 두 개의 대상, 사물과 일상의 현상을 예로 들면 이미지, 알레고리, 표상, 온갖 종류의 유추를 통해 연결한다.” (<관계 만들기>, 48쪽)
“수학적 방법론이 시의 방법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세계를 재창조하겠다는 야망이라는 공통점이다.” (<휴대 가능한 세계>, 51쪽)
“수학자는 무엇보다 창의력이 있는 사람, 창조하는 사람이다. ... 시인이 평범한 것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보고 그것을 우리에게 이미지와 말로 설명하듯이 말이다.” (<선견지명>, 61쪽)
이렇다면 절대로 시는 수학에 다가갈 수 없고, 수학자는 시인의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수학과 시, 수학자와 시인은 가장 멀리 떨어진 분야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시인이 수학자가 될 수 없고, 수학자가 시인이 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서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수학과 시의 거리를 좁힌 이 뛰어난 수학자의 짧은 글 모음(모두 10편의 짧은 글이고, 모두 합해봐야 100쪽를 넘어가지 않는다. 부록으로 넣은 앙리 푸엥카레의 글까지 포함해봐야 120쪽을 겨우 넘어간다)을 읽으면서 수학의 성격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또한 수학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것인지, 우리의 문명에 수학이 어떤 기여를 해왔고, 하고 있는지, 혹은 수학적 사고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등과 같은 다른 수학 관련 교양도서의 메시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 다름이 이 책의 핵심이다. 수학의 쓰임보다는 수학이라는 언어가 가지는 의미를 파고들고 있고, 그러다보니 수학의 언어가 시의 언어와 닮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10편의 글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박히는 글은, 정작 시에 관한 얘기를 가장 적게 하는 <불완전함에 대한 찬가>라는 글이다. 위대한 수학자인 앙리 푸엥카레의 삼체문제에 대한 실수를 이야기하면서 바로 그 실수가 있었기에(실수에도 불구하고 아니라) 푸엥카레는 위대한 수학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세기 초엽의 물리학의 상황에서도 완벽하지 않은 그 상황이 ‘원소의 방사성 변환,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과 같은 대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음악도 매우 수학적이지만(그것을 알아낸 것은 무려 피타고라스 시대, 혹은 그 이전이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완벽한 음계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한다. 2의 거듭제곱과 3의 거듭제곱과 절대 같아질 수 없다는 수학적 이유 때문이다(고 세드리크 빌라니가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음계를 구축하기 위해 속임수를 써야 한다. 바로 음악은 그런 불완전함을 구성 요소로 삼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그 불완전함을 통해 풍요롭고, 친숙하며, 가능성을 가득한 음악을 만나고 있다. 생물의 진화도, 언어의 발전도 완벽하지 않다는 데서 이뤄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세드리크 빌라니는 “위대한 진보는 불완전함에서 나옵니다”라고 쓰고 있다. 불완전함. 그것은 수학의 속성이 될 수 없다고 여기겠지만, 정작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가 불완전함 속에서 살아가듯이 수학도 완벽을 지향하지만, 결국은 불완전함을 토대로 이뤄지는 과학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괜히 수학이 가까워진다.
2010년 필즈상 수상자이며 몇 년 전까지 앙리 푸앵카레 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프랑스의 한 수학자가 쓴 수학에 대한 에세이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책 제목은 시인이었던 세네갈의 대통령 상고르가 한 국제 학술대회에서 "수학자들은 과학의 시를 쓴다"고 말한 것을 그대로 따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자의 경우 편협한 추론을 할 위험을, 시인은 애매하고 메마른 직관을 가질 위험이 있다면서 일정한 균형을 이루려면 예술가와 과학자의 정신 모두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예술과 과학이라는 두 분야가 큰 변화를 맞고 있는데, 20세기 이후 양자역학이 출현하고는 과학의 토대가 조금 흔들렸기 때문이라 언급한다. 과학은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의 전개가 되었고 실재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멀어지게 되었다면서 과학에 시적 정신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날이 올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물론 과학은 무한한 실재에 비해 한정적이지만 수학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수학은 규칙과 추론에 따라 행해지지만 물질적인 사실과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말이다. 한편 수학이 예술이라고 보거나 수학에 걸맞은 예술을 찾는다면 디자인이라 언급한다.
디자인은 우아하고, 실용적이며, 용도가 있어야 하며, 수학 역시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쓸모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수학이 문학 장르라면 시가 될 것이라 말한다. 시와 수학의 중요한 공통점은 제약이 많다는 것인데, 제약과 창의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물론 수학 개념은 시적인 예술 작품에 영감을 줄 수 있으며, 관계, 유추, 비교 같은 것은 수학과 시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 밖에도 머릿속에 있는 세계를 재창조하겠다는 야망이 수학자와 시인에게 공통적으로 있으며, 영감이 중요한 분야가 바로 수학과 시라고 말한다. 특히 영감은 관찰, 새로운 개념, 새로운 논문, 계산 등 그 무엇으로부터도 받을 수 있다면서 아이디어들의 즉흥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결합은 의식적인 사고 이후에 일어나며 예측할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이어진다는 푸앵카레의 발언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아예 부록으로 앙리 푸앵카레가 1908년에 출간한 "과학의 방법"에서 발췌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여기서 푸앵카레는 수학적 증명이나 추론에 직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이를테면 삼단논법을 통해 무엇인가를 증명할 때는 구성 요소들을 일정한 순서로 배치해야 하는데, 구성 요소의 배치 순서가 구성 요소 자체보다 훨씬 중요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 때 그 순서에 대한 직감이 있어서 한 눈에 추론 전체를 알아볼 수 있다면 쉽게 증명을 구성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이렇게 조화와 감춰진 관계를 추측하게 만드는 이런 느낌, 수학적 질서에 대한 직감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깨달음이 생기는 경우도 오랜 시간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이 바탕이 된 것이라 언급한다. 물론 의식적인 연구가 항상 선행하고 또 후행해야만 무의식적인 연구도 가능하고 풍요로울 수 있다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수학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 느끼는 감정, 수와 형태의 조화, 기하학의 우아함에 대한 감정을 한마디로 수학적 감수성이라 언급하고 있다. 구성 요소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서 우리의 정신이 별다른 노력 없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고 그러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그 감수성의 역할이라면서 감수성이 자극되면 우리가 문제 해결의 열쇠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해서 그것들은 의식의 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학이 시라니,
그저 학창시절 과목 중 하나로
수학을 배운 게 전부인 보통사람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수학과 시가 어떻게 닮았는지
나름! 쉬운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도 곁들여지고.
물론 중간에
'비압축성 오일러 방정식은
시공간상의 옹골집합 위에 지지된,
자명하지 않은 분포적 해를 가진다'(p42)
같은 말들이 나와
이걸 어째야하나 싶은 순간도 있지만
언급되는 수학자나 수학이론을
잘 모른다고 해도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뒷편에 담긴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의
'수학의 발명' 에는
'우리는 가끔 구구단을 잊어버려서
계산을 틀린다'(p104)
같은 말이 있어서
괜히 웃음이 나기도 했음.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수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교양으로 도전해서 읽어볼 만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