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여자들은 옷 입는 방식에 있어서 훨씬 더 사려 깊은 법이다.
--- p.177
내가 반항심을 드러낼 때마다, 그녀는 나를 쓰러뜨렸다. 분노를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는 내 작품에 대한 믿음을 잃는 편이 더 쉬웠다. 내가 부족하다고 믿어버리면, 내 자신을 속이는 온갖 방법을 생각해낼 필요가 없었다.
--- p.225
나는 그의 얼굴에 비친 나의 슬픔을 봤다. 모를 제외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이 늙었고 이따금 그것이 고통스러웠다. 아빠를 보면서 젊은 사람에게 젊음이 반드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노년은 달랐다. 아이작, 할머니, 빗시, 그들 친구들 모두가 젊어질 일은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 p.233
니키는 완벽하지 못하다고 징징거리지도,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에 집착하지도 않았다. 내가 공들여 한 일에서도 갖지 못하는 자부심을, 그녀는 대충 해놓은 일에서도 마음껏 뿜어대고 있었다. 나는 평생 누구도 그녀만큼 부러웠던 적이 없었다. 그건 그녀가 내 남편을 훔쳤기 때문이 아니라, 나도 그녀처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 p.244
할머니가 오드리에게 보내라고 불러준 메시지에 부러움의 기색은 없었다. 나는 유치나 월경처럼 부러움도 나이가 들면 없어지는 것이기를 바랐다.
--- p.249
내 옆에 앉은 루카는 얼굴을 붉혔다. 보이진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루카는 아직도 내 일부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의 부록이었고, 그는 내 부록이었으며, 우리의 연결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 p.335
몇 년이 지나고서, 그를 잃은 상처를 끌어안고서도, 뭔가 좋은 일을 기억해야 할 때 나는 그 순간을 찾았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환희의 기준이었다. 모든 면에서 최고인 환희. 그때 우리는 온전히 살아있었다.
--- p.345
“내가 엉망이라는 걸, 네게는 늘 보여줘도 될 것 같았어.”
모가 말했다. 모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러니까 네가 가끔 무너진다고 해도, 아무 쓸모없는 존재라는 소리는 입에 담지도 마.”
--- p.377
나는 어쩌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제대로 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친절해지기 위해 누군가를 반드시 좋아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 p.414
할머니와 빗시는 거의 평생 친구로 지냈다. 그들은 기쁨과 아픔과 상심 등, 중대한 사건과 반복되는 일상을 모두 함께 겪었다. 그건 연애 감정보다 굳건하면서 낭만적인 얽힘은 없는, 극적인 러브스토리였다.
덕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가 혼자 지낸 세월을 슬프게 여기지 않게 됐다. 빗시를 만난 순간부터 할머니의 곁에는 늘 누군가가 있었다.
--- p.418
“이제 알겠구나. 네가 그러는 거, 염려하고 두려워하는 거, 그건 네가 가진 용기의 대가야. 항상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경계하고 있는 거지?”
나는 할머니 손을 잡아 내 가슴에 댔다.
“우리도 모두 너를 구할 거란다.” 할머니가 말했다.
“그걸 잊지 마라.”
--- p.513
“넌 네 불안이 아니야. 불안한 사람일 뿐이지. 네가 호머를 돌보는 걸 봤고, 할머니를 돕고, 버니와 바느질을 하고, 샘과 춤을 추고, 빗시를 웃게 해주는 걸 내가 다 봤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 불안 장애를 너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너도 네 자신에게 그래야 해.”
--- p.530
할머니도 한때는 젊은 여성이었고, 그건 이야기책에 나오는 옛날이야기가 아니었다. 할머니의 젊은 시절은 나만큼이나 복잡했다.
--- p.544
“삶이 무작위라고 해서 좋은 걸 즐기기를 포기할 순 없어.”
빗시가 말했다.
“나는 일흔다섯이란다. 난 곧 죽을 거야. 바라건대, 너보다 한참 먼저 죽겠지. 너는 나를 잃게 될 거고, 나는 좋은 사람이니 그건 슬프겠지. 하지만 이 순간이 좋지 않니? 내가 어떻게 죽을 건지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순간을 얻지 못해. 이 순간을 좋게 만들려면, 이 순간을 살아야지.”
--- p.564